[비즈한국]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40 대 1이라는 저조한 결과를 나타냈다. 높은 공모가 책정, 사업 확장이 아닌 구주 매출이 주목적인 IPO(기업공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비슷한 업종이면서도 1개월 먼저 상장한 ‘롯데렌탈’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 마저 나온다. 다만 케이카가 수요예측 참패로 공모가를 대폭 낮춘 점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케이카는 중고차 판매 플랫폼 중 처음으로 IPO(기업공개)를 했다. 국내 1위 중고차 플랫폼으로서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쏠렸다. 공모 규모도 5772억 원으로 대어급에 속해 공모주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케이카의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약 1조 1854억 원의 매출을 올린 케이카는 지난해 약 1조 323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반기 기준 약 9106억 원으로 지난해 반기 매출보다 3000억 원 이상 늘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 연 매출을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카의 가장 큰 강점은 온라인 판매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에서 타 사를 압도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라인 중고차 시장 규모는 5868억 원 수준이다. 이 중 케이카는 463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약 78.95%를 점유한 셈이다. 또 국내 온라인 중고차 시장 성장률이 오프라인 시장 성장률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예상돼 케이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기관들은 케이카를 외면했다. 케이카는 9월 13일부터 9월 28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3만 4300원에서 4만 3200원 사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참여한 기관은 371곳에 불과했고, 경쟁률은 40 대 1로 저조했다. 의무보유확약을 한 기관은 3곳으로 비율은 4.91%에 불과했다.
이 같은 공모 결과의 원인으로는 우선 ‘공모주 고평가’가 꼽힌다. 케이카는 공모가 산정방식으로 PSR(주가매출비율)을 선택했다. 이는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성장성에 주안점을 두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는 데 이용하는 성장성 투자지표를 말한다. PSR이 낮을수록 저평가됐다고 본다.
케이카는 비교기업으로 6곳을 선택했는데 모두 해외 기업이다. 카맥스, 리시아 모터스, 브이룸, 애즈버리 오토모티브 그룹, 시프트 테크놀리지의 경우 PSR이 0.38배에서 1.31배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그러나 나머지 한 곳인 카바나의 경우 PSR이 5.39배를 기록했다. 카바나로 인해 평균 PSR이 크게 올라 케이카는 PSR을 1.59배로 책정했다.
문제는 시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카바나는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미국 중고차 시장은 2019년 기준 중고차 거래대수가 약 4080만 대 수준이다. 반면 국내는 2019년 기준 중고차 거래대수가 245만 7000여 대에 불과하다. 시장 크기가 20배 가까이 차이 난다. 카바나의 2020년 매출액은 약 55억 8700만 달러(약 6조 6133억 원)로 케이카의 지난해 매출액(약 1조 3230억 원)에 5배 높다. 이에 따라 카바나의 시가총액(약 70조 2030억 원) 역시 케이카의 희망 공모가액 기준 시가총액 범위와(약 1조 7450억 원~2조 1980억 원) 크게 차이 난다.
카바나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기업의 평균 PSR은 0.83배로 이를 기준으로 한 케이카의 시가총액은 1조 5115억 원으로 낮아진다. 주당 평가가액 역시 5만 6823원에서 2만 9705원으로 낮아진다. 실제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371곳 중 케이카의 희망 공모가액의 하단가인 3만 4300원 미만으로 신청한 기관이 245곳에 달했다.
케이카는 “카바나의 시가총액 및 미국 시장 규모 대비 매출액 규모와 보유 재고 수는 상대적으로 큰 괴리가 없다. 케이카는 국내 매출액 기준 온라인 중고차 시장 점유율 81%으로 국내에서 압도적인 온라인 중고차 사업자이자 인증 중고차 사업자”라며 “카바나가 시가총액 규모에서 케이카와 크게 차이가 나지만, 매출액 규모·인증 중고차 보유 재고 수와 케이카의 국내 중고차 시장 내 지배력을 고려해 최종 비교기업에 포함한 것”이라고 밝혔다.
IPO 목적이 투자 확대가 아닌 구주 매출에 집중됐다는 점도 흥행 참패 요인으로 꼽힌다. 케이카는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IPO를 통해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는 지분의 25.5%인 1226만 2067주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는 이번 공모 물량의 91.07%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IPO를 통해 케이카로 실제 유입되는 금액은 약 287억 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성적에 일각에서는 케이카가 상장 후 롯데렌탈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렌탈은 차량 렌털을 주 사업으로 하지만, 중고차 판매로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케이카도 올해부터 차량 렌털 사업을 시작해 두 기업의 업종이 비슷하다. 롯데렌탈 역시 렌털업계 1위로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했다. 롯데렌탈도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상장일 공모가 5만 9000원보다 1500원 낮은 5만 75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해 그 후로도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9월 30일 기준 롯데렌탈의 주가는 4만 원선도 붕괴돼 종가는 3만 9600원이다.
다만 케이카는 이번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여 공모가를 대폭 낮췄다. 케이카는 희망 공모가액 밴드보다 낮은 2만 5000원에 공모가액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예상 모집총액도 3366억 원으로 줄었다. 케이카는 “수요예측 결과 및 주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와 케이카의 협의로 주당 확정 공모가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케이카의 이번 결단이 상장일에 반전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케이카의 상장일은 13일로 예정돼 있다. 공모주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유튜브채널 ‘공모주린이’는 “낮아진 공모가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투자자들에게 롯데렌탈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또 최근 주식 시장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상장일 케이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도 있다. 공동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받아 가는 물량도 적지 않다. 외국인 물량이 상장일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
'공수처 고발까지?'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 50억 대 민사소송 향방
·
[현장] '마스크 공장 떠난 자리에 밀키트' 인천 남동공단에선 지금
·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 종료 두고 뒷말 나오는 까닭
·
[단독] 현빈, 흑석동 마크힐스 매각해 시세차익 13억 남겨
·
따상은커녕 공모가 밑으로…롯데렌탈 상장 직후 주가 하락세,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