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 홍보하고 전시까지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미술가 응원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본격적인 작가 발굴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번의 시즌 동안 140여 명의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소개됐고, 상당수 작가가 화단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KAUP)’라는 그룹을 결성, 활동을 시작해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아직 터널 속에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출구를 향한 자그마한 빛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그림은 ‘그리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보고 손으로 닮게 화면에 옮기는 행동이다. 물론 대상 없이 그릴 수도 있다. 마음이나 생각 속에 있는 것을 그리는 일이다. 이런 것을 미술에서는 추상화라 부른다.
사물을 그리는 행위는 미술을 다른 예술과 구분 짓는 근본적 성격에 속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림’을 미술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다는 현대미술에서는 그리는 행위를 진부한 방법으로 낮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작품을 제작한다’는 새로운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그리지’ 않고 ‘제작한다’는 말을 즐겨 쓰게 되었다.
제작은 만드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에는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 어떤 방법을 쓰든 그림이 되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작가가 창안한 방법에 더 많은 호감을 갖게 됐다. 이 덕분에 현대미술은 표현의 폭이 한없이 넓어졌다.
지난 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작품 제작 방법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제작 방법으로 살아남지 못하고 제안 수준에 머무른 것이 대부분이다. 제작 방법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힌 것 중 ‘드리핑 기법’이 있다. 현재도 상당수 작가들이 이 기법을 응용해 자신의 회화로 만들어내고 있다.
드리핑 기법을 만든 이는 20세기 추상표현주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잭슨 폴록(1912-1956)이다. 폴록은 이 기법으로 제작한 추상 회화가 새로운 제작 방법으로 평가받으면서 하루아침에 유명 작가가 되었다.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고 그 위를 걸어 다니며 유동성이 뛰어난 공업용 에나멜페인트를 떨어뜨리거나 뿌리는 방법이다. 드립 페인팅으로도 불리는 이 방법은 물감이 빚어내는 질감, 작가의 움직임과 손놀림에 따라 나타나는 우연한 효과와 운동감, 에나멜페인트의 유동성으로 생기는 점과 선의 다양한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폴록이 이런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타임’에서는 ‘물감을 질질 흘리는 잭’이라고 조롱했지만, 이런 비난이 오히려 그의 명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의 작가들에게 사랑받는 기법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숲의 작가’ 김명희도 드리핑 기법으로 주목받는다. 그는 드리핑 기법으로 나뭇잎의 자연스러움과 숲의 역동적 감정을 담아낸다.
작가가 뿌려서 만들어내는 숲은 단색조다. 이는 숲의 사실적 표현보다는 색채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다. 드리핑 기법에 의한 색점의 겹침 효과에서 작가의 이런 생각이 잘 드러난다. 그는 20~30여 차례의 드리핑 기법으로 나뭇잎을 표현하는데, 이는 숲의 깊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드리핑 기법으로 만든 김명희의 숲은 자연의 에너지를 빛나는 색채로 품어낸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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