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 건설사 수장들이 대거 소환될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감 호출의 명분은 안전 문제다. 내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명 증가하는 등 안전 관리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는 뒤늦게 안전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안전 투자, 하도급 문제와 관련한 검증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10월 1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국감에 건설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김형 대우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김충재 금강건설 대표, 이재규 태영건설 대표 등이 명단에 올랐다. 이 외에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불러 지난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직접 듣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산재 사망사고는 주로 작업수칙을 위반해 생긴 후진국형 사고라는 게 중론이다. 대표들을 소환 신청한 환노위 야당 간사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관리·감독 여건 미비를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임이자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 원·하청업체의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4년 전(812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705건이었다. 산재 사망자 수도 △2017년 39명 △2018년 44명 △2019년 39명 △ 2020년 36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 크레인 사고, 6월 경기 고양 신축 아파트 굴착기 사고 등 올해 상반기에 17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초 건설사 관계자들이 환노위 산업재해 관련 기업 청문회에 출석해 산재 예방 대책 수립을 공언한 후에도 대형 산재 사고가 줄을 잇자 업계에서는 국감 소환을 일찍부터 예측했다. 건설업계는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대비 차원에서 안전 관리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증인 출석할 것으로 점쳐진다. 9월 2일 대우건설은 2019년 부천 공사현장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노동부의 재해조사의견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안전보건 관련 예산액은 2018년(14억 3000만 원)부터 꾸준히 감소해 2020년에는 5억 3000만 원을 기록했다. 이에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4억 5360만 원을 부과했다.
안전관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대우건설은 올해 3월 중대 재해 근절과 안전혁신 문화 조성을 위해 안전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사업본부 본부장을 비롯한 총 8인의 집행임원이 참여하고 유관부서 11명의 팀장이 주축이 되는 안전혁신 추진단도 구성해 안전혁신안을 수립했다. 대우건설은 향후 5년간 안전 예산 14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안전관리, 안전교육 강화, 안전시설 투자 등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철거 중이던 건물 붕괴사고로 9명의 사망자가 나온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의 시공사다. 당시 철거 공정 하청, 한솔기업의 재하청과 부실한 하부보강, 과다 살수 등이 문제가 됐다.
안전사고 발생 두 달 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전 현장 안전 및 보건관리 일제 점검을 실시했다. 8월 2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방문한 권순호 대표는 “안전은 경영의 최우선 가치이자 모든 작업자의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며 “현장에서 안전 법규는 물론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 안전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경영진 현장 점검을 정례화해 현장의 안전관리현황을 파악하고, 직원과 협력사의 의견을 반영해 현장에 적극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현장의 위험 요소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위험관리체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자율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위해 교육 체계를 강화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올 상반기 건설현장에서 2명이 사망한 삼성물산의 경우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과 교육·문화 조성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건설현장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법으로 정해진 안전관리비 외에 자체적으로 ‘안전강화비’를 신규 편성하고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100% 선집행하는 방안을 꺼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제도만큼이나 근로 현장에서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며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하고, 위험 작업을 기계로 대체하거나 설계 단계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에 CEO를 대거 소환해 질책성 질의만을 던지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4개월여 앞둔 시기에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 책임이 더 커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업계에서는 위험관리 부분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각 사가 안전 관리 부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현장에서 안전이 더욱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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