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의 기업공개(IPO) 다음 타자로 꼽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얼마 전 영화 제작사를 인수하고 산하 연예기획사를 합병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멜론과의 합병도 완료됐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편입한 해외 웹툰·웹소설 업체의 성과가 나오는 내년 말 상장이 유력하다고 내다본다. 그러나 아직은 충분치 않다는 반응. 만약 뉴욕 증시까지 욕심을 낸다면 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
#영화사, 연예기획사, 음원 사이트 등 종횡무진 인수합병
지난 14일 싱가포르 기업 스팩맨 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영화 제작사 ‘영화사 집’을 팔기로 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인수 금액은 약 173억 원 규모로, 추후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 승인을 받으면 인수가 완료된다. 2005년 설립된 국내 영화 제작사 영화사 집은 ‘#살아있다’, ‘검은 사제들’, ‘그놈 목소리’ 등을 제작했다. 글앤그림, 로고스필름, 메가몬스터,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쳐스, 바람픽쳐스 등 제작사를 보유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어 17일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산하 연예기획사인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와 크래커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고 통합 레이블을 새로 출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통해 각자의 음악적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운영에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 콘텐츠 전략이다. 걸그룹 에이핑크와 위클리 등이 소속된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더보이즈가 소속된 크래커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플렉스엠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소유하고 있다.
앞서 9월 1일에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과의 합병 절차도 완료됐다. 2016년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이후 사명 카카오M으로 변경) 지분 76.4%를 인수한 이후 카카오가 흡수합병하면서 카카오 품 안에 들어온 멜론은 지난 7월 멜론 사업 부문(음원 서비스, 뮤지컬, 티켓)을 물적 분할하고 멜론컴퍼니를 출범시켰다. 웹툰, 웹소설 사업을 하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으로 탄생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닌 지식재산(IP) 콘텐츠 제작 능력에 음악 플랫폼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다.
올해 상반기에는 해외 웹툰·웹소설 업체인 타파스와 래디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5억 1000만 달러(약 6000억 원),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4억 4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시를 통해 “영미권 시장진출 강화를 위한 교두보 마련”을 주식 취득 이유로 들었다. 지금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해왔듯 그 전략을 그대로 펼쳐나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멜론과의 합병부터 IPO를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 IPO 예상 시점은 2022년 하반기가 언급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멜론컴퍼니의 합병으로) 연 매출 1조 5000억 원, 영업이익 2000억 원 이상 정도 나올 수 있는 기업을 만들었다. 올 6~7월에는 동남아시아에 웹툰을 출시했고 해외 웹툰,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해외 진출에 본격적인 고삐를 당겼다. 이것에 대한 사업 전개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인 내년 말 정도가 IPO 가능성이 있는 가장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확장했지만 실력 증명해야 증시 입성 가능
다만 아직은 상장에 대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구체적인 계획안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IPO 계획 관련) 아직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인수도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해왔기에 IPO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페이지컴퍼니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년 후 한국 상장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뉴욕도 검토하고 있다. 쿠팡 상장을 계기로 카카오와 같은 글로벌 잠재력을 지닌 한국 기업들이 이전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고 밝혔다. 올 2월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5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문어발 확장 논란’을 빚은 카카오가 상생안을 통해 콘텐츠·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한다고 밝혔기에 뉴욕 증시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느 증시에 입성하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그 전에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우선 음악 콘텐츠 사업 영역에서 멜론컴퍼니가 주도하는 음원 플랫폼 외에 케이팝 에이전시와 케이팝 플랫폼 관련 전략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크래커엔터테인먼트, 플렉스엠엔터테인먼트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멜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계에서 위상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영역에서도 해외에서 영향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웹툰은 일본과 태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장이 큰 미국과 유럽에서는 네이버웹툰이 우위를 점한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인수하며 미국 웹툰 시장에서 카카오와 네이버와의 전면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졌지만, 아직은 네이버 영향력이 견고하다. 5월 기준 미국 시장 MAU(월간 이용자)는 네이버와 타파스가 1000만 명 대 300만 명 수준이다.
가장 최근 영화 제작사 인수 소식을 알려온 영상 콘텐츠 사업 부문도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M&A를 통해 영화 제작사 등 6개 이상의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미디어 사업 쪽은 보강이 됐다. 하지만 로고스필름 등 기존 보유 중인 제작사가 1년에 드라마를 1~2편 정도 제작한다. 스튜디오드래곤, JTBC 스튜디오 등 제작사가 50~60%를 장악한 상태에서 몸싸움을 하려면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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