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양대 포털 카카오와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해, 시장 지배력 남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양사가 맞을 결론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사업 확장 방식’이 가름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차례 논란 겪은 네이버의 ‘신중한 투자’
사실 네이버는 이미 한 차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말린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 론칭 과정에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과 마찰을 겪었다. 네이버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 이른바 ‘네이버 규제법’까지 추진됐는데,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맛집·알람·패션SNS 등 7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네이버는 전략을 변경했다.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대신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곳과 손잡는 방식을 선택했다.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국내에서 무리하게 사업하지 말고 글로벌 사업을 가장 우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를 잘 보여주는 발언이다.
최근 행보를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네이버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이지케어텍에 300억 원을 투자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지분 10%를 인수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네이버가 서울대병원에 이어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된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 문피아 지분도 인수한다. 1082억 원을 투자, 지분 36%를 가지게 됐다. 네이버웹툰의 웹툰·웹소설 분야의 지적재산권을 토대로 각종 콘텐츠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물류 분야에서 CJ대한통운, 유통에선 신세계 등 각 업종 1위 업체와 지분투자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고 하는 네이버의 신중한 투자 방식이다. 각 업종의 1위 업체나 스타트업들과 지분 교환 및 투자양해각서(MOU) 형식으로 손을 잡고 해당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면서도 규제를 피해가는 방법이다. 당연히 논란도 적은 편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국감에 대비해 개최한 플랫폼 기업 설명회에서 ‘갑질’ 사례로 쿠팡과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을 포함했지만 네이버는 제외했다.
#8년 전 네이버 답습한 카카오 ‘뭇매’ 예상
하지만 카카오는 거꾸로 ‘8년 전 네이버’ 모델을 그대로 강행했다가 국감 및 사정당국의 타깃이 된 모양새다. 꽃집, 퀵서비스, 방문 수리, 택시 승차, 엔터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미용, 대리운전뿐만 아니라, 은행과 보험업에도 진출했다가 ‘문어발 사업 확장’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카카오도 네이버를 따라 ‘철수’를 결정했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 철수하고, 3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파트너사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국내가 아닌 동남아·일본·미국 등 해외 사업에 더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고자 하면 ‘회사를 만들자’고 결정했고, 네이버는 ‘기존 업계 1위나 매력적인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협업하자’고 결정을 했는데, 그 차이가 결국 지금 다른 수준의 리스크를 만든 것 아니겠냐”며 “8년 전 교훈을 토대로 안정적인 운영을 한 네이버가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도 카카오보다는 네이버
이 때문에 증권가 역시 카카오보다 네이버를 매수 대상으로 추천한다. 대기업집단의 갑질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현재 네이버 주가는 저평가 됐다는 매수 추천 리포트가 잇따라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네이버는 사실 규제 청정 지역으로, 규제 우려에서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편안하다, 이번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며 목표주가 57만 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내놓았고, 한국투자증권도 “네이버의 기업가치 산정에 포함되는 항목들은 서치플랫폼, 커머스, Z홀딩스의 지분가치, 웹툰, 핀테크,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있다”며 매수 의견을 견지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로 60만 원을 유지했다.
카카오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국정감사 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추가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목표가 하향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에서는 “신사업 수익화 전환 시점과 상장 일정 지연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18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신중한 투자를 조언하고 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택한 ‘투자 및 MOU’는 결실을 거두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플랫폼 업체의 문어발식 운영을 불편해하는 우리 국민 정서를 잘 고려한 탓에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냐”며 “배민이나 야놀자 등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번 사안를 보면서 사업 확장 방식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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