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이 한국 무기 보고 강하고 위험하다는 말만 들었지, 별 볼 일 없는 무기라고 발표하는 것은 살아생전 처음 듣는 것 같다. 언뜻 생각하면 ‘남조선 호전광의 미친 발악’이라고 북한이 분노할만한 우리 군의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발사 성공을 북한은 왜 깎아내릴까? 그들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는 우리 SLBM의 진정한 의미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방향성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우리 군이 SLBM을 발사한 지 5일 뒤, 조선중앙통신에서는 국방과학원장이 우리 SLBM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했다. 요약하자면 크기와 길이를 추정하고, 날개의 유무나 발사 시점의 잠수함 이동, 추진 구조를 정리한 다음, 의미 없는 자체 위안용이자 부실하고 어딘가 서투르다고 비아냥거렸다. 사실일까?
간단히 말해서, 대부분 어이없는 트집이다. 냉발사기술(Cold Launch)만 적용해서 잠수함이 깊게 잠수하지 않고 느리게 가야만 쏠 수 있다는데, 미국과 러시아의 SLBM도 30m에서 50m의 낮은 심도에서 느리게 움직이면서 쏜다. 우리 군의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은 전투 작전 중에도 웬만하면 10노트(약 시속 18.5km)를 넘는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현무 4-4 SLBM에 날개가 있어 초보적이라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억지에 가깝다. 날개보다 회전분출구 추진력 조종(Thrust Vectoring)방식이 더 좋다는데 해당 구조는 이미 우리가 여러 미사일에서 이미 사용 중인 방식이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무4-4의 비행 특성 때문에 2쌍의 접이식 날개를 붙인 것이지, 이것을 무엇이 더 낫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상하다.
또한, 이번 성명에서 우리 현무 4-4 SLBM이 가진 매우 중요한 기능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흥미롭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미사일의 발사 시험 성공 후 문재인 대통령은 시험 참관의 소감과 격려를 수중에 있는 도산 안창호 함 함장에게 군 통신장비를 활용해 전달했다.
이 장면을 통해 군과 청와대는 단순히 대한민국이 SLBM 미사일만 만든 것이 아니라, 수중 잠수함에 배치된 전략무기의 통제권과 발사 지시를 실시간으로 군 최고 통수권자가 내릴 수 있고, 미사일 발사 지시를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이것은 우리보다 SLBM을 먼저 발사 시험한 북한은 당분간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능력이기도 하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자신들이 만들 수 없는 이 능력을 외면하고 그냥 우리 무기가 초보적이라고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것이다.
즉, 평소에는 한국군의 무기가 치명적이고 위협적이며 민족을 위협한다며 비난하던 북한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부족한 능력을 변명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먼저 개발한 북극성-5 SLBM보다 얼마나 성능이 떨어지는지 억지를 부리는 것일 뿐이다. 정작 북한은 SLBM을 우리보다 먼저 개발해 놓고도, SLBM을 탑재할 잠수함의 개발과 생산이 여의찮은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서, 이런 폄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지적에서 씁쓸하지만 맞는 부분이 딱 하나 존재한다. 현재 현무4-4 SLBM이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개발하고 시험 발사를 한 북극성-1 미사일과 북극성-3 미사일은 우리 현무4-4 미사일보다 크기도 크고, 사거리가 더 길고, 더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사일 크기와 위력을 키우기 쉽지 않다. 도산 안창호 함에는 현무 4-4 SLBM 6기, 후속함인 장보고-3 배치2에는 현무4-4 10기를 탑재하는데, 현재와 같은 디젤 전기추진 방식으로 잠수함을 만들다 보면 미사일의 크기를 키우기도 어렵고, 미사일 탑재 수량을 늘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SLBM보다 대체로 크기가 작은 순항 미사일은 잠수함에 좀 더 많이 탑재할 수 있겠지만, 순항 미사일은 속도가 느려 기습이 어렵고 격추되기 쉽다. 아니면, 잠수함의 추진기관을 원자력으로 교체하고 크기를 키우면 더 큰 미사일을 더 많이 탑재할 수 있는데, 미국과 영국의 협조로 호주가 원자력 잠수함을 확보한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도 원자력 잠수함의 보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탄두 위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민국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핵무기를 대체할 만한 강력한 탄두도 아직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화학무기의 경우 전자장비나 기계장비를 공격하지 못하고, 하프늄 탄약은 폭발력이 강하지만 제조 비용이 너무 비싸다. 준 안정 헬륨이나 기타 신소재로 폭발력을 강하게 하려는 시도도 아직 답보 상태이다. EMP(전자기 펄스) 탄은 위력은 있지만, 군용 전자장비에는 큰 효과가 없다.
그러나 언제나 해답은 있다. 우선 원자력 추진기관 확보를 위한 노력과 준비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당분간 원자력 잠수함 확보가 어렵다면, 우선 장보고-3 배치2 이후 가성비가 뛰어난 재래식 잠수함을 일명 장보고-4 사업을 통해 209급 잠수함을 대체하여 예산을 모아 놓고, 무인 잠수정을 만들 때 펌프제트 추진기 등을 적용하여 원자력 잠수함에 필요한 설계 기술을 미리 적용해 보는 것도 해볼만 하다.
미사일 부분은 현무4-4의 탑재 중량을 늘이고, 새로운 개념의 탄두를 장착한 신형 SLBM의 개발에 나서야 한다. 선진국들의 SLBM은 미사일 탄두 부분을 뭉툭하게 만든 대신 특수한 스파이크(Spike)로 공기저항을 줄이는데, 이 기술은 우리가 이미 보유 중이므로 적용하여 탄두 크기를 늘려야 한다. 탄두 속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 중인 드론형 자탄(Drone munition)을 연구하여 장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드론처럼 발사하거나 탄도탄에 장착할 수 있는 드론형 자탄은 통신 자탄과 공격 자탄으로 구성되어, 공격 자탄이 표적을 탐지하면 통신 자탄을 통해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차세대 무기이다.
드론형 자탄에 적 방공망 제압을 위한 전파 추적 탐색기와 공격 알고리즘을 입력하고, 1발에 13발 정도를 개량형 SLBM에 탑재하면, 도산 안창호 잠수함 1척으로 1개의 북한 대도시 지역 방공망의 구멍을 만들 수 있다. 즉 SLBM이 전쟁 초기 가장 먼저 적을 공격하고, 공습 성공을 위한 선봉장의 역할을 맡기는 셈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워낙 위험하니,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 나라의 핵 보유를 한 번쯤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고려하고, 우리의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기 능력과 기술을 과대평가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려 나라를 망치는 꼴을 우리는 북한의 사례에서 충분히 봐 왔기 때문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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