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트래블 버블 시행 후 사이판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트래블 버블’이란 방역 우수 지역 간에 안전막(bubble)을 형성해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업계는 사이판 여행객이 세자릿수를 넘어서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아직은 매출이 미미한 상황이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교원KRT…사이판 여행상품 사전예약자 세자릿수
지난 7월 24일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이 시행됐다. 트래블 버블 협약 체결로 사이판 여행 시에는 2주간의 자가격리 없는 여행이 가능하다. 지난 여름부터 여행업계에서는 사이판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트래블 버블 시행이 예고되면서 여행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실제 예약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중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여행 수요가 뚝 끊겼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입국 후 지정된 숙소에서 5일간 머물러야 한다는 방역 조건 등이 더해지면서 여행 문의가 줄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던 분위기라 여행사는 상품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여행객들도 불안감이 높아져 취소했다”고 전했다.
사이판 여행이 조금씩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이달 들어서부터다. 여행사마다 사이판 여행에 대한 사전예약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여행사가 모객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예약률이 높아졌다. 모두투어는 13일 출시한 사이판 여행상품에 1300명이 예약했다. 참좋은여행도 현재 사전예약자가 1100명 규모이며, 교원KRT도 1200명을 넘어섰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7박 8일 일정 상품의 예약이 가장 많다. 5일간 사이판에서 지정한 켄싱턴호텔에만 머물러야 하지만 호텔 내 부대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호캉스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예약을 한다”며 “특히 호텔 비용을 사이판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여행상품 가격이 저렴하다. 항공료 포함 50만 원대부터 여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원KRT 관계자도 “트래블 버블 시행으로 사이판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예약자 대부분은 접종 완료자”라며 “현재 판매되는 상품 가격은 코로나19 이전 성수기 판매가보다 60% 이상 할인된 가격이다. 가격 측면의 메리트가 있다 보니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하나투어 1년 6개월 만에 정상근무, 침체된 여행업계 회복하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여행업계는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4월부터 필수근무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의 유·무급 휴직을 시행했던 하나투어는 10월부터 전 직원이 다시 정상근무를 한다. 직원들은 휴직한 지 1년 6개월 만에 회사로 돌아오게 됐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4월부터 근무 인력을 조금씩 늘려 현재 600~700명 정도가 근무 중이다. 10월부터는 전 직원이 복직한다”며 “육아휴직, 안식년 등의 휴직자를 제외하면 1100명 정도가 근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위드 코로나’ 전환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 직원 복직을 결정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영국, 싱가포르 등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국가를 보면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생활 패턴도 시대에 맞게 전환되는 모습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여행이 재개되면 이전과 달리 체험 중심의 안전한 소그룹형 여행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변화 등에 선제적 대응 조치로 전 직원 정상근무 체재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래블 버블로 해외여행이 시작되고, 여행사 시스템 등이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며 여행업계가 빠르게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올해까지는 눈에 띄는 성과기 없을 거라고 예측한다.
특히 트래블 버블 시행으로 인한 해외여행 상품은 판매가 한정돼 매출 회복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사이판 여행은 12월 말까지 트래블 버블이 적용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으나 항공편 인원 제한으로 한정된 인원만 모객이 가능하다. 현재 사이판 운행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 3곳이다. 항공편이 주 1회라 연말까지 국내에서 출발할 수 있는 인원은 7000명 수준이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사이판 여행상품의 예약이 늘었지만 워낙 저렴한 상품이라 수익은 크지 않다”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1000명 이상의 예약을 받았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덕분에 직원들도 일부 출근할 수 있게 됐고,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나투어 관계자 역시 “트래블 버블 시행 후 조금씩 예약 건이 늘고는 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다. 예약이 늘어 직원들을 복직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을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성과가 난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 2차 접종 완료자의 대부분이 고령자다. 해외여행 수요가 있는 20~40대가 2차 접종을 완료하려면 겨울은 돼야 할 것이다”며 “해외여행 수요가 많았던 일본이나 중국 등의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변이 출현이나 경제 상황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외교부에서 특별여행주의보(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는 조치)를 발령해 트래블 버블 맺은 지역까지도 여행 취소를 권고하지 않나. 이러한 상황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영업의 경우 영업 제한이 있어 타격을 받지만 매출이 ‘0’은 아니지 않나. 여행업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매출이 전혀 없다. 현재는 기대감만 조금 생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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