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플이 2021년 가을 이벤트를 열고 새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벤트는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애플의 온라인 키노트는 점점 더 영상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활용해서 짧은 시간 동안 밀도 있게 많은 내용을 전달했다.
이번에 소개된 제품들은 큰 변화보다는 머릿속으로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진화를 택했다. 특히 애플의 프로세서 활용에 대한 고민이 비친다. 이미 애플의 프로세서는 넉넉한 성능을 갖고 있으므로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량을 낮추어 배터리, 화면 등에서 짜내는 것 대신 여유를 주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애플이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이유를 곳곳에서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13/아이폰13 프로
매년 9월 이벤트의 주인공은 아이폰이다. 아이폰 12는 그 불문율을 깨기도 했지만, 올해 아이폰 13은 화려하게 키노트의 후반부를 채웠다. 새 아이폰의 핵심은 프로세서, 그리고 카메라에 있다.
새로 공개된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는 5nm 공정으로 설계됐다. 고성능 코어 2개, 고효율 코어 4개가 합쳐진 6코어 시스템이고, 150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다. 애플은 이례적으로 전 세대 프로세서보다 경쟁사의 프로세서를 중심에 두고 비교했다. 애플은 새 칩이 경쟁 제품보다 CPU는 50%, GPU는 30%가량 더 빠르다고 밝혔는데 이는 스냅드래곤 888/888+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애플의 모바일 프로세서는 가장 빠른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이용자들로서는 이전 세대보다 얼마나 향상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진 점이 아쉬울 수 있다.
디자인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아이폰 X부터 이어져 온 디스플레이의 노치가 줄어들었다. 이는 트루뎁스 카메라 모듈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화면을 조금 더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기술적으로 노치를 숨기는 단계로 간다는 것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폰 13 프로와 프로 맥스는 120Hz 주사율을 내는 프로 디스플레이도 더했다. 훨씬 매끄러운 화면을 기대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와 마찬가지로 주사율을 120Hz에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움직임에 따라서 10Hz부터 120Hz까지 매끄럽게 바꾸어가면서 이질감 없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게 했다.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 카메라에 있다. 먼저 새 센서는 픽셀 크기가 1.7 마이크론으로 기존보다 47% 더 많은 빛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빚이 더 적은 곳에서도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노이즈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풀어볼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아이폰12 프로 맥스에만 적용됐던 센서 시프트가 모든 아이폰13에 적용돼서 작은 흔들림에서 센서를 안정적으로 고정해주는 기능이다.
카메라에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는 시네마틱 모드가 더해졌다. 이는 영화처럼 초점을 옮기는 속도를 자연스럽게 조정하고, 화면의 내용에 따라서 초점을 옮기는 것이다. 주인공이 카메라를 보다가 다른 곳을 쳐다보면 그 방향으로 초점을 옮기는 식이다. 이는 머신러닝을 통해 화면 속 요소를 읽어 들이면서 가능하게 된 기능이다.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비롯해 애플이 지향하는 프로세서의 성능은 직접적인 처리 속도 외에 이미지 처리와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13은 2.5시간, 미니는 1.5시간 더 오래 쓸 수 있고, 아이폰 13 프로 역시 1.5시간, 맥스는 2.5시간 더 길어졌다. 이는 프로세서의 저전력 설계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화면 밝기도 밝은 곳에서 아이폰 13은 800니트, 아이폰 13 프로는 1000니트까지 올릴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프로세서가 소비하는 전력을 낮추어서 디스플레이가 더 밝은 빛을 내는 데에 쓰고, 배터리 지속 시간도 늘린 셈이다. 반도체가 직접적인 성능보다 더 큰 경험 차이를 만들어주는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애플이 직접 프로세서를 만드는 이유도 이런 기기의 방향성을 칩부터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9세대, 아이패드 미니 6세대
이례적으로 아이패드가 아이폰과 함께 공개됐다. 이는 다음 이벤트에서 맥이 더 높은 비중으로 소개될 것이라는 힌트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새로 소개된 아이패드는 9세대 아이패드와 6세대 아이패드 미니다.
9세대 아이패드는 프로세서를 A13 바이오닉 칩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제품의 주 역할은 여전히 교육 시장에 잡혀 있다.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등장했지만, A13 칩은 여전히 가장 빠른 프로세서 중 하나다. 애플은 크롬북보다 3배, 안드로이드 태블릿보다 6배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인데, 기본 용량을 64GB로 올리고, 329달러부터 판매한다. 교육용은 299달러로 이전과 같다.
올해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아이패드 미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2012년 처음 등장한 이후 10년, 5세대째 디자인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6세대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에어와 디자인의 결을 함께 한다. 옆면을 직선으로 깎아냈고, 홈 버튼이 사라진 전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아이패드 프로처럼 페이스ID를 쓰지는 않고, 전원 버튼이 터치ID로 쓰인다. 아이패드 에어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화면 크기는 기존 7.9인치에서 8.3인치로 커졌는데, 디자인이 달라지면서 테두리의 폭을 줄일 수 있었고, 화면 비율도 기존 4:3에서 조금 길어진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미니와 같아 보인다. 당연히 충전 단자도 USB-C로 바꾸었다. 아이폰은 여전히 라이트닝 포트를 쓴다.
아이패드 프로에 적용된 센터 스테이지 기능은 두 아이패드 모두에 적용된다. 디지털 줌 기능을 이용해서 화상 회의 등에서 사람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러운 화면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기능인데, 소프트웨어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트루뎁스 카메라와 관계없이 새 기기에 모두 적용됐다.
#애플워치 시리즈 7
애플워치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일단 화면이 커졌다. 이전 제품에 비해 20%가 더 넓어졌고, 초기 화면인 시리즈3에 비하면 50%가 크다. 화면이 커진 가장 큰 이유는 테두리를 극단적으로 줄인 것 때문이다. 애플워치 시리즈 7의 테두리는 1.7mm로 이전과 비교하면 테두리가 거의 없다시피 해 보인다. 특히 유리 바깥쪽을 둥글게 가공했는데 옆면에서 봐도 화면이 비춰 보일 만큼 극단적으로 디스플레이 공간을 뺀 것이 눈에 띈다.
기기의 크기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모양은 약간 변했다. 모서리를 더 둥글게 처리하면서 커진 화면이 시계 크기에 변화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크기가 기존 40mm와 44mm에서 41mm, 45mm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금 커지는 것을 떠올리는 게 어색하진 않다. 다만 기존에 쓰던 애플워치 밴드는 모두 쓸 수 있다.
큰 화면은 단순히 외관의 변화뿐 아니라 워치OS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동안 애플워치에 글자를 입력하려면 음성으로 말을 하거나 손글씨를 썼는데 화면이 커지면서 작은 사이즈의 QWERTY 키보드가 더해졌다. 화면이 작지만 입력 정확도는 머신러닝으로 입력의 의도를 읽어내는 방식이다. 또한 기본 UX의 버튼도 더 크고 누르기 쉽게 뜬다. 무엇보다 큰 화면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눈에 띈다. 텍스트 기준 50%까지 더 많은 정보를 띄울 수 있다.
애플은 새 애플워치의 프로세서를 명확히 공개하진 않았다. S7 프로세서가 쓰이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 칩이 쓰였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애플은 프로세서 성능을 강조하는 대신 대기 시에 화면 밝기를 70% 높였다고 밝혔다. 이는 프로세서가 쓰는 전력 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서 그만큼을 디스플레이에 할당할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배터리 이용 시간은 여전히 18시간인데, 이전 세대들처럼 그 이상 쓰는 데에 문제는 없을 듯하다.
대신 충전 속도가 빨라졌다. 애플워치 시리즈 6도 충전속도가 높아진 편인데, 이번에는 33% 더 빨라져서 45분이면 80%까지 채울 수 있다. 또한 8분만 충전하면 8시간 동안 수면 추적을 할 만큼 채워진다. 워치OS는 점차 수면습관을 비롯해 자는 동안의 상태를 체크하는 기능이 더해지고 있는데, 애플워치를 종일 차고 있으려면 배터리 이용 시간이 넉넉해야 한다. 기기의 경험을 줄일 수는 없으니 애플워치로서는 충전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새로운 건강 상태 체크 기능이 더해지지는 않았다. 애플워치 시리즈 7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계로서의 미적인 부분, 스마트워치의 가장 중요한 디스플레이, 그리고 입력에 대한 딜레마를 푸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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