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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가야산 자락에서 조선시대 숲과 마을 여행, 경북 성주

오래된 마을숲과 한옥마을, 세종대왕자태실까지 볼거리 쏠쏠

2021.09.14(Tue) 11:04:48

[비즈한국] 가야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상북도 성주군은 낙동강을 경계로 동쪽의 대구와 맞닿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해인사가 있는 합천과 광역시 대구에 비해 유명세가 덜하지만 오래된 숲과 한옥마을, 세종대왕자태실까지 곳곳에 볼거리가 쏠쏠하다. 자연과 역사,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성주 여행을 떠나보자. 

 

조선시대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만들어진 성밖숲. 수령 300~500년의 왕버들 55그루가 ​지금도 ​남아 있다. 어른 두세 명이 손을 잡아야 겨우 감싸 안을 만큼 줄기가 굵은 왕버들숲은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아름드리 왕버들 휴식처, 성밖숲 

 

조선시대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만들어진 마을숲 ‘성밖숲’은 성주읍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변에 조성되었다. 당시에 유행했던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안녕을 위해, 실질적으로는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돌로 쌓은 성주읍성은 사라졌지만, 성밖숲에는 지금도 수령 300~500년의 왕버들 55그루가 남아 성주 주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성밖숲은 성주읍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변에 조성되었는데, 마을의 안녕과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사진=구완회 제공

 

어른 두세 명이 손을 잡아야 겨우 감싸 안을 만큼 굵은 줄기의 왕버들숲은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데, 나무그늘마다 어두운 곳 좋아하는 맥문동이 자라 해마다 7, 8월이면 연보라 꽃들이 장관을 이룬다. 성밖숲 옆 널찍한 잔디밭은 아이들이 뛰놀고 숲 사이 산책로에는 쉬엄쉬엄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 야간 산책도 가능하다.  

 

#가야산 자락 야생화 꽃밭, 가야산야생화식물원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품은 가야산의 야생화를 주제로 한 전문식물원이다. 1층에는 야생화와 나무이야기, 황조롱이의 생태, 열두 달 식물이야기 등이 전시되었고, 2층에는 고생대식물과 양치류의 화석이야기, 식물표본관, 곤충과 희귀나비표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복수초, 앵초, 복주머리란 등 약 660종의 나무와 야생화를 심어놓은 야외전시관은 모두 5개의 테마로 구성되었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품은 가야산의 야생화를 주제로 한 전문식물원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야생화학습원에선 할미꽃과 노랑할미꽃 등 비슷한 야생화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야생화 꽃밭이라 부를 만한 관목원에선 이른 봄부터 초겨울까지 야생화 관찰이 가능하다. 가야산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거대한 만물상과 맑은 날이면 멀리 대구까지 보이는 전망대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야생화로 직접 만든 80여 종의 꽃차를 팔고 있는 판매장에서는 ‘오늘의 꽃차’를 공짜로 맛볼 수 있다.

 

#세종 때 문 연 성산 이씨 집성촌, 한개마을 

 

안동에 하회마을, 경주에 양산마을이 있다면 성주에는 한개마을이 있다. 영취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청룡등과 백호등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앞으로는 이천과 백천이 합류하여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주 한개마을.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75채의 전통가옥은 대부분 18~20세기 초반에 걸쳐 지어졌다. 사진=구완회 제공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개마을이 처음 문을 연 것은 조선 세종 때. 당시 진주목사를 역임했던 이우가 마을을 개척한 이래 그 후손들인 성산 이씨들이 모여사는 집성촌이 되었다. 대대로 과거 합격자가 많이 나왔으며 높은 학문과 독립운동 등으로 역사를 이름을 남긴 인물도 많이 배출하였다. 현재 마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75채의 전통가옥이 남아 있는데, 대부분 18~20세기 초반에 걸쳐 지어진 집들이다. 지붕과 대청, 부엌, 툇마루 등이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가재도구와 의복, 생활용품 등 옛 생활의 흔적도 잘 남아 있다.

 

#조선 태실의 모든 것, 세종대왕자태실 

 

세종대왕의 왕자 18명과 손자인 단종의 태를 봉안한 곳이다. 우리 조상들은 아기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탯줄의 생명의 근원이라 여겨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히 보관했다. 특별히 왕실에서는 왕자나 공주가 태어나면 태실을 만들어 그 태를 봉안했다. 지금도 많은 조선시대 태실이 남아 있는데, 그 중 왕자태실이 완전하게 군집을 이룬 것은 세종대왕자태실이 유일하다.

 

전체 19기 중 14기는 조성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한 다섯 왕자의 경우에는 연꽃잎이 새겨진 대석을 제외한 석물이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다. 세조 태실의 경우에는 즉위한 이후 특별히 비석을 따로 세워두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태실문화관에서는 조선시대 태실의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세종대왕의 왕자 18명과 손자인 단종의 태를 봉안한 세종대왕자태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한 다섯 왕자의 경우에는 연꽃잎이 새겨진 대석을 제외한 석물이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성밖숲 

△위치: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길 일원

△문의: 054-930-676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가야산야생화식물원  

△위치: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식물원길 49

△문의: 054-931-1264

△관람시간: 10:00~18:00,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휴무

 

한개마을 

△위치: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문의: 054-930-676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세종대왕자태실 

△위치: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세종대왕태실로 639-18 

△문의: 054-930-837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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