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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한 국책 연구 보고서, 왜 지금 나왔을까

정부 산하 연구원 4곳 공동연구…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신랄하게 평가

2021.09.13(Mon) 14:22:57

[비즈한국] 얼마 전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에 제도권 부동산 전문가가 나와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면서 아파트 시세 상승의 몇 가지 원인을 이야기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이 한 채 더 사려고 하니까 오른다.

·2030이 청약에 당첨되지 못하고 기존 아파트를 매수하니까 오른다.

·법인 투자 등 규제의 빈틈을 주니까 오른다.

·자전 거래로 오른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올린다. 

·단톡방에서 올린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현재 여당 부동산 자문을 하는 전문가라고 알고 있다. 이런 단편적인 인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자문을 하고 있으니, 지난 4년 5개월 동안 나왔던 부동산 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2021년 9월 7일 놀라운 리포트가 발표되었다.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719페이지의 엄청난 부동산 정책 리포트다. 리포트 작성에 참여한 연구기관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등 소위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원들이다.

 


리포트 내용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지금까지 4년 동안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지지했던 국책연구원에서 발표된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조목조목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리포트의 세부 내용을 이번 칼럼에 소개할 수는 없다. 양이 방대하므로. 하지만 꼭 일독을 권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연구 보고서의 결론 일부만 발췌해서 소개하겠다.

 

“그것도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실물가치가 상승한 결과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오류 또는 의도적 정책실패로 인해 거래는 실종된 채 명목가치만 올라버린 결과인 것이다.”

 

“이 연구에서처럼 부동산시장을 생산, 공급, 유통, 소비(투자)로 나눈 것만으로도, 전문가의 눈에는 정책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여기에 다시 개인과 법인·단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개인 투자와 펀드 투자라는 다양한 관점을 더하게 되면 수없이 많은 제도적 허점들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제도적 허점들을 보고서에 조목조목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부동산 문제를 오래 고민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나눈 것만으로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믿어 왔고 성원했던–현 정부를 포함하여–역대 정부들이 어떤 어리석은, 또는 탐욕스런 정책을 펼쳐왔는지도 그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중요하다. 만일 역대 정부들이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하고 있는 공공 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다면 공공 부문이 선도하여 부동산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되었고, 정치가와 공직자들 역시 자신의 실적과 성과를 위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이를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실정(失政)의 책임을 일반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들을 향해 징벌적 과세(課稅)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든 것이다. 순서가 이미 잘못되었고,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다.”

 

“왜냐하면 시장에 대한 대응의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있어야 하는 것이지, 시장을 억누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이 시장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사안이며,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형사정책은 보조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정책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이른바 거래절벽이나 매물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불요불급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된 정책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를 움직이는 책임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들도 이 연구의 상황인식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 대책 마련에 앞서–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현 상황을 정직하게 이실직고하여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냉정히 말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 시세가 오른다 내린다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거의 매일 공급에 대한 설명만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연일 집값 고점에 대한 우려가 있으니 매수를 자제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곧 아파트 시세가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 확실하다면 공급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공급을 급하게 늘리려는 것 자체가 수요 억제책으로는 시장 가격을 잡을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면 상승 이유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해결을 하면 된다. 99% 수요 공급 문제다. 문제점은 제대로 진단도 하지 않고 무조건 매수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나오는 정책들이 지난 4년 5개월의 시장 결과였다.

 

리포트의 마지막 문구로 칼럼을 마무리하자.

 

“현 상황을 정직하게 이실직고하여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냉정히 말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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