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주 독일 뮌헨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대규모로 전시회가 열렸다. 기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뮌헨으로 옮겨 ‘IAA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막을 올렸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장소만 옮긴 게 아니라 자동차에 국한된 ‘모터쇼’가 아닌 미래 이동수단 전반을 위한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그만큼 전통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플레이어보다 혁신을 가져다주는 스타트업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네덜란드 화물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Dockr
이번 IAA 모빌리티에서 단연 주목받은 분야는 ‘자전거’ 관련 모빌리티 기업이다. 자전거는 미래 모빌리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라스트 마일’, 즉 이동 및 물류에서 소비자와 목적지에 당도하는 최종 단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전기 자전거와 관련한 다양한 솔루션이 등장했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핵심 운송 수단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 자전거가 이동 수단에서 화물을 운반하는 ‘물류’ 분야의 혁신 솔루션으로 꼽히면서 화물 자전거 관련 스타트업들이 많이 참여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곳은 화물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덜란드의 도커(Dockr)다. 화사한 핑크색 바탕의 로고에 스타트업치고는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6명 정도의 직원이 상주했다. 전시회장의 문이 닫힐 즈음에는 맥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타트업 구역(Startup Area)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주름잡았다고 할까.
Dockr는 2018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됐다. 도시 내의 소규모 화물 운송을 하는 우편 및 택배 서비스, 호텔 및 레스토랑 등의 배달 서비스, 지역 기반 상점의 배달 서비스를 타깃으로 하는 B2B 사업으로 전기 화물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주로 제공한다. 최소 한 달 단위로 구독할 수 있는데 수리, 관리, 보험 및 유지 보수 비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24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도록 Dockr의 서비스 직원이 고객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예방 차원의 정비를 진행한다고 한다. 영업일 기준 2일 이내에 자전거 수리가 안 될 경우는 대체 자전거를 무료로 제공한다.
특이한 점은 고객의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 화물칸을 맞춤형으로 제작해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와인처럼 깨지기 쉬운 병류를 운송하는 업체를 위해서는 맞춤형 화물칸을 직접 제작해서 손실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Dockr의 독일어권 지역 CEO 샤람 레자사데(Shahram Rezasade)는 “독일항공우주센터(DLR)의 모빌리티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등으로 운송되는 화물의 23%는 모두 화물 자전거로 대체될 수 있다. 독일에서는 탄소 중립 계획에 따라 연방교통부에서 ‘국가 자전거 계획 3.0’을 발표해 전체 운송 수단 중 자전거를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 이어서 유럽에서 독일로 가장 먼저 진출했다”고 밝혔다. Dockr은 뮌헨을 기반으로 독일뿐 아니라 유럽 대도시로 빠르게 확장할 계획이다.
#독일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스타트업 DeepDrive
이번 IAA 모빌리티는 전기차 전시회를 방불케 할 만큼 전기차에 관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전기차가 그만큼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관련 부품과 충전 등 전기차 생산에서 사용까지 전 과정에 해당하는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독일 뮌헨에 기반을 둔 딥드라이브(DeepDrive)의 플러그앤플레이 형식의 전기차 스케이드보드 플랫폼이 눈에 띄었다.
DeepDrive는 올해 막 설립된 따끈따끈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전기차보다 최대 20%가량 전기를 절약할 수 있게 만든 고효율 기어리스 휠 허브 드라이브를 개발했고 이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고자 IAA 모빌리티에 참여했다. 갓 시작한 기업이라 해도 품질만은 검증받았다. 이 기술의 프로토타입이 세계적인 연구소인 브레멘의 프라운호퍼 제조기술 및 응용 재료 연구소(Fraunhofer IFAM)의 테스트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DeepDrive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말 그대로 위에 차체가 얹어지면 차량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여, 라스트마일 운송용 모빌리티를 위한 XS, 적은 수의 승객을 태우는 로보 셔틀과 같은 작은 규모의 이동용 모빌리티를 위한 S, 일반적인 수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자가용 크기의 M, 도시 내를 운행하는 조금 큰 차량 정도 크기인 L까지 다양한 규모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공동창업자이자 재무 전략을 맡은 펠릭스 포엔바허(Felix Poernbacher)는 “한국도 모빌리티 분야에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전기차 생산 회사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중에 나온 전기차는 기어박스에서 생성되는 열 손실로 에너지의 30%가 소모된다. 이는 주행 거리상 100km, 비용으로 치면 3000유로 정도의 추가 비용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딥 드라이브의 플랫폼은 저비용 고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전기차용 반도체 스타트업 Silicon Mobility
실리콘 모빌리티(Silicon Mobility)는 프랑스 남부의 소피아앙티폴리스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2015년 설립되었다. 실리콘 모빌리티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혁신적인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해 실리콘밸리를 비롯, 뮌헨, 일본, 중국 등에 지사를 두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스타트업이다. 전기차의 대량 생산을 위해 반도체 아키텍처인 FPCU는 물론 이를 차량에 적용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개발해 전과정 수직 통합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 솔루션은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에너지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려준다.
실리콘 모빌리티의 솔루션을 통해 전기차의 전력 변환 시스템을 제어하고, 이를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전기 모터의 크기, 무게, 열을 줄여 비용도 절감해준다. 이 풀 스택 제품은 기존 Tier1 회사들뿐만 아니라, 자동차 OEM사까지 다양한 층위에 공급될 수 있다. 실리콘 모빌리티는 이번 IAA모빌리티에서 PwC에서 주최하는 Next Level Startup Challenge에 선정돼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인 ZF와 멘토링·협업 기회를 얻었다.
피칭에 나선 실리콘 모빌리티의 엔지니어 모하메드 켈리(Mohamed Keli)는 “실리콘 모빌리티의 OLEA 솔루션은 미래 모빌리티, 특히 전기차에서 실시간 설계로 타이밍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으며, 개방형 아키텍처로 특정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아 고객사에서 신속한 개발과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피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현대 등 자동차 업계를 이끌어 가는 전통 자동차 기업들도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어떤 플랜을 그리고 있는지 앞다투어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아직은 존재감이 크지 않은 작은 스타트업들의 부스는 모빌리티 분야의 미래처럼 보였다. 이제 막 설립된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 고유의 기술로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스타트업까지. 그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이들이 제안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전통 대기업들과 만나 얼마나 거대한 시너지를 발휘할까. IAA 모빌리티에서는 이 많은 가능성을 한자리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독일 뮌헨=이은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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