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에너지솔루션이 잇따른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리콜 사태로 연내 IPO(기업공개·상장) 추진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자금 수혈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웧 LG그룹의 미래사업으로 꼽힌 배터리 사업 육성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시켰고, 올해 상장을 통해 신규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주목을 받아왔다. 기업가치만 50조 원, 공모 금액은 10조 원 규모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상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LG 측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배터리 화재 사태와 관련해 공동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리콜 비용 확정과 충당금 반영, 배터리 제품 신뢰 회복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GM의 입장도 강경하다. 리콜 대상은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생산된 GM의 볼트 EV다. GM은 볼트 EV의 생산 재개를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신할 때까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차량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화해 GM에 납품한 것이다.
GM은 추가 리콜까지 고려할 경우 리콜 비용이 최대 20억 달러(약 2조 386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달 블룸버그는 볼트 전기차의 리콜 비용이 총 18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GM과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은 화재의 원인 결함에 대해 조사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이번 손해에 대한 분담 비율을 정할 계획이다. GM은 이 중 상당 부분을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측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실린 코나 EV를 포함해 8만여 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리콜 사태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 비율은 약 70%였다.
현대차와 GM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ID.3와 재규어 I-페이스(Pace) 등의 EV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점 역시 향후 상황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리콜 제품에 대한 분석과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제품 이상 여부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추가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작업에 막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10월 중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GM 리콜 사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리스크 해소에 무게를 두고 상장 재추진 시점을 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GM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IPO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를 10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이 지연될수록 전 세계에 거점을 둔 생산공장 건립 계획과 관련해 투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 GM과 2개의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폴란드와 중국에도 2025년까지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와는 인도네시아에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 독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러한 생산라인 확대에 필요한 자금은 상장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배터리 리콜 사태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0월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숨가쁘게 일정을 소화할 경우 12월에는 상장을 완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증권가 관계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연이은 대규모 리콜 사건으로 충당금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리한 상장 추진은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에 리스크 해소 전엔 무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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