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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세훈이 시작한 성북5구역 재개발, 도심공공주택사업도 '고배'

2월 공공재개발 이어 연이어 후보에서 빠져…주민들 "10년 전 사업인가 해놓고…낙후한 현실을 봐달라"

2021.09.09(Thu) 10:53:07

[비즈한국]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성북5구역(옛 성북3구역)이 공공재개발에 이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주민들은 성북5구역이 소방도로, 도시가스 등 기반시설조차 확보되지 않은 낙후된 지역이라며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서울시, 국토부 등 관계기관은 성북5구역이 기본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공공 주도의 재개발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북5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소가 위치한 성북구 성북동 58-20 안쪽 길로 들어서면 좁고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노후 주택가가 나온다. 일부 구간은 계단이 있지만 계단 없이 가파른 언덕으로 방치된 구간도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성북5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소가 위치한 성북구 성북동 58-20 안쪽 길로 들어가면 좁고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노후 주택가가 있다. 일부 구간은 계단이 설치돼있지만 계단 없이 가파른 언덕으로 방치된 구간도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노후도 84%인데 연면적 노후도가 걸림돌

 

“신축(빌라)들이 저렇게 들어서는데 이젠 다 틀렸다.” 7일 오후 성북5구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연이은 재개발 부지 선정 탈락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는 될 줄 알았다’고 낙담하는 주민 뒤로 빌라 두 채의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축 빌라가 낙후도를 낮춰 향후 재개발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성북구 성북동 3-38 일대 성북5구역은 노후한 저층 단독·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곳이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10분 거리다. 2017년 구역지정해제 이후 재개발이 멈춰 있던 성북5구역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로 인해서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재개발이 추진되기 어려운 지역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과 같은 공공시행사가 주도해 주거환경 개선에 나서는 사업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버거운 좁은 골목길, 눈비에 속수무책인 언덕과 계단, 방치된 노후주택들. 사업성 부족으로 일찍이 민간 개발을 포기한 주민들은 정부 주도의 공공재개발에 강한 열망을 보였다. 주민들은 구역 범위를 재정비하고 이름도 ‘성북3구역’에서 ‘성북5구역’으로 바꿨다. LH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곳의 노후도는 84%다. 건물 20채 중 17채꼴로 노후건물이라는 뜻이다. 공공재개발 공모 당시 주민동의율은 60.3%를 기록해 서울 25개구 후보지 가운데 5위에 올랐다.

 

공공재개발에 제동이 걸린 사이 성북5구역 곳곳에는 신축 빌라가 세워지고 있다.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 없이 노후도만 낮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공공재개발에 제동이 걸린 사이 성북5구역 곳곳에는 신축 빌라가 세워지고 있다. 주민들은 주거 환경 개선 없이 노후도만 낮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무분별 재개발 막으려던 ‘뉴타운 출구전략’, 형평성 논란

 

하지만 성북5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올해 2월 서울시가 추천 내용을 재검토하라는 취지로 성북구청에 서류를 돌려보내면서다. 연면적 노후도가 44%에 불과하고 도시재생사업 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성북5구역이 적용받는 ‘2025년 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2015년도부터 서울에서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30년 이상 된 건물 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하고 연면적은 60% 이상이어야 한다. 노후 건물 수 요건만 있던 ‘2010년 기본계획’보다 깐깐한 기준이다. 인근 성북1구역은 건물 노후도가 전체의 70%대로, 성북5구역보다 낮지만 정비구역 예정지로 남아 있어 완화된 요건을 적용받았다. 건물 노후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셈이다.

 

성북5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이 같은 기준 적용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추진위는 관리처분인가를 목전에 둔 2017년 서울시가 직권으로 구역지정을 해제한 점을 지적했다. 2008년 구역지정, 2011년 사업시행 인가를 얻어냈음에도 연속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논란의 근원은 2017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추진한 ‘뉴타운 출구전략’과 ‘주거정비지수제’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2단계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정비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고, 주민투표에서 사업 찬성률이 과반이 되지 못하면 시장이 직권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조례를 만들었다. 도시정비법상 원칙적으로 토지 소유자 과반의 요청이 있어야 하고 주민투표에서 반대표(해제에 찬성)가 절반을 넘어야 하는 ​정비구역 해제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여기에 연면적 노후도를 정비구역 요건에 포함한 주거정비지수제는 재개발사업 신청 문턱을 높였다. 실제로 주거정비지수제가 도입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지는 한 곳도 없다.

 

모현숙 전 성북5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10여 년 전에도 주거환경 개선의 시급성을 인정해 인가한 이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2025 기본계획을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 이에 반발해 법무법인 2곳에서 ‘2010 기본계획을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법률의견서를 받아 성북구청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 “과거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단순히 언덕 끝에 빨래방을 설치하는 방안이었다”며 “공공재개발 공모에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시·성북구청과 간담회를 열고 ‘도시재생사업 구역 해제’를 위한 탄원서를 관할 도시재생과에 접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성북5구역의 건물 276동 중 74%에 해당하는 204동은 30년 이상 된 건물이다. 주택가 곳곳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선(위)과 기울어진 담벼락을 임시로 막아놓은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성북5구역의 건물 276동 중 74%에 해당하는 204동은 30년 이상 된 건물이다. 사진은 주택가 곳곳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선(위)과 기울어진 담벼락을 임시로 막아놓은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현장을 직접 보고 현실적 기준 적용해달라”

 

재개발구역 지정해제의 여파는 컸다. 올해 4월 성북5구역은 성북구청을 통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시범사업지에도 공모했다. 공공재개발사업지 선정에는 실패했지만 그만큼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가 컸다. 하지만 1종 일반주거지역·구릉지라는 이유로 후보에서 탈락했다. 6차 심사 발표가 난 8월까지도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릉지인 데다 아파트를 세울 수 없어 ‘고밀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사업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1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4층 이하 저층주택 중심의 주거지역으로 2종 일반주거지역​과 달리 아파트는 지을 수 없다.

 

다만 주거지역의 용도는 지자체의 심의에 따라 상향 여지가 남아 있다. 추진위 측은 서울시가 옛 성북3구역을 2종으로 상향했듯이 종 상향으로 숨통을 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모현숙 전 위원장은 “매번 사업성에 가로막혀 낙후된 지역이다. 관계부처 인력들이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공공 주도의 취지에 맞게 현실적인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강조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종을 배제하는 세부 요건은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협의해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현재는 도시계획상 연속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1종이 포함되지만 지자체의 완화 요청이 있다면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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