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라떼부장에 고함] '쫄보' 같은 심정의 당신에게 하고픈 말, "의심하지 마!"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 선수의 뜨거운 외침…주눅 든 이를 일으켜주는 '단단한 말의 힘'

2021.09.08(Wed) 17:16:13

[비즈한국] 8월 도쿄 올림픽대회가 끝나고 나니, TV 예능 프로그램 곳곳에 대한민국 ‘올림픽 영웅’들이 즐비하게 출연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올림픽대회 내내 회자가 되었던 잊지 못할 선수들이 이번에 참 많았지만, 채널 돌릴 때마다 가장 빈번하게 초대된 종목의 선수들은 다름 아닌 남자 국가대표 펜싱선수들이 아닐까 싶다. ‘라디오 스타’ ‘나 혼자 산다’ ‘신발 벗고 돌싱 포 맨’ ‘아는 형님’ 등, 이슈가 될 만한 예능 프로그램 곳곳에 이들이 출연하는 걸 보면서, 우리들의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의 인기가 남다른 지점까지 올라갔음을 확인했으니까.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경기력과 함께 멋진 팀워크를 보이며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준 대한민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4인방. 도쿄올림픽 출전 당시부터 ‘어펜져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해, 경기력만큼이나 수려한 비주얼까지 인정받아 국내 팬들로부터 ‘펜싱 F4’라는 별명까지 붙여질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사진=JTBC ‘아는형님’​ 화면 캡처

 

심지어 이들의 인기와 멋진 팀워크에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모먼트까지 더해지게 되었는데, 그 순간은 대중들에게 어록으로도 회자가 되기도 했다. 다름 아닌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 선수의 “의심하지 마~!”라는 뜨거운 외침이 그 화제 중심의 말이다. 올림픽 사브르 금메달 결승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후배인 오상욱 선수가 내리 실점으로 지고 있을 때, 선배인 구본길 선수가 마음을 담아 소리친 말. 마치 모두의 염원을 담은 듯한, 주문 같은 말이 허공에 외쳐진 순간, 오 선수의 움직임은 이윽고 달라졌고, 결국 경기는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구 선수의 뜨거운 응원 덕분일까. 본인의 판단과 움직임을 의심하지 않은 오상욱 선수의 깔끔한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된 뒤, 모 방송국 뉴스 인터뷰에 앵커가 구본길 선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의심하지 마, 펜싱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이렇게 오상욱 선수한테 외쳤잖아요. 그때 오상욱 선수가 사실 좀, 내리 실점을 하면서 흔들렸던 상황이었거든요. 어떤 의미로 오 선수에게 그런 응원을 한 건가요?”
 

사진=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화면 캡처

 

그러자 구본길 선수는 덤덤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심하지 마는 상대방을 의심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경기를 하다 보면 자기 동작에 자신이 없고, 자기 동작을 계속 의심하고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거든요. 긴장하다 보면 그렇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뒤에서 상욱이한테 ‘(네 동작에) 의심하지 마’라고 말한 건, ‘더 자신 있게. 네가 생각한 걸 그냥 그대로 더 자신 있게 하라’는 그런 생각으로 (상욱이한테) 그렇게 말을 한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 구 선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사람이 전하는 말의 힘은 참으로 신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날 펜싱 결승전에서 구본길 선수가 외쳤던 외침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구 선수가 이날 오상욱 선수에게 건넨 응원은 단순히 잘하라는 흔하디흔한, ‘힘 내~!’ ‘화이팅!’과는 다른 의미였다.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는 사람이니, 네 저력의 힘을 믿으라’는, ‘그런 너를 나는 믿는다’는 믿음의 염원이 담긴 말. 단순히 ‘기운 내’라는, ‘힘 내’ 라는 1차원적인 응원과는 격이 다른 말이다.

 

사진=SNS ‘신발 벗고 돌싱포맨’​ 화면 캡처

 

‘의.심.하.지.마!’ 이 다섯 글자에 담긴 말의 힘, 이 단어의 격조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상대에 대한 믿음을 이렇게나 단순하고도 단호하게 담은 말의 표현을 나는 지금까지 발견한 적이 없다. 그냥 막연히 ‘잘 될 거야’가 아닌, ‘네가 잘되는 건 당연해. 다만 너 스스로만 (생각이 많아 혹은 주눅이 들어) 못 믿을 뿐이야’라고 말해주는 건, 응원의 차원이 다르니까. 

 

혹시 요즘 심히 어떤 일에 자신이 없어 쫄려 있는가? 혹은 분명 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마무시한 긴장감에 파묻혀 스스로에게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가? 반대로 주변에 이런 상황의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브라카다브라’처럼 주문을 외듯이 나직하게 마음을 담아 외쳐주어라. “의.심.하.지.마!” 주눅 든 나에게, 혹은 그런 심경으로 지친 주변의 사람에게 이만큼 든든하고 따뜻한 염원의 응원은 다시 없을 것이다. 수식 어구 없이 담백하게 읊조려지는 이 옹골찬 말 한마디에 요즘의 필자는 마음이 쫄깃하게 단단해졌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단단한 말의 힘을 맛봤으면 좋겠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라떼부장에 고함] '꼬꼬무'에서 배우는 '청자 중심' 대화법
· [라떼부장에 고함] 방송인 홍현희를 '자존감퀸'으로 만든 제이쓴의 귀띔
· 소통 내공 33년 아나운서, 이금희에게 배우는 '인생여행 버팀법'
· [라떼부장에 고함] 대한민국 3대 남편에게 배우는 '시소'같은 관계 배려법
· [라떼부장에 고함] '척'하지 않는 방송인 김나영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