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주목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말 그대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일컫는다. 국내 기업들은 질병 예방, 진단, 치료 중 각자 콘셉트에 맞는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던 기업이 최근에는 치료 분야로 눈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유망하다는 인식은 동일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서 차별화된 뭔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대표적인 곳은 ICT 업계다. SK텔레콤은 AI(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통한 기억훈련 프로그램 ‘두뇌톡톡’을 일부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선보이고 있다. SKT 관계자는 “치매(인지저하증) 예방 서비스는 인지 능력 강화 훈련의 일종이다. 간단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퀴즈를 내는 식으로 두뇌 근육을 쓰게끔 한다”고 말했다. SKT는 사내 헬스케어 사업부를 2020년 6월 ‘인바이츠헬스케어’로 분사했다.
다른 ICT 기업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잇따라 진출했다. KT는 벤처기업 원더풀플랫폼의 손을 잡고 지난 3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AI로봇 ‘다솜이’를 통해 독거노인에게 복약 시간 알림, 대화 기능, 인지저하증 예방 콘텐츠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인지저하증 예방 가상현실(AR) 서비스를 하는 한컴위드와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고 시니어 헬스케어 사업에 한 발짝 다가섰다.
ICT 업계가 일상생활 관리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진단’에 주목하는 기업도 있다. 패션·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이랜드는 지난달 유전체 분석 한미합작법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건강 진단을 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객이 집으로 배송받은 DNA 키트에 침을 담아서 보내면, 이원다이애그노믹스가 이를 분석하고 이랜드가 상품을 추천한다. 이랜드는 바이오헬스케어를 신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예방이면 예방, 진단이면 진단 등 기업이 장점을 지닌 한 시장만 공략하는 게 지금까지 주된 흐름이었다면 최근에는 예방과 치료 등 여러 분야를 동시에 노리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선추적기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벤처기업 비주얼캠프는 당초 교육 업체들과 협력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발달인지 장애 등 질병을 개선하는 데 주목했는데, 최근에는 안구 건조증 등 질병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 임상 전 단계에 들어갔다.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임상 기간이 1~3년 정도라 의약품 임상보다는 부담이 덜한 데다 유망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안에서도 여러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생겨나는 것, 특히 ‘치료’ 영역으로도 사업 구상이 향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기는 했으나, 많은 기업이 정식 임상시험이 필요 없는 예방과 진단 분야에 진출해 큰 폭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 VC(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가 많아 대기업에만 유리한 면이 있었던 예방 시장보다는 치료 분야에서 벤처 기업들의 경쟁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과 비교하면 딱 중간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해 여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코로나19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헬스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는 131건의 디지털 헬스 기업 M&A(인수합병)가 이뤄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간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또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70% 정도는 치료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 산업 성장을 위해 정책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지점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정부에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지침,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 제품 판단기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등 다양한 규제개선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건강보험 수가 적용, 의료기기 인허가 등 법 제도 개선과 의료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국내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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