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성 패션플랫폼의 확장세가 무섭다. ‘동대문 기반’ 의류 플랫폼으로 시작한 에이블리, 브랜디, 지그재그는 최근 ‘브랜드 기반’ 의류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버티컬 앱을 넘어 뷰티, 홈 인테리어, 팬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슈퍼 앱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가 주력 소비층이기 때문에 플랫폼들의 영역 확대가 공격적이다. 여성 패션플랫폼 시장은 한동안 뚜렷한 1위 없이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라고 전망했다.
#브랜드 의류로 가로축, 뷰티·홈 인테리어·명품으로 세로축 확장
카카오스타일이 지난 3월 ‘지그재그’ 내에 오픈한 브랜드관은 7월 기준 거래액이 3월 대비 약 500% 성장할 정도로 빠르게 활성화됐다. 입점 브랜드 수도 초창기 100개에서 800개로 8배 증가했다. 뒤이어 ‘브랜디’가 4월, 브랜드 카테고리를 열어 전년 대비 월평균 매출이 2배가량 상승했다. 브랜디 측은 “트렌디한 Z세대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커버하는 슈퍼 앱으로 진화해 Z세대들의 쿠팡과 같은 종합몰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블리도 지난 2일 디자이너 및 스트릿·캐주얼 브랜드 상품만 모아 놓은 전용관을 오픈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소비자의 수요가 세분화되고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이를 반영하면서 확장 중이다. 에이블리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패션에서 뷰티, 라이프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으며 패션 안에서도 기존의 비브랜드 외 브랜드 전용관을 별도로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으로 가로축을 넓힌 여성 패션플랫폼들은 세로축도 키우기 시작했다. 뷰티, 팬시, 명품, 리빙 등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해 판매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앱인앱 형태로, 별도 앱을 출시하지 않고 기존 앱 내에서 노출되는 형태로 설계됐다.
앞서의 에이블리 관계자는 “의류와 여타 카테고리는 플랫폼 안에서 긴밀하게 적용된다. ‘이런 스타일의 의류를 선호하는 사람은 이 뷰티, 인테리어 용품을 선호한다’고 빅데이터에 기반해 제시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카테고리를 확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버티컬 패션 앱이 라이프 커머스로 확장하는 이유
이들이 버티컬 앱을 넘어 슈퍼 앱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이유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서다. 남성 패션시장을 무신사가 꽉 잡고 있는 반면 여성 패션시장은 여러 플랫폼이 뚜렷한 1, 2위 없이 긴 시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차별화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저격하는가’가 승부수가 될 거란 이야기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앱 모두 첫 화면에 알고리즘에 의한 개인 맞춤형 제품들이 뜬다. 최근엔 의류만 검색해도 빅데이터에 기반해 취향에 맞는 뷰티, 홈데코 제품까지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도입돼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쇼핑 스타일 차이도 판의 방향을 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비교적 남성은 록인(lock-in) 효과에 의해 이탈율이 적고 랭킹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성은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하고 쇼핑 자체를 놀이로 여긴다. 또 뚜렷한 목적 없이도 앱을 이용하는 케이스가 많은 여성의 쇼핑 특성을 고려해 플랫폼은 계속해서 패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카테고리를 세분화한다.
1020세대와 3040세대 여성의 쇼핑 패턴 차이도 있다. 1020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은 3040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과 비교해 판매 제품의 객단가가 높진 않지만 성장세가 매우 빠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이 지그재그, 브랜디, 에이블리 같은 젊은 패션 플랫폼에 집중하는 이유도 미래 주력소비층이 될 MZ세대의 소비력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기술력이나 입점 업체의 다양성은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됐다. 빠른 배송, AI 추천 등 순서에는 차이가 있어도 플랫폼들이 모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다. 개인적으로 이들 중 어느 하나가 시장을 장악하긴 힘들다고 본다. 경쟁을 통해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투자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 어떻게 이용자 유출을 막을 것인가가 순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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