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8월 31일, 4주 만에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기획재정부 등 4개 부처에 청년전담 기구를 신설하고, 교육부 등 5개 부처의 청년전담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일자리 예산을 늘리는 등 청년 일자리 확충에 노력해왔음에도 성과가 미비한 데다 최근 집값 급등까지 겹치면서 하락세를 보이는 청년층 지지율을 다잡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예산 쏟아 붓기에도 코로나19 등 악재에 일자리를 잃고 재취업 기회를 잡지 못하는 청년층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어서 부처 개편만으로 해결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정부는 8월 31일 38회 국무회의에서 기재부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4개 부처에 ‘청년정책과’를 신설하는 직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9월 7일부터 신설되는 각 부처 청년정책과 중 기재부는 범부처 청년정책 지원을, 국토부는 청년층 맞춤형 주거정책을,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 창업 지원을, 금융위는 금융생활 지원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또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5개 부처의 경우 청년 정책 관련 인원을 보강하기로 했다. 청년층의 고용난과 주택난이 악화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층 문제를 다룰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리고, 공공기관 채용을 확대하며 청년층 고용문제 해결에 주력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15조 9452억 원이었던 일자리 예산은 2018년에 18조 181억 원으로 급등한 뒤 2019년에는 21조 2374억 원을 기록하며 20조 원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일자리 예산은 급증해 2020년 25조 4998억 원에 이어 올해는 30조 1436억 원으로 20조 원을 넘어선 지 2년 만에 30조 원을 돌파했다. 내년 일자리 예산도 31조 3225억 원으로 늘어났다.
일자리 예산을 대폭을 늘렸음에도 일자리, 특히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초기로 원상 복귀된 상태다. 2017년 42.1%였던 청년층 고용률은 2018년 42.7%, 2019년 43.5%로 일자리 예산효과를 보는 듯 했으나 2020년 42.2%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악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이 늘어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불경기에 일자리를 잃은 뒤 오랜 기간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 일자리를 잃은 지 1년이 넘은 청년층 구직자의 수가 10만 9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8년 상반기(13만 1000명) 이래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 투입에도 청년층 일자리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청년층이 일자리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공급하는 공공일자리 혜택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탓이다. 내년에 정부가 예산으로 만드는 직접 일자리는 105만 개인데, 이 가운데 노인 일자리가 84만 5000개로 가장 많다. 반면 청년 대상 일자리는 2만 7000개 불과하다. 경제난으로 인해 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이 급랭한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청년을 위한 직접 일자리 지원이 미미한 셈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최악을 기록 중이다. 8월 26일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23~25일 NBS)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20대의 긍정평가는 33%에 불과했다. 이는 70세 이상 고령층(29%)를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30대 긍정평가는 45%, 40대는 59%, 50대는 42%, 60대는 37%였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임기 막판 여러 부처에 청년정책과를 신설하고 청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 등에 나선 것은 낮은 청년층 지지율이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며 “정부 일자리 예산이 고령층에 집중되고, 기업 신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부처에 전담부서를 만든다고 청년층 고용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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