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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도 체험' 코로나와 MZ세대가 바꾼 백화점 공간 브랜딩

체험·볼거리에 집중…'복합문화공간'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

2021.09.03(Fri) 14:31:46

[비즈한국] 높은 층고와 개방감 있는 통로, 널찍한 매장 간 너비와 환한 채광창, 곳곳에 위치한 카페와 예술 작품까지…. ‘B1층은 먹거리, 1층은 화장품’이라는 기존 백화점이 갖고 있던 공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한 층을 통째로 녹지공간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쇼핑하기 위해서가 아닌, 체험과 여가를 위해 백화점을 방문한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내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사진=박정훈 기자

 

백화점의 공간 브랜딩이 달라졌다.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던 과거와 달리 ‘머물고 싶은 공간’을 지향한다.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상품을 판매하거나 트렌디한 체험형 콘텐츠로 공간을 채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구매를 넘어서 ‘쇼핑’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려 한 다양한 시도가 있다. 3차원의 물리적 공간에서 줄 수 있는, 오프라인만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백화점이 변화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체험형 쇼핑의 부활…백화점들 신규 출점 나서

 

대형 백화점 3사는 올해 잇따라 신규 출점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초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롯데백화점 동탄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오픈했다. 최근 수년간 백화점의 신규 출점이 거의 없었던 데다, 대형 백화점 3사가 동시에 점포를 오픈한 건 2012년 이후 9년 만이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가 침체되고 온라인으로 쇼핑의 트렌드가 바뀌었는데도 이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오픈한 이유는 ‘체험형 쇼핑의 부활’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체할 수 없는 현장성이 역발상 트렌드로서 힘을 갖게 된 셈이다. 최근 대규모 체험형 매장, 팝업 스토어 등이 각광받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더현대서울 실내 공간. 높은 층고로 인해 개방감이 느껴지고 곳곳에 조경을 넣은 인테리어 덕분에 산책로 같은 편안함이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신규 오픈하는 백화점의 공간 브랜딩도 이러한 트렌드를 쫓아간다. 가장 먼저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판매 매장을 줄이는 대신 그 자리를 인공폭포·녹색공원과 카페 등 휴식공간으로 채웠다.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더현대서울과 공간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매장을 줄인 대신 넓은 체험형 공간을 배치하고 실내외 곳곳에 예술품과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도 카이스트 연구진과 손잡고 만든 체험형 과학관, 약 3400평 규모의 옥상정원, 아쿠아리움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신규 백화점 출점의 화두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같은 초고가 명품 브랜드 입점 여부, 서울·수도권 중심의 입지 조건 등이었다면 이젠 어느 정도 (국내 백화점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성과 지표에 변화가 생겼다.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두고 이번에 백화점 3사가 붙은 셈이다. MZ세대에 인기 있는 신진 브랜드 입점, SNS에서 핫한 맛집 입점 여부를 비롯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이용객의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은 얼마나 높은지 등이 종합적으로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자연·휴식·신진 브랜드…MZ세대 노린 공간 브랜딩

 

업계에선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백화점 공간도 그에 맞게 변화 중이라는 분석을 한다. 이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고 SNS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를 갖는다. 오프라인에서 즐기고 공유했더라도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거나, SNS를 통한 입소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배수현 브랜드경험 전략 컨설턴트는 “기존 세대에게 쇼핑은 곧 ‘구매’를 의했다면 MZ세대에게 쇼핑은 ‘문화적 놀이’다. 더현대서울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건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어디에나 있는 브랜드보다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브랜드가 다수 입점했으며, 천장에 햇빛이 들어오는 넓은 사운즈 포레스트는 식물원을 걷는 것처럼 여유 있게 느껴졌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MZ세대 사이에 낚시, 캠핑, 차박과 같은 휴식·자연이 주요 테마로 떠오른 점이 백화점의 공간 브랜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월 20일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니 게시글이 5000개 이상 떴다. F&B, 전시, 체험, 의류 등 여러 종류의 관련 게시글에서 MZ세대의 높은 관심도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포인트는 백화점 공간 구석구석에 녹아 있다. 고가의 유명 브랜드보다 메인 자리에 성수·한남·연남동 스타일의 취향이 살아 있는 브랜드가 입점한다거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공간 ‘브그즈트 랩’(BGZT Lab)이 입점하는 등은 기존의 백화점 공간에서 볼 수 없던 장면이다.

 

배 컨설턴트는 “백화점은 ‘나 백화점에서 샀어’ 식의 비싼 유통클래스와 의미가 다른,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입점한 브랜드와 상품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공간·아트의 여러 협업 프로젝트 등 더 신선한 기획이 필요하다. ‘더현대서울’,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와 같이 이름에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삭제해 기존과 아예 다른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거나 자체 홈페이지를 고객과 소통하는 하나의 채널로 생각해 색다른 구성을 주는 식의 시도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가장 먼저 오픈한 더현대서울의 실적이 나쁘지 않다. 뒤이어 오픈한 나머지 두 백화점의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다만 차별성을 유지하며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오픈에 따르는 반짝 인기인지, 지역의 랜드마크와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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