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논란 끝에 자진사퇴한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인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주요 자리에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조명되는 형국이다.
이런 인물들 중에는 뇌물 수수 혐의로 실형을 산 경찰 고위직 출신, 상해치사죄로 실형을 산 인사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은 지난해 8월 갑자기 정관을 변경해 상임이사 자리를 신설했다. 이어 경상원은 같은 해 11월 경찰 경무관 출신의 A 씨를 상임이사로 채용했다. 현 경상원 조직도를 보면 상임이사는 원장 바로 아래 직책으로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사업 전략부문을 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논란은 A 씨의 이력에서 비롯된다. 우선 그는 2009년 용산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경찰의 여론 조작에 연루돼 있는 인물이다. 당시 청와대는 참사 발생 후 여론조작을 위한 홍보지침을 내리다가 발각돼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청와대는 ‘홍보지침’이 담긴 이메일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재직중이었던 A 씨에게 보냈다.
당시 A 씨는 처음에는 이 사실을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자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 경찰 조직이 해명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조직을 옹호했다.
이후 A 씨는 경무관으로 승진했으나 특정 기업으로부터 수천만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2년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2015년에 출소했다.
A 씨는 출소 후 경기도 지역 화폐 운영사로 선정된 코나아이에 입사해 중국현지 법인 북경심걸과기유한공사 대표를 역임한 뒤 경상원의 정관변경 후 신설된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4월 경기도수원월드컵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상임이사)으로 취임한 B 씨는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상해치사죄로 징역 6년의 실형을 산 인물이다. B 씨는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난달 26일 불과 4개월 만에 재단 사무총장 자리에서 사퇴했다.
B 씨는 1997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면서 일반인 이 아무개 씨를 ‘경찰 프락치’로 의심하고 남총련 간부들과 집단폭행해 사망케 했다.
B 씨는 재판에 넘겨져 상해치사죄를 적용받아 징역 6년에 자격정지 3년을 확정 받았다. 이후 B 씨는 2002년 12월 특별사면·복권됐고 더불어광주연구원 사무처장, 경기도지사 비서관 등을 지내다 수원월드컵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을 맡았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으로 재직한 C 씨는 올해 7월부터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C 씨도 대학시절 한총련 5기 의장과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C 씨는 광주광역시 지역에서 사회복지 관련 활동을 해오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청장 후보로 출마하려 했으나 학생운동권 시절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다 그는 2019년 8월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에 취임했고, 약 2년만에 대선 캠프에 참여하면서 이재명 도지사를 돕고 있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이재명 도지사 취임 후 2018년 9월부터 시행한 ‘열린 채용’ 이후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린 채용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의 채용 기회를 확대한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전문성에서 의구심을 받는 특정 출신, 정치권 인사 외에도 A 씨, B 씨, C 씨처럼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도 등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측은 “도 산하 공공기관 인사 채용은 전적으로 각 산하기관 소임이며 도청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인사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집단 등의 심사를 거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며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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