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관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영화관의 매점사업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화관들이 대작 유치를 위해 티켓 판매 수익을 제작사와 배급사에 모두 몰아주면서 매점사업에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화관의 매점사업은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상영관 내 물과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 취식이 불가하기 때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GV의 2019년 매점사업 매출은 약 3213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는 약 879억 원으로 떨어졌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2019년 상품 매출은 약 1409억 원으로 상영 매출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약 359억 원으로 상품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메가박스의 경우 세부 업종별 매출은 공개하지 않지만 두 업체와 실적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영화관들의 매점사업 매출 부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CGV의 경우 올해 매점사업 매출 부진이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CGV의 상반기 매점사업 매출은 약 3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단순 계산으로 약 71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0억 원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매점사업은 영화관들이 어떻게든 살려내야 하는 사업으로 꼽힌다. 일단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티켓 판매에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CGV의 경우 티켓 판매 사업은 매출의 65%를 차지한다. 하지만 티켓 판매는 세금 10%를 제외한 수익의 절반을 배급사에 줘야 해 수익이 높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나머지 티켓 판매 수익마저 일부 배급사에 내주고 있다. 한국상영관협회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재 하에 영화 ‘모가디슈’와 ‘싱크홀’의 총 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화관은 배급사가 총 제작비의 50%를 회수할 때까지 티켓 판매 수익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한 영화관 업체 관계자는 “최근 개봉한 ‘모가디슈’와 ‘싱크홀’의 경우 티켓 판매 수익의 100%를 배급사에 줬다. 영업 손실이 큰 상황에서도 모험적인 자구책을 마련한 이유는 영화 산업의 순환 구조 개선을 위해서였다. 영화관은 이 산업의 1차 부각 시장이다. 영화관 매출이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제작사와 배급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작사나 배급사는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콘텐츠 제공을 연기하게 되고, 영화관에 볼만한 콘텐츠가 점점 줄어드니 관객은 더 감소한다. 이 피해는 다시 제작사와 배급사에 전달된다. 악순환이다. 이 구조를 개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영화관들은 티켓 판매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매점사업에 어떻게든 집중해야 한다. 매점사업은 원가 대비 수익률도 높다. 영화관이 원가를 제외한 수익 모두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14년 당시 영화관의 팝콘 원가는 L 사이즈 기준 613원, 판매가는 5000원이었다. 단순 계산해보면 팝콘 판매로 8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매점사업은 티켓 판매를 위한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영화관들은 배급사, 제작사와 협업해 팝콘과 음료 상품들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관객들을 유인하려 노력 중이다. 매점사업 활황으로 소비자들이 영화관으로 다시 모이면 광고 수익도 증가할 수 있다. 매점사업이 영화관을 살려낼 열쇠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영화관들은 매점사업의 불씨를 살려내려 노력 중이다. 포장 판매, 배달 판매 등 판매 경로를 늘리는 것이 그 예다. 또 다른 영화관 업체 관계자는 “영화관에 영화만 보러 오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팝콘을 먹기 위해 오는 소비자도 꽤 있다. 가족 단위 관객들이 그 예”라며 “포장, 배달 판매로 경로를 확대한 이유도 이런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팝콘 판매를 중단하는 순간 관객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관 내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한 건도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정부의 지침을 따르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영화관이 망하면 영화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영화관들이 자생할 수 있는 분위기나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1조 원대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기 피해자에 차관급 인사 포함
·
개체수 감소에 초점 맞춘 길고양이 중성화 개정안, '동물권'은 어디에
·
재고의류 업사이클링해도 부족한 기후위기시대, 재활용 외면하는 삼성물산
·
'좋아 보여서, 느낌이 좋아서' 굿즈 전시 '오브젝트 바이 프로젝트' 개막
·
탄소배출권 사고파는 전기차 테슬라…공유 전동킥보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