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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의류 업사이클링해도 부족한 기후위기시대, 재활용 외면하는 삼성물산

온실가스 10% 차지…한섬·신세계·코오롱 친환경 처리 노력 반면 삼성물산 소각 고집 "브랜드 가치 위해"

2021.08.26(Thu) 15:42:20

[비즈한국]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이 촉구되고 있다. 패션업계도 고민이 커졌다. 매년 발생하는 의류 재고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발생하는 의류 재고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 내 아웃도어 매장. 사진=최준필 기자

 

#넘쳐나는 의류 재고, 수출·소각 등으로 처리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의류 재고지수는 112.67(2015년=100 기준)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이내 가장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의류 소비율이 크게 줄어들면서 의류 재고가 넘쳐났다. 최근에는 재고량이 소폭 줄어, 2021년 2분기 재고지수는 99.86으로 나타났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의류 재고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개별 업체의 재고를 조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통계청의 재고지수로 대략적인 추이를 보는 정도”​라며 “​지수가 100보다 높아지면 재고량이 많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서는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의류 신상품은 백화점, 브랜드 대리점 등 1차 시장에서 판매를 진행한다. 시즌이 마무리될 때까지 팔리지 않은 재고는 아웃렛,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가격을 낮춰 2차 판매를 한다. 한국패션산업협회 관계자는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보통 3~4차, 길면 4~5차까지도 판매를 한다. 그렇게 판매하고도 남는 재고는 기부하거나 땡처리 업체에 판매한다”며 “땡처리 업체는 재고 의류를 해외 저소득 국가 등에 수출한다”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의 경우에는 재고 처리 방식이 다르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당해 시즌 판매되지 않은 의류 재고는 추가 판매 없이 소각한다.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앞서의 협회 관계자는 “고가 브랜드의 경우 정상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이 시중에 돌아다니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의류 재고가 생기면 추가 판매를 하기보다는 바로 소각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패션 업체 대부분도 의류 재고를 소각 처리해왔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 및 재고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의류 재고를 쌓아두면 관리비 등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 회사에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소각되는 의류를 한 해 330억 벌 수준으로 추정한다.​

 

한섬은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폐기 처리하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해 운영한다. 사진=한섬 홈페이지

 

#소각 의류 한 해 330억 벌, 재고 처리 방식 고민하는 패션업계

 

의류를 소각할 때 나오는 유해가스 등은 환경오염 주범으로 꼽힌다. 폐의류로 인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연간 120억 톤으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패션업계도 재고 처리 방식에 변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웃렛 판매 등을 통해 재고 물량을 최대한 소진하고 남은 것은 기부 및 재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시즌이 지난 제품은 2년 내 아웃렛 매장 등에서 판매하는데, 이를 통해 전체 물량의 98%를 소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연간 전체 물량의 2%가 최종 재고로 남는데 이 중 절반은 기부 방식으로 처리한다. 나머지 절반은 파쇄 후 재활용업체에 이관해 폐타이어 재료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며 “소각 대신 파쇄로 재고를 처리하는 이유는 소각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섬은 올해 초부터 재고 의류 폐기를 친환경 방식으로 바꾸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섬은 그간 출시 3년이 지난 재고 의류가 연평균 60톤(8만 벌)가량 발생했으며 이를 소각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재고 의류를 친환경 섬유 패널로 제작한다.

 

한섬 관계자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소각할 재고를 재활용하고 있다. 인테리어 패널로 제작하거나 이를 활용한 소품 등을 만든다”면서 “사회적기업과 함께 협업 중이다. 한섬은 사회적기업에 의류 재고를 제공하고, 사회적기업이 패널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래;코드(RE;CODE)’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통해 재고 처리 방식을 바꾸고 있다. 래코드는 소각 위기에 놓인 재고 3년 차 옷을 전혀 다른 콘셉트의 제품으로 제작한다. 코오롱FnC의 재고 의류나 코오롱그룹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에어백, 카시트 등에 사용되는 재고 소재를 활용하기도 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보통 2년 차 의류 재고까지는 아웃렛 등에서 할인율을 높여 판매하지만 3년 차 재고는 폐기를 논의하게 된다. 래코드는 이런 폐기 의류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브랜드”라며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재구매율이 높다”고 전했다. 

 

주요 패션 대기업이 재고 처리 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은 브랜드 가치 유지 등을 이유로 소각을 고집하고 있다. 사진=빈폴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처리 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재고 의류 전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한섬 관계자는 “기존의 소각처리 대비 친환경적 처리 방식은 비용도 많이 들고 처리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다만 환경 문제 등이 최근 화두이기도 하고, 지속가능경영의 연장 선상에서 점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오롱FnC 관계자도 “5~6년 전만 해도 비슷한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많았지만, 수익성 등의 문제로 대부분 사라졌다. 래코드는 올해 9년 차로 이렇게 오래 이어온 것이 업계에서는 없는 일”이라며 “재고를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 소량만 생산하다 보니 매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재고 물량 처리를 확대하기 위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패션업계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삼성물산은 여전히 소각 방식을 고집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년 차 재고까지 아웃렛에서 판매를 하고, 3년 차 재고부터는 소각한다”며 “현재는 소각 전 재고를 리사이클링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브랜드 가치 유지 차원에서 소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물산 측은 재고량이 많지 않으며, 친환경 상품 출시 등의 방식으로 환경보호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고는 아웃렛 판매를 통해 소진되고, 소각 재고 물량은 극히 적다”며 “빈폴은 재생 소재 및 충전재 사용, 동물복지 시스템 준수 다운(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사용, 환경오염 유발 물질 원단 사용 축소 등을 실천하고 있으며 에잇세컨즈도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적용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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