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시즌2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시즌제를 마무리하고, 오는 10월부터는 정규 방송에 편성된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꼬꼬무’는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팬층이 두꺼운 프로그램이다. 본방송도 인기가 좋았지만 유튜브 동영상은 누적 조회 수 1억 6000만을 기록했다. 그 정도로 콘텐츠 스토리 자체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즌 2를 마무리하며 출연진의 방송 소회를 돌아보는 자리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방송 소재 요청을 한 초등학생들의 손편지가 소개됐는데,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더 인상적이었다.
‘오대양 살인사건’, ‘삼풍백화점 사태’, ‘신창호의 탈옥’ 등 사회적으로 엄청난 화제가 되었지만,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문 사건의 ‘진짜 내막’을 주로 파헤쳤던 ‘꼬꼬무’.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남다른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이야기 자체다. 이야기를 특이하게 청자와 화자, 1 대 1로만 집중해서 보여준다. 재담가 장항준 감독을 비롯해 방송인 장도연, 장성규가 스토리텔러로 등장한다. 반면 그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청자들은 다양하다. 배우 장현성, 이이경, 모델 이현이, 방송인 김동현, 김이나 등 다양한 게스트가 참여해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다채로운 리액션으로 귀기울여 듣는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묻힌, 이 무거운 사건의 스토리를 화자와 청자 모두 반말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장항준은 특유의 회화적인 화법으로 청자를 압도하고, 장성규는 아나운서 톤의 전달력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장도연은 개그맨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그날의 사건을 흡입하듯 전달한다. 흥미로운 건 화자뿐 아니라 청자인 게스트들의 리액션이다. 스토리텔러의 말에 초집중한 게스트는 마치 자기 이야기인 듯 격분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들은 시청자의 감정을 중개하듯 리액션한다.
그래서 ‘꼬꼬무’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친한 친구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오가는 은밀한 대화를 엿듣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꼬꼬무’ 스토리는 항상 벌어진 사건의 ‘피해자 입장’에서 긴박하게 묘사가 된다는 점이 흥미를 더한다. 그러니 서스펜스는 더 농후해지고, 몰입도는 쭉쭉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철저하게 청자 중심의 스토리텔링을 기획한 제작진과 그 어떤 청자를 데려다 놓아도 몰입하게 만드는 출연진이 만든 결과다.
‘꼬꼬무’의 인기 이유를 살피면서 대화의 기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꼬꼬무’처럼 이야기는 결국 재미있어야 듣는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철저하게 청자의 기준에서 관심이 가고 매혹이 갈 만한 언어와 관점과 시각으로 묘사돼야 한다. ‘꼬꼬무’처럼 말이다.
청자 중심의 스토리텔링 관점은 타인과 흥미진진한 대화를 이어나갈 때뿐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적용할 만하다. 타인과 주고받는 대화는 ‘말’에서 힘을 얻어 관계를 확장하는 데에도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사람의 말,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는 때론 ‘내가 이 사람과 무척 친근해졌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상대에게 생생한 몰입감을 주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재미있어할 언어로 말해야 한다. 주변에 마음을 매혹하고 싶은 이가 있는가? 그렇다면 두세 마디를 하더라도 청자가 듣고 싶어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와 단어들을 선택해 대화를 시작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상대의 말에 호응하는 적절한 리액션 또한 잊지 말자. 말의 힘, 스토리의 힘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되니까.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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