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조용하게 끝날 줄 알았던 남양유업 매각 과정이 심상치 않다.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갑질 논란에 이어 불가리스 코로나19 효과 연구발표 지원 논란이 불거지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회사 경영권을 3100억 원 가량에 사모펀드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 가치를 고려했을 때 헐값이라는 평이 쏟아지자 입장을 바꿨다. 제값을 받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라 홍원식 회장 측의 행동이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눈물의 기자회견 후 급속도로 이뤄진 매각 결정
남양유업은 지난 5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회사를 넘기기로 결정했다. 그보다 한 달 앞선 4일에 대표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연구 발표를 지원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나온 조치였다. 홍원식 회장은 직접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회사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눈물까지 흘렸다.
부진한 실적도 고려한 조치였다. 2017년 영업이익 500억 원을 기록하며 갑질 논란에서부터 비롯된 불매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듯했으나, 2019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 2분기 역시 매출 2396억 원, 영업손실 212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1.9%(전년 동기 2441억 원) 감소, 영업손실은 78%(전년 동기 119억 원) 증가했다.
매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5월 27일 국내 우유 시장점유율 2위 업체 남양유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 53%를 경영권 포함 3107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43만 원대에 거래되던 주식 가격에 80% 프리미엄을 더한 평가금액이었다.
이후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 1년 동안 38만 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매각 소식과 함께 급등해 70만 원을 넘기도 했다. 남양유업이 가지고 있는 높은 점유율과 1조 원에 달하는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3100억 원이라는 매각 가격은 헐값이라는 평가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면 그간 갑질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포함됐다.
#헐값 얘기 나오자 달라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공시 기준, 자본만 1조 원에 달하는 남양유업을 3100억 원에 처분하겠다고 결정했던 홍원식 회장 일가는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던 홍 회장은 여전히 회장직을 지키고 있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해임됐던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가 최근 상무직으로 복귀했다. 차남 홍범석 상무도 임원으로 승진했다. 심지어 지난 7월 말 매수자인 한앤컴퍼니 측은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려고 했지만, 홍 회장 측은 참석하지 않고 연기를 결정했다.
한앤컴 측은 강력 반발했다. 홍 회장 측은 매각 결렬이 아니라 세부 조건이 조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한앤컴 측은 “명백한 주식매매계약 위반으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의지가 없거나 가격을 더 받으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매각 무산 가능성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3100억 원이라는 매각 금액을 더 올려받으려는 것 같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며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아들들을 임원에 앉힌 것은 ‘고용 승계’ 등도 고려한 것 아니겠냐”고 얘기했다.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앤컴의 반발에도 홍 회장 측은 LKB파트너스를 법률자문으로 선임하면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업 M&A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처음 주식매매 등 M&A 결정이 합의가 됐을 때부터 계약은 유효하다. 가격을 더 받고 싶어서 하는 ‘액션’이라고 하더라도 매수자 측에서 더 가격을 평가해주겠다고 하겠나”라며 “민사나 형사 등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양유업 측에서 일방적으로 연기한 임시주총은 다음달 14일 열릴 예정인데, 임시주총에는 새 사내이사 선임도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인수 예정자인 한앤컴 측은 쌍방 합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통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임시주총이 열리는 시점 전후로 매각이 실제 진행될지 아니면 ‘노쇼(NO-SHOW)가 날지 대충 결정이 되지 않겠냐”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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