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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는 출장 세차 때문? 근본 원인 따져보니

질보다는 최고가 입찰업체나 관리사무소·입대위와 친분 있는 업체 선정…"전자입찰제·적격심사제 도입해야"

2021.08.20(Fri) 14:19:00

[비즈한국] 최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출장 세차업체의 차량 폭발로 화재 사고가 발생해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출장 세차를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업계에서는 법 제정뿐만 아니라 아파트들이 출장 세차업체들을 선정하는 과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충남 천안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로 아파트 출장 세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 일을 계기로 음지에 있는 출장 세차를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출장 세차업체의 차량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스팀 세차를 위해 차에 실려 있던 LP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로 추정한다. 불은 지하 주차장으로 번졌고, 주차돼 있던 차량 600여 대가 손실됐다.

 

이번 사고로 출장 세차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쌓이고 있다. 출장 세차업체는 교통안전공단의 허가가 필요 없고, 세차장과 같이 사업 공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기에 지방자치단체 허가도 필요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규제도 없고 창업에 드는 비용도 적다 보니 출장 세차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법 제정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세차업체 선정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상 아파트 출장 세차는 관리와 입주민 편의를 위해 관리사무소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가 입찰을 통해 출장 세차업체를 선정한다. 입대위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아파트를 자체적으로 관리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관리법에 따른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주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의 전자입찰제를 통해 출장 세차업체들을 선정한다. 입대위는 공동주택 관리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리비, 유지관리이력, 입찰정보, 외부회계감사 결과 등 공동주택관리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K-apt의 전자입찰제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 입찰제의 낙찰 기준이 ‘가격’이라는 점이다. 한 아파트의 ‘세차에 따른 시설이용 업체 선정공고’에 따르면 최고 가격으로 입찰한 업체 2곳을 선정한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아파트는 세차업체의 질적 측면보다는 얼마나 많은 금액을 돌려주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한 출장 세차업체 관계자는 “입대위는 세차업체가 아파트 시설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적정 가격 이상은 입찰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돈이 우선시 되면서 세차업체가 어떤 장비를 쓰고 어떻게 세차를 하는지는 차선이 됐다. 그러다 보니 질 낮고 돈만 많은 세차업체가 아파트 세차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K-apt에 입찰 공시하지 않고, 관리사무소나 입대위가 입주민 동의 없이 출장 세차업체들과 수의 계약을 맺는 행위도 다반사라고 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새로 완공된 아파트의 경우 입대위가 꾸려지는 동안 관리사무소가 아파트를 관리한다. 관리사무소는 그 틈을 이용해 아파트의 용역 업체들을 자신들의 기준으로 선정한다. 입대위가 구성되면 관리사무소는 자연스럽게 용역 업체들이 아파트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입김을 넣는다. 그렇게 관리사무소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 관계자들과의 친분에 따라 업체가 선정돼 부실한 업체들이 계약을 맺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아파트라고 천안시의 아파트와 같은 화재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화재 당시 CCTV 화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화면 캡처


화재가 발생한 천안시 아파트의 경우 2017년 12월 사용 승인 후, K-apt 전자입찰제로 출장 세차업체를 선정한 적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대위나 관리사무소가 세차업체와 수의로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출장 세차업체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는 천안에서도 부자 동네로 꼽히는 곳에 자리한 아파트다. 고급 아파트는 아파트 관리를 위해 모든 세차업체에 영업을 열어줄 가능성이 적다. 대부분 세차업체 한 곳과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의 계약을 하더라도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보고 선택해야 한다. 최근 스팀 세차업체를 받지 않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스팀 세차로 인해 다른 입주민의 차량과 주차장이 더럽혀질 수 있고, LP 가스를 쓰는 탓에 밀폐된 공간에서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가 어떤 과정으로 스팀 세차업체를 선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입대위나 관리사무소 관계자 중 세차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스팀 세차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일각에서는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들이 K-apt의 전자입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입찰제에 ‘적격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적격심사제는 입찰 비리를 방지할 목적으로 계약 대상자를 면밀히 심사한 후 결정하는 제도이다. 입찰가격과 계약 이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실 업체 선정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 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업체 선정 방법으로 적격심사제를 선택했다. 세부 평가 항목에는 △기업 신뢰도(30점) △업무 수행 능력(30점) △입찰가격(30점) △사업제안서(10점)로 선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입찰가격의 순위를 최저가 순으로 정한다는 점이다. 공고에 따르면 최저 입찰가 업체를 1순위로 두고 나머지 업체는 4등급으로 나눠 순위를 평가한다. 또 선정된 업체라도 입주민 민원이 2회 이상 들어오거나 입찰 시 담합 등 부정한 방법으로 낙찰된 경우 계약이 무료처리 되는 등 계약 강도를 높였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돈보다는 입주민의 만족도와 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우선시해 적격심사제를 도입했다. 가격 이외에도 업체의 신용도, 실적, 기술자 보유, 서비스 능력 등을 두루 고려해 업체를 선정한다. 아무래도 가격 이외의 항목들도 함께 심사하다 보니 아파트의 요구사항 이행도와 입주민 만족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 출장 세차업체 대표는 “입주민의 편의를 위해 마련하는 서비스라면 입대위나 관리사무소가 업체를 더욱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 입주민의 사유재산인 지하 주차장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질 높은 서비스로 입주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여야 한다. 그러려면 심사위원들이 업체들이 어떻게 세차하는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입찰가는 그 후에 봐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출장 세차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SK에너지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그러나 아직도 음지에만 있으려 하는 세차업체들이 넘쳐난다. 탈세, 담합 등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출장 세차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이러한 업체들을 걸러낼 관련 규제 마련과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적격심사제 도입 등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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