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GS리테일이 배달앱 시장 점유율 2위인 요기요를 인수한다. GS25,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기존 사업의 물류망을 바탕으로 ‘가장 넓은 지역 범위에서 가장 빠른 배달’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유통 대기업인 GS리테일이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배송)에 뛰어들면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민, 쿠팡 등 배달업계 외에 이마트 등 전통 유통 대기업들도 퀵커머스에 진출하고 있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GS리테일은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8000억 원이다. GS리테일은 이 중 30% 지분에 해당하는 2400억 원을 투자하고, 20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위해 600억 원을 부담한다.
요기요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지난 2월 DH가 배민을 인수하며 기업결합을 신청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DH가 배민과 요기요를 모두 소유하면 시장의 90%를 차지하게 돼 독과점 우려가 있어서다.
#근거리 상권 겨냥…편의점·슈퍼마켓·드럭스토어도 즉시배송
퀵커머스는 코로나19 확산과 비대면 소비문화가 맞물려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편의점 사업을 하는 GS리테일로서는 퀵커머스의 기세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편의점과 퀵커머스는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타깃한다. 음식을 배달해 먹는 것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식료품과 생필품까지 즉시 배송을 이용한다면 편의점의 입지는 좁아진다. 편의점 기업이 퀵커머스에 발을 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GS리테일은 꾸준히 배달 역량을 길러왔다. 지난해 일반인 도보 배달자 전용 앱 ‘우친-배달하기’를 내놓았고 올해 6월에는 자체 배달 전용 모바일 앱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을 선보였다. 우딜은 자사 편의점과 슈퍼마켓 상품을 1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GS25 상품을 주문하려면 요기요나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이용해야 했는데, 자체 앱으로 배달 고객을 이끈 것이다. GS홈쇼핑은 GS리테일과의 합병을 앞두고 배달대행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2대 주주에도 올랐다.
GS리테일은 요기요의 높은 시장점유율과 향후 성장성, 온·오프 커머스의 시너지를 주목해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최소 5조 원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GS리테일은 자사 브랜드와 요기요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요기요 인수 이후 GS25, 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1만 6000여 개 소매점과 60여 개 물류 센터망이 결합된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소규모물류점포)를 통해 상품 구색을 폭넓게 갖추고 오프라인과의 시너지 창출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GS더프레시 330여 곳은 퀵커머스 거점이 된다. 전국의 GS더프레시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과 행사까지 그대로 퀵커머스를 통해 구현하고 익일 배송, 당일 배송보다 빠른 ‘즉시 배송 장보기’를 선보이겠다는 설명이다. GS리테일은 슈퍼마켓 중심의 퀵커머스 전략이 업계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민에게 밀리고 쿠팡에 치이는 요기요, 주도권 잡으려면
요기요는 업계 2위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배달 시장이 확장되고 이커머스와 대형 유통사까지 뛰어들고 있어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요기요는 점유율 30%로 2위를 차지했다. 59.7%로 1위에 오른 배달의민족의 절반에 불과하다. 3위 쿠팡이츠는 6.8%의 점유율을 보였지만 최근 관심도가 크게 올라 요기요를 맹추격하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올해 3~6월 배달앱 정보량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3위 쿠팡이츠(17.88%)는 2위 요기요(19.78%)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쿠팡이츠가 언론매체, 커뮤니티, SNS 등 각종 채널에서 요기요와 비슷하게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배민의 점유율은 지난 2월 65.33%보다 감소해 57.92%를 기록했다.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단품 배달이 시장 트렌드로 떠오르는 등 경쟁이 심화하는 탓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감염병 사태가 지속되면서 배달앱 시장 전체 정보량은 계속 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업체별 정보량 점유율 순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의 선두두자는 배민의 ‘B마트’다. 배민은 2019년 11월 ‘초소량 번쩍배달’을 앞세워 B마트를 도입했다. 즉석밥, 간편식, 라면, 과자, 과일 등 마트에서 파는 식품과 생필품을 구매하면 즉시배달로 받아볼 수 있다. 7월 기준 배달 가능 품목 수는 7000여 개다. 배민은 총 31곳의 도심 물류창고를 거점으로 서울과 인천, 경기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이 뜨자 B마트 강남논현점을 시작으로 단건 배달도 도입했다.
쿠팡이츠도 최근 퀵커머스 서비스 ‘마트’를 통해 배달 소요 시간을 15분 내외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강점은 물류센터에 상주하는 직고용 라이더다.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에서 계약직 직고용 라이더 ‘이츠 친구’가 물건을 받아 단건 배달을 해 시간을 단축한다.
배민과 요기요의 2강 체제는 무너진 지 오래고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배달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기요는 매각을 추진하는 동안 사실상 마케팅을 축소했고 당초 몸값이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인수가 결정됐다. 하락세 흐름을 깨고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투자증권은 분석 리포트에서 요기요 플랫폼을 통해 GS리테일의 퀵커머스 경쟁력이 강화됐지만 매각과정이 길어지면서 요기요의 보유 라이더 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추가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퀵커머스에 필요한 상품, 물류, 플랫폼을 확보해 차별화된 경쟁력이 부각되며 시장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배달앱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이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온라인·모바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퀵커머스는 배달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꼭 가야 하는 길이 됐다. 편의점, 슈퍼마켓 기반 퀵커머스는 신선식품,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 등 다양한 품목과 탄탄한 물류망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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