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장악한 8월 16일, 일명 ‘카불 최후의 날’은 1975년 4월의 ‘사이공 최후의 날’과 놀랍도록 비슷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미국이 빠져나간 남베트남은 3년 동안 북베트남과 싸웠고, 미국이 빠져나간 아프간 정부는 불과 3개월여 만에 전 국토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1975년 사이공에서 최후의 철수 작전을 벌인 CH-46 헬기는 2021년 카불에서도 최후의 미국인들을 퇴출하는데 다시 한번 투입되었다. 과거를 아는 사람들, 특히 베트남전을 기억하는 미국 시민들과 아프간에서 동료를 잃은 참전 용사들에게는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하루였다.
다만, 카불 최후의 날은 미국의 실패와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과의 대결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서 국익이 걸리지 않은 곳은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미국의 과감한 도전에 가깝다. 그렇다면, 아프간의 포기한 미국과 미국의 결정은 앞으로 국제 방위사업과 군사적 지형을 어떻게 바꿀까?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예측은 아프간 철수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새로운 방해물이 생겼다는 점이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서아시아 및 인도양에서 미국의 발목을 앞으로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탈레반 정부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면서도 신장에서 이슬람교도들을 탄압하는 중국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중국은 이를 자랑하듯 얼마 전 탈레반의 서열 2위가 중국 톈진을 방문하여 왕이 외교부장과 만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족이 워낙 다르기에, 탈레반 정부가 신장웨이우얼의 이슬람교도에게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중국과 적대하기보다는 구 아프간 정부를 지원한 인도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즉, ‘쿼드’라 불리는 인도-태평양 동맹에서 인도와 미국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것이 그들의 새로운 목표가 될 전망이다.
인도의 적국인 파키스탄은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아슬아슬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파키스탄이 완전한 친중 국가로 변한다면 파키스탄 정부는 자신들이 조종할 수 있는 탈레반 세력들을 인도 국경지대의 혼란과 압박을 주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도는 결국 아프간 대응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능력이 약해진다.
지금 인도 해군은 쿼드 동맹의 일원으로 서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4척의 항공모함 기동부대를 만들려고 한다. 탈레반이 인도를 괴롭히고 파키스탄과 협공을 하면 해군력 대신 재래식 육군 무기와 핵무기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다시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인도 해군을 대신할 함대를 건설하거나, 혹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서태평양을 지킬 해군력을 요청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일어날법한 미래 예측으로는 미국과 세계 각국이 아프간 전쟁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작전과 무기체계를 고민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이것이 제2의 아프간 전쟁과 같은 십여 년간 끝나지 않는 토착 세력과의 전쟁을 또다시 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해외 파병에서 최소한의 주둔과 전개를 통해서 원하는 목적을 방법을 찾고, 민간인이 말려드는 민사작전에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안정을 빠르게 파악하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용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가령, 9.11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위해서 과거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체를 점령하고 모든 주민을 통제하면서 숨어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십여 년 동안 찾다가, 결국 미국의 동맹국인 파키스탄의 부촌에서 겨우 찾아냈는데, 직접 점령과 파병을 통해서 중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핀포인트 공격을 할 수 있는 사이버전 기술을 연구 중이다. 현재는 주로 중국 등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신들이 가진 CCTV나 인터넷 정보를 활용한 국내용이라면, 미래에서는 사이버전 기술을 활용해서 공개 정보 및 비공개 정보로 적국 주요 인물의 정보나 위치, 혹은 적국을 마비시킬 수 있는 최적의 공격 대상을 찾아내는 기술들이 예상된다.
또한, 현재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경우 사이버전을 민사작전의 작전구역으로 설정하여 SNS를 활용한 민사작전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데, 단순히 적국과 테러리스트를 비난하여 시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에서 벗어나, SNS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현재 점령지역, 혹은 작전지역에서의 위협 요소나 불안 요소를 데이터로 분석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발달한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 그리고 사이버 공간을 하나의 전투 공간으로 간주하는 이런 기술들은 빠르게 전 세계에서 통용될 것이며, 이 때문에 미래의 전쟁에서 사이버 공간의 군사작전이 더욱 중요해졌다.
마지막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미국 국방과학의 새로운 도약이다. 20년 가까운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방위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는데, 테러와의 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었으니 미국 방위산업과 정부는 새로운 최첨단 기술로 미국의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의 상식과는 달리 전쟁이 벌어지면 방위사업체들은 큰 손해를 입고 산업은 축소된다. 방위사업에서 무기 생산만큼 중요한 것이 연구개발인데, 전쟁이 터지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예산에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 기간 동안 취소된 수많은 무기 개발 프로그램들은, 만약 실용화되었다면 지금의 중국 군사력을 견제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만하다. 가령 C-130 수송기로 전차, 장갑차, 자주포를 수송하는 최첨단 부대인 FCS(Future combat system) 계획을 완성했었더라면, 미군은 남중국해 및 남태평양에 빠르게 중무장 부대를 공수하여 중국을 견제할 수 있었을 것이고, 취소된 정찰 공격헬기 RAH-66 코만치 헬기의 경우 비록 탱크와 헬기를 주로 상대하는 목적이지만,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가지고 있어 만약 지금 미국이 보유하고 있었다면 중국과의 해상 대치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소중한 자산들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예산감축의 태풍을 맞고 지금은 사장되었다.
즉, 아프간과 이라크전에서 소모된 막대한 전비와 재래식 무기 생산, 인명 피해를 보완하기 위해 너무 큰 비용이 소모되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의 국방과학기술이 중국에 상당 부분 따라잡히게 된 셈이다.
그래서, 아프간에서 완전히 벗어난 미국은 막대한 국방 R&D 투자를 통해, 마치 1980년대 미국이 SDI(전략방위구상) 프로그램으로 구 소련에 우위를 점했던 것처럼 중국을 국방과학기술로 압도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어쩌면 아프간 철수의 진짜 의미일 수도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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