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3월, 금융가에는 올해도 예외 없이 낙하산 부대가 몰려들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12월말 결산 주총을 계기로 기획재정부, 감사원,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줄줄이 낙하산을 타고 금융회사 요직을 차지한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까지도 안중에 두지 않는다. ‘낙하산’이 아니라 ‘전문가 영입’이라는 논리로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 가운데 김광식 전 금감원 기업공시국장은 하나은행 감사로 내정됐고, 김성화 전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신한카드 감사에 임명될 예정이다. 현대카드는 김준현 전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장을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12월엔 이석근 전 부원장보가 신한은행 감사에 임명됐다. 이석우 현 감사실 국장은 대구은행 감사로 자리를 잡는다.
또 전광수 전 금융감독국장과 이명수 전 기업공시국 팀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사외이사, 양성용 전 부원장보는 삼성카드 사외이사로 각각 영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손해보험협회 부회장직에도 금감원 간부 출신들의 취임이 유력하다.
공직자 윤리법 17조에는 4급 이상 공무원과 금감원 임직원이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금감원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조직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사에 감사 후보자를 내려 보내는 감사 추천제를 폐지한 바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석우 국장에 대해 “업무 연관성도 없는데다가 대구은행에서 이 국장을 감사로 데려가겠다고 직접 요청한 상황이어서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금감원 직원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금융사에 기여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업무 연관성이 있어 규정 위배의 소지가 있다면 강력히 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직들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 주춤한 사이에 금감원 출신 금피아들의 낙하산 인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는 오래 전부터 있어온 관행이 되어 버려 이제는 모피아건 금피아건 누가 오든 상관없는 것으로 체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