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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 1위, 시총 10위…카카오뱅크 '순항'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속사정

3년 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배로 늘려야…"영향력 커질수록 정부 규제도 강화될 것" 전망

2021.08.18(Wed) 11:23:39

[비즈한국]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뱅크가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차면서 금융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카카오뱅크는 6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지 이틀 만에 KB금융, 신한지주 등 시중은행을 제치고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어섰다. 카카오를 등에 업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카카오 공동체에서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두 번째로 상장을 마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액 기준 기업가치 18.5조 원을 인정받았다. 상반기 실적이 발표된 8월 17일에는 8만 74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시가총액 41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넘버원 리테일 뱅크’로의 비전을 내세우며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은행뿐만 아니라 펀드, 증권, 보험, 자산관리 등으로 금융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업가치를 키워나가겠다는 것.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보수적인 은행업에 발을 들인 이상 다른 사업 분야에서 보여준 혁신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전체 순이익을 넘어섰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영업을 시작했다. 카카오뱅크보다 3개월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가 대주주 KT의 적격성 논란, 유상증자 등의 문제로 뒤처진 사이 격차를 벌리며 업계 1위에 올랐다. 올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1615만 명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57%에 해당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8월 17일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 증가와 1400만 명의 월간 모바일 트래픽(MAU)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플랫폼과 뱅킹 비즈니스 부문이 고루 성장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453억 원)보다 156.2% 증가한 수치로, 2020년 연간 순이익(1136억 원)을 넘어섰다. 고객층은 전 연령대로 넓어지고 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신규 유입이 늘어, 올 상반기 신규 고객 가운데 40~60대 비중이 58%에 달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이익 확대…성장가능성에 주목

 

카카오뱅크는 뱅킹과 플랫폼 부문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예금과 적금 등 기본적인 은행 업무 외에도 연계 대출 추천 서비스나 증권사 주식 계좌 계설 서비스, 제휴 신용카드 발급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플랫폼 부문의 수익은 증권계좌 개설이나 대출 중개 수수료 등에서 나오는데, 앞으로는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의 분야와 자사 금융상품을 결합하는 형식으로 수익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에는 SPC그룹의 해피포인트와 손잡고 ‘26주 적금 with 해피포인트’를 선보였다. 적금 계좌를 개설하고 매주 연속으로 자동이체 납입을 하면 총 7회에 걸쳐 최대 3만 3000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이마트, 마켓컬리와의 협업에 이어 내놓은 ‘파트너적금’이다.

 

수익 면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카카오뱅크의 증권신고서를 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기준 플랫폼 사업 수익은 약 18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영업수익(2249억 원)의 8%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2019년 2%, 2020년 6%에 이어 비중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수익은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해 거두는 수수료 수익으로 이뤄져 있어 브랜드 경쟁력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볼 수 있다. 올 1분기 월간 앱 이용자 수(MAU) 1335만 명이었던 카카오뱅크는 올해 6월 말에는 1403만 명(닐슨미디어 디지털 데이터 기준)을 기록하며 여전히 상승세다. 카카오뱅크는 높은 트래픽을 바탕으로 플랫폼과 뱅킹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시장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측면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넘버원 리테일 뱅크에 걸맞은 혁신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은행업의 한계…혁신 어려워

 

하지만 청사진을 그리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다수다. 카카오뱅크의 본질이 은행업인 만큼 보수적인 정부 규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당장 카카오뱅크 앞에는 3년 안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세 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정부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침에 따라 지난 5월 말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보수적인 영업만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2.1%로 전체 은행 평균(24.2%)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경우 대출 부실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성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질수록 책임도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키움증권은 분석보고서에서 “대출 한도 위반 시 신사업 제한 등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권고 이상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이 정상화되면 정부 규제는 어떤 형태로든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자금의 70% 이상을 은행이 공급하는 한국 금융시스템의 특성상 은행업에서는 사회적 책임이 우선시된다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부문이라고 칭하는 사업은 펀드 판매 등 시중 은행들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카카오 플랫폼에서 기대하는 혁신적인 플랫폼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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