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요금 인상 논란을 향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업계에서는 이제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를 견제할 기업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거의 전 국민이나 다름없는 카카오 이용자를 등에 업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제 경쟁보다는 협력하려는 기업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일부터 카카오T 스마트호출 요금을 변경했다. 기존 1000원(야간 2000원)에서 0~5000원까지 탄력적으로 운영되도록 한 것. 4일 뒤인 6일에는 공지를 통해 카카오T 바이크 요금체계도 9월 6일부터 변경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기본요금(이용시간 15분) 1500원, 추가 시간 1분당 100원을 책정해 운영했다. 개정된 요금체계는 기본요금을 낮추는 대신 기본 이용 시간을 없애는 게 골자다.
수년간 유지했던 가격 정책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괜히 가격 정책을 잘못 바꿨다가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끼고 서비스를 이탈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비슷한 기간에 두 개 서비스의 가격을 바꾸는 초강수를 뒀다. 해당 서비스의 가격 정책을 바꿔도 소비자의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카카오는 13일 두 서비스의 요금 인상안을 재조정하기로 하면서 쏟아지는 비판에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잇단 잡음 속에서 이뤄낸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화
2017년 출범한 카카오모빌리티는 5년 만에 명실상부한 모빌티리 서비스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모인 투자금만 1조 원이 넘는다. 이로 인해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택시, 대리운전, 주차, 전기자전거, 차량관리, 방문세차, 퀵·택배, 발레파킹, 셔틀, 기차, 항공, 시외버스, 전기차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손이 뻗어있다. 특히 모기업의 서비스인 카카오톡에서 이어져 온 2800만 이용자는 그들이 가진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진통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택시, 카풀, 대리운전, 퀵·택배, 방문세차, 차량관리 등 이미 시장이 구축된 사업일수록 잡음은 심했다. 2018년 카풀 업체를 인수하며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업계가 이를 반대하며 투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조) 소속 기사가 택시 안에서 분신 끝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방문세차와 차량관리 서비스도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 업력이 중요한 분야에서 알려지지 않은 신생 업체가 협업 대상으로 포함되면서다. 실제로 두 업체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한 업체의 경우 사업 목적이 차량 관리와 무관한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으로 등록됐다가 지난해 8월이 돼서야 자동차 정비 수리업을 사업 목적으로 등록했다. 또 다른 업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3개월 전에 법인으로 등록해 홈페이지조차 없던 신생 업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문세차와 차량관리 서비스는 품질이 핵심이다. 품질은 업체의 경력과 노하우로 결정된다. 해당 업체의 서비스로 다른 업체들의 서비스까지 하향 평준화할까 우려됐다. 게다가 해당 업체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일하는 업체’라며 타사 업체들의 가맹점주들을 뺏으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시도들도 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에 대해 문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현재까지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하면 사업이 잘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그들의 영업 방식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들은 3000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업체들에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대신 우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운영 방식에 항의할 수 없다. 불만이 있으면 협업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잡음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주 체제를 이어가면서 사실상 경쟁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택시의 경우 KST모빌리티, 코나투스, 코액터스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지난 7월 협약을 맺고 각 사의 서비스에 소속된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T 택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위 협약으로 중소형 플랫폼운송사업자들은 당장 자사와 가맹한 택시기사들의 이탈을 막고 수익을 늘릴 창구를 마련했지만, 결과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종속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이라고 카카오 콜을 받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맞는 선택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산소 호흡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한 업체의 독과점으로 피해 보는 것은 소비자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잃게 됨과 동시에 가격 상승 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직언했다.
#외면할 수 없는 확고한 1위…국내 대기업들 협업 손길
모빌리티 서비스는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다. 그동안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SK텔레콤처럼 티맵모빌리티를 분사해 직접 사업에 뛰어들거나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받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받은 곳으로부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1위 자리를 내주는 건 당연지사이니 그전에 최대한 버티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 금액이 조 단위를 넘어서면서 최근에는 이 분위기도 바뀌는 추세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인정하고 협업하려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KST모빌리티에 투자한 바 있다. 복수의 지방자치단체 실증 사업에 KST모빌리티를 포함시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는 신형 MPV(다목적차량)인 ‘스타리아’의 택시 모델인 ‘스타리아 라운지 모빌리티’를 출시‧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모델의 초기 개발단계부터 협업을 맺고 참여한 건 다름 아닌 카카오모빌리티였다.
직접 투자도 늘고 있다. 해외 투자사나 기업으로 국한됐던 투자 범위도 국내 기업으로 확장됐다. LG는 지난 7월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양 사는 자사의 배터리 및 전장 관련 역량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역량을 결합해 신사업 기회를 공동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GS에너지 역시 300억 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자사의 주유소 인프라에 카카오모빌리티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더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
HMM 창사 45년만에 첫 파업 위기 '물류대란' 긴장감 최고조
·
건설사 '불법 개별 홍보' 허용한 개포한신 재건축조합, 눈 감은 강남구
·
[현장] 주민동의율 59.2%, 면적으론 13.1% 불과…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가보니
·
주목받는 창업템 '무인 밀키트 판매점'의 명과 암
·
GS리테일도 떠난 지하철 상가, 체감공실률 따져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