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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창업템 '무인 밀키트 판매점'의 명과 암

소자본 창업 이점에 가맹점 증가 추세…수익성 낮고 향후 대기업과의 경쟁 우려 불안감

2021.08.12(Thu) 15:55:03

[비즈한국]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가. 도시락 프랜차이즈 전문점 바로 옆에는 참신한 가게가 있다. 5명 정도만 들어가도 비좁을 것 같은 매장에는 밀키트만 진열돼 있다. 부대찌개, 찜닭, 미역국 등 메뉴들이 2~3인분 기준 1만 원 내외에 판매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가게에 사람은 없었다. 다만 가게 한 편에는 40~50장 정도의 전날 영수증이 쌓여 있었다. SNS에는 “무인 밀키트 가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변화를 새삼 실감한다”는 글이 올라온다.

 

무인 코인노래방과 독서실, 빨래방,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이어 ‘무인 밀키트 판매점’ 창업 열기가 달궈지고 있다. 속속 등장한 무인 밀키트 제조 및 판매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코로나19가 장기화화며 비대면이 선호되는 상황에서 ‘무인’과 ‘밀키트’의 조합을 신선하게 여기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창업을 시작한 점주들 사이에서는 벌써 앓는 소리도 나온다.

 

무인 코인노래방과 독서실, 빨래방,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이어 ‘무인 밀키트 판매점’ 창업 열기가 달궈지고 있다. 한 무인 밀키트 판매점. 사진=김명선 기자


#빨래방, 아이스크림에 이은 무인 밀키트 판매점 속속 등장

 

최근 무인 밀키트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인 밀키트 판매점 가맹사업을 시작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최소 10곳 이상이다. 직접 밀키트를 제조해 팔거나,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와 제휴해 제품을 내놓는다. 현재 이들 업체는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올해 초 가맹점 수가 30개에서 7월 말 275개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꾸준히 가맹점이 늘고 있다. 주로 30~40대분들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무인 밀키트 판매점이 늘어나는 데는 우선 초기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자영업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각 업체가 홍보하는 초기비용은 1000만 원대 후반에서 3000만 원대 후반 수준. 지난 7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0년 서울 프랜차이즈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비용은 평균 1억 2705만 원이었다.

 

따로 사람이 상주할 필요가 없어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본사에서 제작된 완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손길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 요소로 꼽힌다. 경기도에서 무인 밀키트 판매점을 운영 중인 점주 A 씨는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어 가정과 사업을 균형 있게 운영하는 게 목표였다. 다른 업종의 경우 매출이 높아도 인건비 탓에 실제 점주들의 수익은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있다. 무인 밀키트 판매점은 인건비가 나가지 않아 매장 운영만 원활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무인 밀키트 판매점 가맹사업을 시작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최소 10곳 이상이다. 직접 밀키트를 제조해 팔거나,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와 제휴해 제품을 내놓는다. 한 무인 밀키트 판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사진=김명선 기자


무엇보다 밀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00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100억 원에서 3년 만에 20배 증가했다. 밀키트 시장 침투율은 10% 정도다. 10명 중 1명이 밀키트를 경험해봤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밀키트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관심은 지속할 전망이다.

 

#수익 적은 데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겠다는 위기의식도 팽배

 

창업 ‘핫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분위기지만, 벌써 볼멘소리를 하는 점주들도 적잖다. 한 달 전부터 무인 밀키트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B 씨는 “창업하지 말라고 뜯어말리고 싶다. 한 달에 300만 원 매출이 나오는데 마진은 30% 정도다. 거기서 임대료 110만 원, 전기세 50만 원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오히려 이번 달에는 40만 원을 더 부담해야 했다. 24시간 운영이 강점이라지만 그만큼 냉장고와 에어컨, 환풍기를 온종일 작동해야 된다”며 하소연했다.

 

점주 B 씨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하다며 다른 매장 상황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그가 그대로 가맹점을 운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B 씨는 “반찬이라도 만들어 함께 팔아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본사에서는 본사가 개발한 메뉴만 판매하라는 입장이라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무인 밀키트 매장 구석에 아이스크림 냉동고도 두고 싶다는 점주들도 있다.

 

‘무인(無人)’으로 시작했지만 ‘유인(有人)’으로의 변신을 고려하는 점주들도 있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옆에서 상주하며 메뉴를 설명해주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호기심에 방문하고 마는 소비자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밀키트 제품은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판매가 되지 않으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은데, 폐기 제품에 대한 부담은 가맹점주 몫이다.

 

현재 CJ제일제당, GS리테일, 동원홈푸드 등 수많은 대기업이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점주들은 ‘맛’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표한다. 현재 CJ제일제당, GS리테일, 동원홈푸드 등 수많은 대기업이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제품은 편의점과 대형마트로 납품된다. 쿠팡과 SSG닷컴 등 온라인 채널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매된다. 때문에 직접 음식을 제조해 완제품 형태로 파는 밀키트 판매 전문 프랜차이즈의 경우 아무리 식품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할지라도, 자본력으로 뭉친 대기업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사가 원자재 비용을 낮추면 제품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

 

과연 무인 밀키트 판매점은 반짝인기를 끌고 사라질까, 혹은 예상외로 소비자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까. 아직은 업계와 소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무인 밀키트 매장에 익숙해지면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바뀔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세가 잦아든 이후 경기가 정상화되면 오프라인 매장이 주목받을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아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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