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마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마사업 파행 등 최악의 경영난에도 지난해 임직원들이 연봉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역시 ‘신의 직장’이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마사회는 비상경영으로 인해 임직원들의 연봉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마사회 일반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6.7% 인상된 9389만 원으로 36개 공기업 중 네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마사회장 연봉은 전년 대비 무려 44%나 급증했다.
마사회는 지난해 이후 임직원들의 인건비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 매는 고육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해 왔었다. 마사회는 주 5일 근무제를 적용받는 일반 정규 직원들에 대해 지난해 3월부터 휴업일을 정해 휴업수당을 지급해 왔다. 현행 노동 관련법은 사용자가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휴업일에 쉬는 직원에게 정상급여 대비 70% 안팎의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마사회는 일반직 1, 2급 간부들이 휴업수당 적용은 물론 평균 급여 중 5% 안팎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상은 마사회 임직원들이 휴업일을 챙기는 것은 물론 놀면서도 급여는 정상 근무를 했던 2019년 보다 더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올 2월 퇴임한 김낙순 전 마사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1억 8447만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4%나 급등했다.
직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36개 공기업 중 마사회 보다 일반 정규직 평균 연봉이 높은 곳은 한국수력원자력(9582만 원), 한국부동산원(9460만 원), 한국남부발전(9389만 원) 뿐이다.
36개 공기업 중 전년 대비 평균 연봉 인상률도 마사회(6.7%)가 한전KPS(8.1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CEO랭킹뉴스가 알리오에 등록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26개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연봉이 동결 또는 인상된 80개 기관장의 평균 연봉 인상률은 전년 대비 9.9% 늘어났다. 해당기관 직원의 평균 연봉은 2.5% 증가했다. 김낙순 전임 마사회장의 연봉 인상폭은 연봉이 인상된 기관장들 평균 인상률의 4.5배, 마사회 직원들의 평균 연봉 인상률도 전체 평균 인상률에 비해 2.7배나 높았다.
지난해 마사회 임직원들의 급여를 경영실적과 비교하면 괴리감이 더욱 크게 드러난다. 마사회의 연결기준 매출은 2019년 7조 3937억 원에서 지난해 1조 1017억 원으로 무려 85%나 급감했다.
1204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2019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460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1449억 원 규모였던 2019년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4368억 원 규모의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바뀌었다. 마사회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해는 1949년 창사 이래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장의 경우 2018년 기관 경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아 2019년 급여에 반영되는 경영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2019년 기관 평가에서 C 등급을 받아 지난해 급여에 성과급이 반영되면서 회장과 직원들의 연봉이 인상된 것”이라며 “지난해 마사회의 평가 등급은 최하 등급인 E를 받아 올해 급여 수준은 지난해에 비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마사회는 현재 회장 공백이라는 사태를 맞고 있다. 올해 2월 취임한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우남 회장이 ‘측근 채용지시’ ‘폭언·보복 인사’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결국 해임 수순을 밞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우남 회장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건의를 재가해 직무정지 조치했다. 8월 한 달 이의신청기간이 그대로 흐르거나, 이의신청 후 재심의에서도 기존 결정이 유지될 경우 김 회장은 그대로 해임된다. 후임 마사회장 임명은 김 회장이 공식 해임된 이후에야 가능해 마사회의 회장 공석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마사회는 김 회장의 직무정지 당일 송철희 부회장 겸 경영관리본부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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