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애플’하면 요즘 사람들은 아이폰, 아이패드의 애플사를 떠올릴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1976년 컴퓨터 조립 키트인 ‘애플’을 만들면서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 INC)를 시작했고, 2007년 아이폰과 애플 TV를 공개하면서 사명을 현재의 애플(Apple Inc)로 변경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보다 먼저 사과 모양을 상표로 사용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전설의 영국 밴드 비틀즈가 1968년 세운 음반 회사 애플(Apple Corps)이다. Apple Corps는 비틀즈의 모든 앨범을 발표했으며, 비틀즈 이외에도 배드핑거스, 오노 요코, 메리 홉킨 등이 함께하고 있었다.
#비틀즈의 Apple과 스티브 잡스의 Apple, 분쟁의 시작
비틀즈의 Apple Corps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1978년부터 2007년에 이르기까지 애플 상표를 두고 오랜 분쟁을 벌였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가 시작되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78년 Apple Corps가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를 상대로 상표 소송을 제기하면서 애플 상표 전쟁이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가 애플 상표를 사용하게 되면 그 당시 매우 유명했던 Apple Corps의 상표 가치가 희석된다는 이유였다. 현재 시점에서의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기업이지만, 애플 컴퓨터가 탄생한 1970년대만 해도 스티브 잡스의 Apple보다 비틀즈의 Apple Corps가 훨씬 유명했다.
또한 지금이야 모든 컴퓨터 기기는 음악 녹음이나 재생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지만, 1978년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그 당시 음반 회사와 컴퓨터 회사는 서로 다른 영역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으로 관련성이 크지 않았다. 즉 음반에서의 애플 사용과 컴퓨터 기기에서의 애플 사용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의 상표 사용으로서 서로 상표의 오인 혼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Apple Corps의 애플은 상표의 오인 혼동이 아닌 저명상표의 희석화를 이유로 상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저명상표 희석화란 타인이 저명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저명상표의 제품 또는 서비스의 식별력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애플 컴퓨터가 애플 상표를 컴퓨터 산업에만 사용하는 경우라도 음반 산업의 Apple Corps의 애플 상표에 대한 노력과 비용의 산물인 상표의 구매력 및 신용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저명상표와 서로 다른 영역이어서 서로 경쟁하지 않아 일반 수요자들이 양 상표를 혼동할 가능성이 없더라도 저명상표의 식별력을 떨어뜨리거나 명성을 손상시키는 경우 저명상표의 희석이 인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저명상표의 희석을 다루고 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에서는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불허하고 있으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에서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표지를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여 이러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즉, 저명한 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키는 경우 상표 등록이 불허됨은 물론 사용도 제한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Apple'이 모두 양수해 소유
예를 들어 BTS를 BTS 아닌 타인이 가수 활동이나 음반 활동과 무관한 분야에 상표 출원해도 해당 상표는 BTS의 저명성으로 인해 등록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등록을 위한 상표출원이 아닌 BTS를 제품이나 서비스의 표지로 사용만 하더라도 부정경쟁행위로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한편 Apple Corps의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애플의 1978년의 소송은 저명상표의 희석화 논쟁에서 시작되었지만, 기술이 발전하여 컴퓨터에 음악 재생 기능이 탑재되면서 저명상표의 희석뿐만 아니라 실제 서로 오인 혼동의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1978년의 이 소송은 양 당사자 간의 합의로 종료되었는데, 애플 컴퓨터가 비틀즈의 애플에 8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비틀즈의 애플은 음악 관련 산업에 애플을 사용하되 컴퓨터 관련 산업에 진출하지 않고, 애플 컴퓨터는 애플을 컴퓨터 관련 산업에 사용하되 음악 관련 산업에 진출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 제품에 씨디롬 등 음악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기능이 생기자 1989년 다시 한번 양사의 소송이 진행됐고, 2003년에는 아이튠스(iTunes)에 애플 명칭을 사용하면서 또 한 번 양사의 분쟁이 계속되었다.
현재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Apple Corps의 ‘APPLE’의 문자 상표뿐만 아니라 도형 상표 모두를 양수해 소유하고 있는 상태이다. 2007년 그리고 2008년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Apple Corps에 5억 달러(약 5370억 원)의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상표를 모두 양도받으면서 Apple Corps에 음악 사업 관련 라이선스를 주는 것으로 양사의 오랜 분쟁이 마무리됐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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