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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지금 아파트 사야 할까, 빠지길 기다려야 할까

전체 수요·공급 보며 대세 판단…구체적 물건은 '옥석 가리기' 필요해

2021.08.09(Mon) 12:04:08

[비즈한국] “지금 아파트를 사도 되나요?” 

 

놀랍게도 최근 가장 많은 받는 질문이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집을 사는 의사결정을 어려워한다.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지난 4년간 수백 개의 ‘부동산 인사이트’ 칼럼으로 이야기했으니 추가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렇게 다시 제안을 하고 싶다. 질문을 이렇게 바꾸는 것이 더 좋을 거 같다고. 

 

“지금은 어떤 아파트를 사야 하나요?”

 

언제 어디서든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 다만, 아파트를 사는 목적에 따라서 어떤 아파트를 사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수십 가지가 나올 수 있다. 우선 실거주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실거주 목적이라면 수익이 중요한 것인지, 거주 가치가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투자 목적이라면 장기 투자 목적인지, 단기 투자 목적인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질문이 정확해야 충실한 답변이 나온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이 하는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이제 집값은 빠지지 않나요? 정부에서 그렇게 규제를 심하게 하는데요.”

 

이에 대해선 역으로 질문을 해보고 싶다. “정부 규제와 무관하게 가격이 오르지 않는 지역이나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왜 관심이 없나요?” “정부 규제가 이렇게나 심한데도 시세가 오르는 아파트는 왜 그런 것인지 분석해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부분들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그저 시세가 상승하는 아파트를 바라만 보면서 세상이 불합리하고, 투기꾼들의 투기 행위 때문에 선의의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투기꾼들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 전문가는 투기를 조장하는 적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회피를 할 수 있기에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향후 부동산 규제가 아무리 강화된다 하더라도 오를 아파트는 오르고, 내릴 아파트는 내릴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어떤 아파트가 오르고 어떤 아파트가 내리는지다.

 

나의 직업은 소비자리서치회사 연구원이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17년 근무했고, 현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에서도 4년째 같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담당하는 프로젝트는 신규 아파트의 분양 타당성 조사였다. 이 칼럼을 읽는 분들이 알 만한 1군 브랜드의 대단지는 대부분 수요 조사를 한다.

 

프로젝트의 내용을 말하자면, 일단 분양이 될지 안 될지 분양 세대수 대비 분양 수요량을 도출한다. 수도권 시장의 침체기였던 2008~2010년 진행했던 수요 조사 프로젝트들 중 대부분의 단지들은 분양을 하면 안 되는 것으로 나왔다. 분양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분양 수요 자체가 위축되어 있었다. 실수요도, 투자수요도 말이다. 그래서 분양을 하면 안 된다고 분석한 보고서가 많았다. ‘분양하지 말라’고 하는 리포트를 제출한 적이 오히려 더 많았다.

 

분양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한 단지의 경우는, 시장이 수용 가능한 분양가 범위를 제안한다. 조합과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성을 고려하여 분양이 가능한 최대 가능 가격대를 도출한다. 수요 조사 분석에서의 핵심 노하우다. 이렇게 제안한 수요 조사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분양을 해서 미분양이 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그만큼 정확도가 높다. 

 

제안한 가격대보다 높게 분양하면 미분양이 발생했다. 지난 20년간 분양가 분석만큼은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분양 가능성 분석과 시장 수용 가능 가격대 도출에 있어 정확한 모델이었다.

 

그런데 2017년 5월 이후 서울 등 주요 인기 입지의 경우 분양 타당성 조사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시장 내 수요 대비 공급은 부족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책정해주는 분양가는 시장 가격 대비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청약 당첨자만을 위한 ‘로또 분양’이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지금 아파트를 사도 되냐고? 규제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지 않냐고? 20년간 수요 예측과 분양가 책정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부동산 리서치 연구원이 단언했다. 수요 조사를, 분양가 조사를 할 필요도 없는 시장이라고.

 

얼마 전 부산에서 부산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특강을 했다. 10층에서 강의를 들었던 한 분이 특강 후 1층 로비까지 따라와 이런 질문을 했다.

 

“그동안 조정되길 기다렸던 삼익 비치타운이 1년도 안 되었는데 6억 원이 올랐습니다. 더 오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언제쯤 조정이 될까요? 어느 정도가 적정 시세일까요?”

 

주식과 부동산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적정 가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다. 주식은 총 주식의 가격을 총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과 분석해서 적정 가격을 도출한다. 예를 들어 수십 년째 한 번도 배당을 쉬지 않은 중견기업의 영업이익이 1000억 원 정도 된다고 해보자. 기업의 영업 활동이나 본질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시가총액이 1조 원에서 3000억 원까지 내려갔다면, 누가 봐도 저평가됐으므로 매수 구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20년 폭락장에서 엄청난 주식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은 적정 가격의 매수 구간이라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 지역’, ‘이 단지’, ‘이 물건’은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매물이 많이 쌓여 있지 않은 이상 그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의 적정 가격은 얼마입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사기꾼이나 투기를 조장하거나 ‘묻지 마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 시장에 있는 소비자가 최종 지불하는 가격이 시세다. 만약 지난 1년 동안 6억 원이 올랐다면, 그 아파트의 수요층이 더 많이 증가한 것이다. 천만 단위 상승이 아니라 억 단위 상승이라면, 단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꾼들이 올릴 수 있는 가격의 범위를 넘어간다. 장기 투자자 혹은 실수요층이 주요 매수 대기층으로 들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후엔 여러 가지 요인들, 즉 국내 경기, 코로나 사태, 강력한 경쟁 상품 등장 등등으로 시세가 조정될 수도 있겠지만, 1년 동안 6억 원이 오르기 이전의 가격으로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3000만 원 전후로 오른 아파트라면, 5000만 원이 더 빠질 수도 있다. 그건 시세를 올린 수요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단기 갭투자자들이 올린 경우일 것이다. 갭투자가 가능한 저렴한 아파트 투자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만 궁금해 한다.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평균적인 전망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방향성으로 보면 선호하는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초과이익환수금으로 1억 원 이상 낼 수 없는 사람은 서울 요지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가질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현재 정책이 그렇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내가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바란다. 강남이 아니어도 된다.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 마음 편히 거주할 수 있는 보금자리이기만 하면 된다. 지금도 내 집으로 마련해야 할 아파트는 있다. ‘묻지 마 기다림’은 하지 마시길.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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