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비법]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기업 간 인수합병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가능…법원도 사실상 최종 결정인 공정위 판단 존중

2021.08.09(Mon) 09:58:4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회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정거래법상 제도는 뭘까.

 

그중 하나는 기업결합 심사제도다. 기업결합 심사제도란, 기업 간의 인수합병으로 경쟁 제한성이 야기된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제도다.

 

시정조치에는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가 있다. 구조적 조치란 금지조치, 자산매각조치 등 인수합병 회사의 자산이나 소유구조를 변경시키는 조치를 말한다. 행태적 조치는 일정 기간 회사의 영업조건, 영업방식, 영업범위 등을 제한하는 조치다.

 

보통 구조적 조치 중에서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는 금지조치를 가장 불이익한 조치로 본다. 행태적 조치는 기간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만으로도 이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는 점, 이미 승인받은 기업결합의 효력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비교적 경미한 조치로 인식된다. 물론 이는 일반적으로 사정이 그렇다는 것이고 경쟁 제한성의 정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제재조치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삼익악기와 영창악기 간의 기업결합 건, SK텔레비전와 CJ헬로비전 간의 기업결합 건 등과 같이 시장 독점화가 우려되는 사안에서 금지조치를 부과한 적이 있다. 따라서 과점 사업자들 간의 합병으로 독점화가 우려되는 사안이라면, 인수합병 회사들은 최종 통지 시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회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정거래법상 제도 중 하나는 기업결합 심사제도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임준선 기자

 

기업결합 심사제도에서 공정위의 심사통지가 왜 중요한 의미를 가질까?

 

우선 기업결합 자체가 중요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따라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수합병은 가장 높은 대가가 지급되는 거래의 꽃이다. 또한 인수합병 시 영업적 가치에 대한 실사는 물론 노무 관계, 인허가 사항, 채권·채무 관계 등 여러 사항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므로, 인수합병은 종합 예술로도 비유된다.

 

두 번째로, 금지조치 등과 같이 공정위가 부과하는 처분은 때때로 회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은 회사에 구조조정 실시 및 성장 동력 확보의 기반이 된다. 인수합병이 금지되거나 인수합병을 무력화하는 조건이 부과된다면, 단순히 시장 전략을 변경하는 수준을 넘어 그간의 투자를 무위로 돌려 회사의 경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규제는 회사에 과징금 등의 불이익만을 가져오고 회사의 조직과 구조를 직접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결합 심사제도 아래에서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금지할 수 있다. 여러 부가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인수합병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도 있다.

 

최근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사안에서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해 요기요 지분 매각을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요기요 지분 매각 명령을 들어 공정위가 초강수를 뒀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서 배달앱 서비스 1위 사업자가 2위를 인수해 독점화가 우려되는 사안에서 인수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절충점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배경에서인지 딜리버리히어로가 공정위 조치에 대해 불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기업결합 심사제도 아래에서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금지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공정위의 처분이 사실상 최종적인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내리는 처분은 그것이 구조적 조치이든, 행태적 조치이든 시장의 구조와 현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공정위 처분에 따라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처분에 대한 불복(행정소송)은 그다지 큰 실효성을 가지지 못한다. 법원의 판결은 확정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되는데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공정위의 처분대로 시장이 형성되어 판결로 이를 뒤집는다는 것이 유명무실해 패소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법원은 기본적으로 경쟁 제한성의 존재 여부, 시정조치의 수위에 대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기업결합 사안에서 공정위의 처분을 뒤집는 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현재까지 기업결합 사안에서 사업자가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는 없다.

 

한편 기업결합 심사제도의 특수한 조항으로 심사기한이 있다. 공정위 판단이 지연되면 그 대상이 되는 기업결합의 적법성, 효력 등이 유동적인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된다. 이를 고려해 공정거래법은 신속한 판단을 위해 신고일로부터 30일로, 이를 연장하는 경우 최대 90일까지 심사 결과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인에게 끊임없이 보완 요구를 하면서 거기에 드는 기간을 심사 기간에서 제외한다. 그렇게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심사기한 조항이 준수되는 것처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위 기한이 지났음에도 통지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허다하고 그러한 경향은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사안일수록 더욱 심하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의 기업결합 건은 2019년 7월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의 기업결합 건은 2021년 1월에 각각 신고서가 제출됐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심사기한이 지났음에도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심사기한 조항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결합 신고인에게 끊임없이 보완 요구를 하면서 거기에 드는 기간을 심사 기간에서 제외한다. 그렇게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심사기한 조항이 준수되는 것처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심사 결과가 지연되는 현실적인 이유로는, 민감한 시점을 피하려는 규제 당국의 의도, 시장 상황을 관측하고 경쟁상황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 정치권·산업계·근로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시행되는 절차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이라면 기업결합 심사제도에 관한 기사의 행간을 아는데 충분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비법] 대형마트의 삼겹살 갑질은 어떻게 판가름 되었나
· [알쓸비법] 과장 광고가 법망을 피하는 '기기묘묘'한 수법
· [알쓸비법] 본사가 온라인 판매를 단속하면 왜 불법일까
· [알쓸비법] 담합 손해배상액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전략
· [알쓸비법]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에 대처하는 '집행정지'의 명과 암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