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블랙홀들의 공동묘지' 구상성단이 확인되었다!

은하 외곽 맴도는 팔로마 5 구상성단 안에 블랙홀 100개 이상 추정…혹시 중간 질량 블랙홀?

2021.08.09(Mon) 09:54:03

[비즈한국] 다이어트를 할 때 중요한 건 단순히 전체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몸을 구성하는 성분 중에서 지방만 줄이고 근육은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다이어트다. 즉 지방을 줄이는 속도와 근육을 줄이는 속도를 달리해서 최대한 근육이 아닌 지방만 뺄 수 있도록 효과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다이어트 노하우는 우리 우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쓸데없는 별 지방은 태우고 단단한 블랙홀 근육으로만 몸을 빵빵하게 펌핑하고 있는 ‘몸짱 성단’이 최근 발견되었다. 별이 아닌 오직 블랙홀로만 채워진 블랙홀 성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몸짱의 노하우 속에는 우리 우주의 미스터리에 대한 실마리가 숨어 있다. 

 

전체 질량의 20퍼센트 이상이 블랙홀로만 채워진 블랙홀들의 공동묘지라 할 수 있는 성단이 확인되었다.

 

#유독 펑퍼짐한 이상한 성단 팔로마 5 

 

우리 은하 헤일로를 떠도는 150여 개의 구상성단들이 있다. 모두 수십, 수백 광년 범위 안에 수만, 수십만 개의 별들이 바글바글하게 높은 밀도로 모여 있다. 그런데 이런 성단과 달리 유독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상한 성단이 하나 있다. 뱀자리 방향으로 약 6만 5000광년 거리에 떨어진 팔로마 5 성단이다. 

 

이 성단은 다른 성단과 달리 굉장히 낮은 밀도로 펑퍼짐하게 퍼져 있다. 다른 일반적인 구상성단에 비해 질량은 10배 더 가볍지만, 크기는 5배나 더 크게 부풀어 있다. 별들이 바짝 붙어서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다른 구상성단과 달리 팔로마 5에서는 별들이 평균적으로 약 3~5광년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에 맞먹는 (구상성단 내 별들 사이 거리치고는) 아주 긴 간격이다. 다른 성단들이 빽빽한 주먹밥과 같다면 팔로마 5는 펑퍼짐한 솜사탕 같은 느낌이다. 

 

노란 점선 안에 표시된 것이 펑퍼짐한 저밀도 구상성단 팔로마 5다. 굉장히 밀도가 낮아서 가시광으로만 보면 성단이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다.


팔로마 5 성단의 앞뒤로 아주 길게 늘어진 별들의 조석 꼬리를 관측할 수 있다. 사진=SDSS

 

하지만 겉보기에 솜사탕 같다고 해서 얕봐선 안된다. 진정한 힘을 숨기고 가장 제대로 된 헬스를 하고 있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 속 구상성단들은 계속 은하 주변을 맴돌면서 중력적 상호작용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물질을 잃어버린다. 이 과정을 성단의 다이어트, 질량 손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단이 단순한 별을 잃어버리는 방식과 블랙홀을 잃어버리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마치 지방을 태우는 운동과 근육을 태우는 운동 방식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우선 성단이 별을 잃어버리는 방식은 주로 성단이 은하 헤일로를 크게 맴돌면서 은하의 중력적 상호작용, 조석력에 의해 벌어진다. 은하의 중력에 의해 성단이 으스러지고 흐트러지면서 그 뒤로 길게 이어진 별들의 흐름을 흘리곤 한다. 마치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이 빵가루를 흘리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팔로마 5 성단도 궤적을 따라 앞 뒤로 길게 이어진 별들의 조석 꼬리(tidal stream)를 보인다. 

 

팔로마 5 성단의 조석 꼬리는 지구의 밤하늘에서 무려 20도의 아주 큰 크기로 펼쳐져 있다. 이는 보름달이 40개 모여 있는 수준이다. 이 별들의 조석 꼬리 자체 질량만 태양의 5000배, 길이만 3만 광년이다. 거의 우리 은하 중심에서 태양까지 거리 수준의 아주 긴 구조다. 팔로마 5가 보여주는 이 긴 별들의 조석 꼬리는 은하 헤일로 주변을 계속 빙글빙글 도는 마라톤을 뛰면서 그 궤적을 따라 흘린 땀방울의 흔적, 별 질량 손실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은하 주변을 맴도는 여러 구상성단들이 은하 외곽에 거대한 별들의 흐름을 남겨놓고 있다. 지금까지 아주 많은 별들의 흐름이 발견되었지만 실제로 각 별의 흐름이 어떤 성단에서 기원한 것인지를 규명하는 건 까다롭다. 팔로마 5가 그나마 명확하게 자신과 연관된 별들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성단 중 하나다. 사진=NASA


반면 성단이 블랙홀을 잃어버리는 방식은 다르다. 만약 성단 중심에 블랙홀 두 개가 함께 쌍을 이루고 있는 블랙홀 쌍이 있다고 해보자. 이 블랙홀 쌍을 향해 또 다른 블랙홀이 하나 접근하면, 원래 쌍을 이루고 있던 블랙홀 중 하나가 다시 새롭게 접근한 블랙홀과 새로 짝을 이루게 된다. 그 과정에서 원래 쌍을 이루고 있다가 짝을 잃어버린 블랙홀이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얻어서 성단 외곽으로 튀어 날아가게 된다. 성단 중심의 높은 밀도로 바글거리는 블랙홀들 사이에서 이런 ‘파트너 빼앗기’가 반복되면서 서서히 성단은 블랙홀들을 손실하게 된다. 

 

그렇다면 성단은 별 질량과 블랙홀 질량 중 어떤 쪽을 더 빠르게 잃어버리게 될까? 다이어트를 하기 전 원래 성단에 얼마나 많은 블랙홀이 있었는지에 따라서 이 두 가지를 잃어버리는 속도가 달라진다. 성단이 애초에 더 많은 블랙홀을 품고 있었을 경우 별 질량 위주로 다이어트하기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블랙홀 질량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다이어트의 결말 

 

별과 블랙홀들이 높은 밀도로 바글바글 모여 있는 구상성단에서는 그 구성원들끼리 계속 중력 상호작용을 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더 무거운 덩치 큰 별, 블랙홀들은 성단 중심에 가라앉는다. 반면 더 질량이 가벼운 별들은 성단 외곽으로 쫓겨나게 된다. 결국 처음에는 다양한 질량의 별들이 성단 안에 랜덤하게 분포하고 있다가, 결국 무거운 별들만 성단 중심으로, 가벼운 별들은 성단 외곽으로 이동하는 대대적인 자리 바꾸기가 이뤄진다. 이를 성단의 질량 분화 과정이라고 한다. 특히 성단에 질량이 육중한 별, 블랙홀들이 더 많을수록 이러한 질량 분화가 더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더 빠르게 무거운 별들이 중심으로 가라앉고 가벼운 별들이 더 멀리까지 빠르게 외곽으로 퍼져나간다. 

 

결국 더 펑퍼짐하게 바깥으로 퍼져나간 별들은 더 쉽게 성단 바깥으로 떨어져나갈 수 있게 된다. 성단 안에서 벌어진 과도한 질량 분화로 인해 별 질량의 손실이 더 쉬워진다. 결국 성단이 별을 먼저 다 잃어버릴지, 블랙홀을 먼저 다 잃어버릴지, 둘 중 어떤 쪽의 질량을 더 빠르게 다이어트하게 될지는 애초에 성단에 무거운 별과 블랙홀들이 얼만큼 많이 있었는가, 성단의 초기 질량 분포 함수에 따라 결정된다. 

 

구상성단 속 별들의 질량 분화 과정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 왼쪽의 상태에서 200만 년이 지나면 오른쪽의 모습이 된다. 구상성단 속 별들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에 의해 점차 무거운 별은 성단 중심에 가라앉는다. 반면 가벼운 별들은 성단 외곽으로 쫓겨난다. 이런 질량 분화 과정을 겪으면서 성단 내 별들의 분포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사진=Marc Freitag


천문학자들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성단 전체 질량의 약 10퍼센트가 블랙홀로 구성된 경우 성단에서 별 질량이 주는 속도와 블랙홀 질량이 주는 속도가 동일하다. 하지만 만약 애초에 성단 질량의 10퍼센트 이상이 블랙홀로 채워져 있었다면 블랙홀보다 별 질량이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고 나면 블랙홀이 다 사라지기 전에 별이 전부 사라지면서 별은 하나도 없고 블랙홀들만 남은 블랙홀 성단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성단 질량의 10퍼센트 이하만 블랙홀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성단은 별보다 더 빠르게 블랙홀을 잃어버리면서 블랙홀을 하나도 없고 별들로만 채워진 성단이 되어버린다. 즉 별 질량도, 블랙홀 질량도 함께 줄겠지만, 블랙홀이 주는 속도에 비해서 별을 잃어버리는 속도가 훨씬 빠르게 때문에 결국 블랙홀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팔로마 5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천문학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최근까지 관측된 팔로마 5의 기다란 별들의 흐름, 조석 꼬리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팔로마 5 성단의 전체 질량의 약 22퍼센트가 전부 블랙홀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10퍼센트보다 더 높은 수치다. 즉 팔로마 5는 아주 많은 블랙홀을 품고 있었고 효율적으로 진행된 질량 분화로 인해 중심에 가라앉은 블랙홀들보다는 성단 외곽으로 쫓겨난 가벼운 별들 위주로 질량 손실을 겪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팔로마 5는 약 100억 년이 지나면 밝게 빛나는 별들은 모두 다 흘려보내고 성단 전체 질량이 블랙홀들로만 채워진, 블랙홀 성단이 되어버릴 것이다. 별은 없고 단단한 고밀도 근육 블랙홀들로만 채워진 엄청난 코어의 성단이라고 할 만하다. (정확히 말하면 블랙홀 성단이 아니라 블랙홀 단이다.) 

 

각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20배 정도라고 추정하면, 현재 팔로마 5 성단 안에만 이런 거대한 블랙홀들이 100개 이상 우글거린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블랙홀들로 바글거리는 현장이라면 아마 이 성단 중심의 시공간은 지속적인 블랙홀들의 충돌과 병합으로 인해서 거대한 중력파들이 복잡하게 출렁거리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 훨씬 더 민감한 중력파 검출기로 이 성단의 중심부를 엿보게 된다면, 거의 블랙홀들의 워터 파크 수준으로 시끄럽게 출렁거리는 시공간의 물결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블랙홀들이 우글거리는 성단 중심부 상상도. 이미지=ESA/Hubble, N. Bartmann

 

#우주에서 실종된 중간 질량 블랙홀의 힌트? 

 

블랙홀 성단이 되어가는 것으로 이번에 확인된 팔로마 5와 같은 천체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에 대한 힌트가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우주에서 확인된 블랙홀은 아주 가볍거나 아주 무거운 극단적인 종류뿐이다. 겨우 태양 질량의 수배 정도 수준의 아주 작은 항성 질량 블랙홀과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억 배에 달하는 아주 육중한 초거대 질량 블랙홀 두 가지만 존재한다. 그 사이에 있는 태양 질량의 수천에서 수만 배 수준의 중간 질량 블랙홀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마치 유니콘 같은 존재다. 

 

우주에 있는 블랙홀들의 질량 분포에 중간이 없다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무거운 별이 죽으면서 진화 마지막에 남기는 것으로 알려진 항성 질량 블랙홀의 메커니즘에 비해서,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아직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두 가지 가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나는 가벼운 항성 질량 블랙홀들이 오랜 시간 계속 합쳐지면서 결국 초거대 질량 블랙홀까지 성장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부터 이미 원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했다는 가설이다. 

 

만약 작은 블랙홀이 합쳐져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되는 것이라면, 그 성장의 중간 단계인 중간 질량 블랙홀도 당연히 우주에서 많이 발견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중간 질량 블랙홀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성장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중간 질량 블랙홀로서 존재하는 시기가 아주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에서 이 중간 질량 블랙홀을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별보다는 무겁고 은하보다는 가벼운, 그 중간 단계 성단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별 하나가 죽어서 항성 질량 블랙홀이 되고, 은하 중심에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다면, 별과 은하 가운데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성단 정도에서 중간 질량 블랙홀을 기대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추정된 팔로마 5 성단의 운명의 결말이 바로 이 중간 질량 블랙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역학적 진화 끝에 결국 성단이 별을 모두 잃어버리고 블랙홀들만 100여 개 품고 있는 블랙홀 주먹밥이 된다면, 결국 서로의 중력에 의해 모두 한데 모여서 아주 잠시 태양 질량의 수천 수만 배 수준의 중간 질량 블랙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팔로마 5 성단이 보여준 남다른 다이어트 노하우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중간 질량 블랙홀의 탄생 과정에 대한 큰 힌트가 될 수 있을까? 과연 중간 질량 블랙홀은 코어 근육에 미친 운동광 성단들의 결과물이었을까?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1-01392-2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핫클릭]

· [사이언스] 외계행성의 지형까지 찍을 수 있는 망원경 개발 프로젝트
· [사이언스] 현재의 외계행성 탐색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 [사이언스] '최초 포착' 블랙홀이 중성자별을 잡아먹는 순간!
· [사이언스] 외계 생명체? 물은 답은 알고 있다!
· [사이언스] 광합성이 가능한 행성은 오직 지구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