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 홍보하고 전시까지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미술가 응원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본격적인 작가 발굴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번의 시즌 동안 140여 명의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소개됐고, 상당수 작가가 화단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KAUP)’라는 그룹을 결성, 활동을 시작해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아직 터널 속에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출구를 향한 자그마한 빛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조선회화사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그림 중 ‘파적도’라는 작품이 있다. 조선 후기 풍속화가로 알려진 김득신(1754-1822)의 대표 작품이다.
‘파적도’는 ‘고요함을 깨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한낮 조용하던 농가 안마당에서 긴박한 소리가 들린다. 도둑고양이가 병아리 한 마리 물고 달아나고, 졸지에 새끼를 도둑맞은 어미 닭이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필사적으로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상황을 담았다.
당시 평민의 생활상을 모티브로 한 풍속화에 속하지만 단순히 풍속만을 주제로 삼은 것은 아니다. 돌발적인 상황을 빌려 극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연출한 작가의 솜씨는 전통 미술에서는 그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득신이 이 그림을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조용함을 깨트린 주범인 고양이는 검정색과 흰색의 강한 대비로 표현했는데, 포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봉변당한 농부는 선량하게 살아가는 평민이다.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하는 소리가 이 그림의 주제다. 탐관오리로 대변되는 지배층의 폐해가 그 소리일 게다.
조선 영조시대 풍속화를 잘 그렸던 김득신은 화원 집안 출신이다. 풍속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인물, 산수, 영모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화가다.
당시 풍속화는 시대 생활상을 빗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풍자나 해학이라는 장치로 시대의 모순을 비판하는 도발적 내용도 있었다. 때로는 주술적 의미를 덧붙여 개인의 욕망을 그림을 통해 위안 받으려 하기도 했다. 이런 경향은 조선 말기 민화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현대 회화에서도 나타나는데, 어려운 현실을 그림을 보면서 이겨내려는 생각이 그렇다.
힘겨운 오늘의 상황을 해학적 표현으로 풀어내는 성태훈은 이런 맥락에서 돋보이는 작가다. ‘날아라 닭’ 시리즈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보면 김득신의 ‘파적도’가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판 민화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는 전통회화를 전공했지만 개방적 예술관을 갖고 있다. 재료와 소재에 얽매이지 않고 이 시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과 재료로 소화한다. 그래서 전통 회화적 구성과 기법이 서양 회화 방법과 혼합되는 화면을 보여준다.
서양화 재료와 기법으로 그린 뭉게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과 먹으로 그린 전통기법의 매화를 배경으로 어미 닭과 병아리가 날아간다. 아래쪽 기와지붕 위에 고양이들이 이들을 올려다본다. 개그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유머가 넘치는 그림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설정해 어려운 현실을 꿋꿋이 이겨내고 날아오르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들의 꿈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