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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빵기사가 역대급 폭염 속에 천막농성 하는 까닭

노조 "다른 노조와 교섭, 조합 탈퇴 종용하며 포상금 지급" 주장에 SPC 측 모두 '부인'

2021.08.06(Fri) 16:38:01

[비즈한국] 연일 폭염의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한 달 넘게 천막을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파리바게뜨 노조는 이곳에서 “에스피씨(SPC)그룹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패션5는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등 다수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로, 그룹 내에서 상위 브랜드로 꼽힌다. 근처에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자택도 있다. 사진=김보현 기자

 

천막을 찾아간 7월 5일 오후 1시에도 휴대폰에선 ‘폭염경보’ 알림이 떴다. 인터뷰 내내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였다. 발전기가 잠시 멈춰 냉풍기를 틀 수 없다며 멋쩍게 웃던 임 지회장은 등산 의자를 내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사자 없는 ‘이행 완료 선포식’ 이어 노조 탈퇴 종용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파리바게뜨 지회)는 2017년 제빵기사 불법파견·임금꺾기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결성됐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에 최초로 설립된 노조였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 실태 조사를 통해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제빵기사를 불법 파견으로 사용했다며 5378명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들을 자회사로 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노조와 정당, 가맹점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맺었다. 여기에는 △자회사 변경 후 근로계약서 재작성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체불임금 해결 △​부당노동행위자 징계 △​본사직원과 3년 내 동일임금 약속 등의 내용이 담겼다. 

 

SPC는 자회사 설립 3년을 맞은 올해 4월 1일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및 새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파리바게뜨지회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열린 행사였다. 임 지회장은 “선포식에서 회사는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했다고 밝혔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이 기소한 관리자를 오히려 진급시켰고,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는 전혀 진행된 바 없다.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 노조가 교섭 대표노조라는 이유로 그들과 이행 여부를 논의하고 행사를 열었는데, 당시 약속은 우리와 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7월 1일 기자회견과 함께 패션5가 입점한 한남동의 SPC건물 앞에 천막을 차리고 농성을 시작했다. 요구사항은 ‘사회적 합의 이행’이다. 사진=파리바게뜨지회 제공

 

매달 100건이 넘는 탈퇴서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한 달에 평균 1~2건, 많아야 10건이 들어오던 탈퇴서가 갑자기 100건 이상 들어온 건 이상한 일이었다. 740여 명이던 조합원 수는 7월 초 300여 명까지 줄었다. 탈퇴서와 함께 전국 각지의 제빵기사로부터 제보도 들어왔다. 현장관리자(BMC)들이 파리바게뜨 각 지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을 탈퇴하도록 압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파리바게뜨 노조를 많이 탈퇴시킨 BMC에게 탈퇴 노조원당 1만 원에서 5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전직 BMC의 폭로도 나왔다. 

 

#SPC 측 ‘일체 부인​ 입장 고수…지노위 ‘일부 인정​ 판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7월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배임 등 혐의로 회사를 지방고용노동청과 경찰에 고소했다. SPC그룹과 파리바게뜨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 공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압수수색도 요구했다.

 

비즈한국은 SPC 측에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연락을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SPC는 일관되게 노조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SPC​의 부당노동행위가 일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임 지회장은 “아직 판정문이 송달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 일부 언론에서 노노 갈등으로 사안을 몰고 가지만, 핵심은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조를 탄압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대화 상대는 처음부터 회사”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농성을 시작한 7월 초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상향되기 전이라 2~3명씩 천막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파리바게뜨 노조는 1인 시위로 전환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와 지열을 버티기에 천막 안의 냉풍기와 아이스박스는 너무 작았다. 임 지회장은 “오전에 회사 측에서 다녀갔다.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우리 쪽에서 거절했다. 부당노동행위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시민대책위를 새로 꾸려서 다음 주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시민사회단체와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7월 14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SPC 파리바게뜨의 노조파괴 행위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자리에서 안 장관은 “사실이라면 부당노동행위가 맞다. 집중조사를 한 다음에 강제조사가 필요하면 하겠다”고 답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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