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간호사의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간호사를 위한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간호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인공지능(AI) 기술, 신규 간호사들의 교육을 도와주는 앱, 폭언에 대비한 녹음기 등 사업 아이템은 다양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는 늘어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나 의료계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신규 간호사를 위한 기술이나 앱이 개발됐거나 만들어지고 있다. 신규 간호사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적응하지 못해 퇴사와 이직이 잦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18년 36개 병원의 간호사 1만 6296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간호사 이직률은 연간 15.55%이고, 그중 1~3년 저연차(신규) 간호사 비중은 6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규 간호사 교육을 담당하는 프리셉터 간호사도 간호 업무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결국 이는 교육과 업무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간호사연구소는 환자에게 증상별, 상황별로 필요한 업무를 간호사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동수 간호사연구소 대표는 “환자가 입원하면 간호사가 환자의 양상, 원인 등을 일차적으로 판단해 의사에게 알린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간호사의 ‘처치’에 중점을 두기에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태블릿이나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환자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AI 기술로 지도 학습하고, 이후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다음 단계의 간호 매뉴얼을 제공해주는 시스템으로 업무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널스노트 역시 신규 간호사들의 교육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널스노트는 네이버 밴드처럼 운영되는 플랫폼이다. 간호사들은 부서별로 방을 개설해 교육자료, 공지사항, 근무표 등을 공유한다. 오성훈 널스노트 대표는 “공통으로 필요한 교육 자료는 플랫폼에서 제공되지만, 기본적으로는 각자 병원 자료를 간호사들끼리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입자는 1만 3000명 정도, 꾸려진 팀은 300개 정도다. 앞으로 약물 용량을 계산해주는 서비스를 더하는 식으로 IT 기술을 접목해 고도화해나갈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의 삶의 질을 들여다본 기업도 있다. 포휠즈가 개발한 앱 마이듀티는 간호사의 근무 일정표를 동료, 가족,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정석모 포휠즈 대표는 “간호사들은 보통 3교대인데 주변 사람과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 종이로 된 근무 일정표를 주고받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 도움을 주고자 개발했다. 간호사 근무 방식이 비슷한 해외에서도 이용률이 높다. 향후 근무표 공유를 넘어 ‘공정한’ 근무표를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휴가도 눈치가 보여 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기본적인 것들이 투명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비스가 아닌 제품으로 간호사들의 고충을 개선하겠다는 업체도 있다. 너스키니는 간호화에 집중한다. 김은비 너스키니 대표는 “간호사들은 일반 단화나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서 있거나 뛰어다니는 시간이 많은데 발이 불편하다 보니 족저근막염이나 하지정맥류가 많이 생긴다. 한국인 간호사에게 맞는 간호화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코로나19 환경에서는 실제 의료 환경에서 간호사 실습도 어려워졌는데, 실습 교구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뮨은 간호사, 의사 등 의료인이 진료 환경에서 폭언, 폭행 등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원증 케이스 형태로 된 녹음기를 개발했다.
간호사들을 위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한 이들은 본인이 실제 간호사였거나 주변에 간호사가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간호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김은비 너스키니 대표는 “아무래도 한 곳이 시장을 독점하면 간호사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기 힘들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극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석모 포휠즈 대표도 “올해만 경쟁 앱이 두 개 정도 출시됐다. 그러나 건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간호사 업무환경과 처우를 둘러싼 문제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된 보완 장치들이 나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4만 3058명의 간호사 중 55%가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고, 응답자의 46%는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에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답했다. 의료법 2조는 간호사의 업무에 ‘진료보조업무’를 포함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도 간호계와 의료계의 의견이 또다시 갈리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2023년도 대학 입학정원 조정계획 수립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요청한 의견에 대해 ‘의대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의사협회는 의사 인력 과잉에 대비해 정원을 무작정 늘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간호계는 간호사들이 의사 대신 하는 불법 의료행위를 막으려면 의사 인력 충원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한편 병원 등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동수 간호사연구소 대표는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요구하는 역량에 대한 교육 콘텐츠를 학교나 교육 사기업을 비롯한 병원에서 꾸준히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또 간호사들이 그만두는 이유 중 하나는 대인관계의 문제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심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소방청의 ‘찾아가는 심리상담실’과 같은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적용하면서 여러 기관의 노력이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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