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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우여곡절 다큐멘터리…그때 그 시절 추억에 '찡한 감정'

2021.07.28(Wed) 16:47:18

[비즈한국] 최근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들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세상의 모든 영화가 과거보다 퇴화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감정은 인간이 과거를 추억하는 데 능숙하기도 하고, 점점 커지는 나의 ‘꼰대력’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랑종’을 보고 나오면서 ‘하, 집에서 ‘엑소시스트’를 한 번 더 볼 것이지, 왜 더운데 돈 주고 이걸 봤을까.’ 싶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시즌1과 시즌2에서 각각 4편의 1980~1990년대 명작의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각 장르의 스태프들과 제작진, 조연배우 등 관련 인물들이 생생하게 증언하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운데, 편당 45분가량의 적당한 분량에 심지어 편집도 맛깔나 지루할 틈이 없다.


넷플릭스에서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원제: The Movies that made us)를 본 건 그 때문이다. 수십 년이 지나도 회고되는 명작들은 대체 어떻게 제작된 건지 궁금했다. 그런데 명작들의 뒷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했는지 몰랐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1980~1990년대 제작된 영화들의 제작 과정을 훑으며 관련된 뒷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전달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명작들이 등장하는데 2019년 시즌1에서는 ‘더티 댄싱’, ‘나 홀로 집에’, ‘고스트 버스터즈’, ‘다이하드’에 대한 이야기를 털었다. 7월 23일 공개한 시즌2에서 ‘백 투 더 퓨처’, ‘귀여운 여인’, ‘쥬라기 공원’, ‘포레스트 검프’를 다뤘다. 8편의 영화를 다 보지 못한 사람은 있겠지만, 한 편도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2000년 이전 출생자라면). 

 

누군지 기억나는가? ‘나 홀로 집에’에서 케빈에게 엄청나게 당하는 좀도둑 패거리 중 하나인 마브 역을 맡은 다니엘 스턴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주연 배우 인터뷰보다는 다니엘 스턴처럼 그리운 조연배우들이 인터뷰에 응해 더 반갑다.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시대를 상징하고 전설이 된 영화들을 다루는 만큼 기본적으로 흥미를 돋울 요소들이 다양하다. 이 정도 성공한 영화들이면 제작 과정도 순조로웠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는 게 반전이다. 제작사마다 대차게 거절당하면서 ‘제발 제작 좀 해주세요’ 했던 과거는 기본이고, 초안이 지금의 영화를 상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결말인 경우도 있었다. 제작 과정 중 제작사가 바뀌거나 예산이 모자라 엎어질 뻔하는 일도 많았다. 

 

‘더티 댄싱’의 남자 주인공 패트릭 스웨이지는 원래 절대 춤추는 역할을 원하지 않았고, ‘나 홀로 집에’가 예산이 점점 늘어나면서 중단될 위기에 처하다 ‘20세기 폭스’로 제작사가 교체됐다.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는 예고편에서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리며 한동안 메인 포스터에서 제외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백 투 더 퓨처’ 제작진은 1순위였던 마이클 J. 폭스를 캐스팅하지 못하자, 그 대안으로 에릭 스톨츠를 캐스팅해 무려 6주 가까이 촬영을 진행했으나, 결국 그가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배우를 교체하기도 했다. 결국 마이클 J. 폭스를 섭외했고, 주로 밤에 촬영해야 했다. 그가 당시 낮에는 인기 시트콤을 찍어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 이런 스태프들의 다양한 증언을 통해 ‘대체 이 영화들이 성공은커녕 무사히 개봉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치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할리우드 대로의 창녀를 주인공으로 한 파격적인 설정의 ‘귀여운 여인’은 줄리아 로버츠를 만인의 연인으로 만들었다. 재미난 건 디즈니 계열사로 제작사가 바뀌면서 초안의 제목과 분위기, 결말과는 사뭇 다른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 원래 제목은 ‘3000’으로, ‘에드워드’와 ‘비비안’ 또한 해피 엔딩과는 백만 광년은 떨어진 싸늘한 엔딩이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영화들은 기존 영화의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더티 댄싱’은 낙태 이야기를 다루고, ‘나 홀로 집에’는 아이를 집에 방치한다는 설정 자체가 자칫 방임과 학대로 보일 수 있다. ‘다이하드’의 주인공은 기존의 남성적 매력이 철철 넘치던 액션 스타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였고, ‘귀여운 여인’은 아예 할리우드 대로의 창녀가 여주인공이다! 

 

엄청난 기술력의 발전으로 스크린에 고대 공룡을 불러왔던 ‘쥬라기 공원’. 영화 CG를 맡았던 ‘ILM’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한편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 후반 작업 시 ‘쉰들러 리스트’ 연출을 맡아 밤마다 통화로 후반 작업을 지시해야 했다고.


영화는 예술작품이지만 감독과 배우 외에도 무수히 많은 스태프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산업이기도 하다. 기존의 영화와 다른 창의적인 작품을 내놓아 대중의 눈길을 끌어야 하지만, 자칫 너무 창의적이어서 대중에게 외면당할 만한 무모한 도전도 꺼려질 수도 있다.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그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타협점을 찾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작비 삭감으로 영화가 위기에 놓이자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와 주연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들의 인건비를 삭감하며 옵션 계약을 했다는 ‘포레스트 검프’는 그들이 돈방석에 앉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천하의 톰 행크스도 영화 초반, 포레스트 검프의 목소리 톤을 잡기 어려워하다가 자신의 아역을 맡은 마이클 코너 험프리스의 톤을 보고 맞추기 시작했다고.


이 시리즈는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출발! 비디오 여행’ 뺨치게 들려주는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수십 년 된 명작을 다루는 만큼 동시를 살았던 사람들과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를 추억하고 그들의 뒷이야기에 감탄하게 한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더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나 ‘귀여운 여인’을 진두지휘했던 게리 마샬 감독을 그리워하고, ‘포레스트 검프’의 상이용사 댄 중위 역을 맡았던 게리 시니즈가 상이 군인과 군인 가족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작품마다 마지막 엔딩 부분에 인터뷰에 응한 스태프가 촬영지를 찾아가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을 보면 그 영화에 지분도 없는 주제에 어쩐지 찡한 감정이 솟구친다.

 

우여곡절 끝에 ‘백 투 더 퓨처’의 주연을 맡은 마이클 J. 폭스. 낮에는 인기 시트콤을, 밤에는 이 영화를 촬영하느라 언제나 피로에 절어 있었다고. 마이클 J. 폭스는 이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배우 인생을 지속하다 작년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배우들의 옛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이 다큐멘터리의 즐거움 중 하나다.


여름휴가 시즌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섣불리 어디 여행 가기도 꺼려지는 지금,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을 보고 오랜만에 추억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앞서 언급한 영화들은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 OTT서비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이 영화들을 들어는 봤지만 보지는 못한 (2000년대 이후 출생의)어린 자녀나 후배들과 함께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수없이 패러디된 명대사와 명장면들의 원전이 이 작품들임을 알고 놀라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할 것이다.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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