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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리포트] '제페토에서 만나' 밀레니얼 세대의 메타버스 체험기

해외 명소, 한강공원, 명품매장…제페토와 캐릭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2021.07.28(Wed) 15:41:36

[비즈한국] MZ세대는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 ‘신흥 소비권력’, ‘워라밸’ 같은 단어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들은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 젠더 문제, 코로나19 시대, 유례없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의 한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부유(浮遊)하는 단어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용어와 통계가 생략한 MZ세대의 현실을 전한다. 이들은 MZ세대를 대표할 수도 있고, 그 중 일부일 수도 있다. 

 

기획코너 이름은 ‘MZ리포트’이지만 주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썼다. 세대를 촘촘하게 구분할 의도는 없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한가운데 있다 보니 관심을 Z세대로 확장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요즘 애들’을 이해하기 위해 제페토부터 설치해보기로 했다.

 

제페토의 인기 있는 맵 중 하나인 한강 공원의 모습. 사진=제페토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우주의 ‘universe’가 합쳐진 합성어로, 컴퓨터 기술을 토대로 3차원으로 재구성한 상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2018년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제트에서 출시한 ‘제페토’는 메타버스 대표 플랫폼으로 통하며 누적 가입자가 2억 명이 넘을 정도로 ‘핫’하다. 특히 10대 이용자 비율이 80% 이상이라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사뿐 아니라 금융·정치계까지 주목하고 있다. 

 

제페토를 시작하기 위해선 캐릭터부터 만들어야 한다. 왕년의 ‘프린세스메이커’ 세대로서 부캐 꾸미기는 요즘 애들 못지않게 잘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게임 캐릭터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것)로 친구들 앞에서 우쭐댄 경험도 다수 있었다. 

 

복병은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양말 종류만 어림잡아 300개가 넘었다. 얼굴을 만들어야 하는데 눈썹을 고르다 보니 30분이 흘렀다. 기왕 하는 거 화려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지만 최대한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틀었다. 잠옷과 떡진 머리면 충분했다. 

 

인공지능 기능을 통해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면 나와 비슷한 얼굴형의 아바타가 생성돼 실제 모습과 닮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원하는 만큼의 큰 눈과 오똑한 코, 연예인 스타일 화장을 통해 이상향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아이템은 최신 트렌드를 따라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그 중 다수는 현질이 필요했다. 우선 회원가입만 하면 주는 코인으로 머리핀을 샀다. 뭐라도 하나 장착하니 자신감이 좀 붙었다. 

 

#잠옷 입고 구찌 매장 구경…한강공원과 해외 명소도 있어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이제 ‘월드’ 투어를 할 단계다. 제페토 안의 가상공간 맵은 ‘월드’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네이버제트가 직접 개발한 공식 맵 외에도 이용자가 직접 만든 비공식 맵이 2만 개 이상 있다. 이용자들은 아바타에 자신을 투영해 한강공원, 교실, 해외 유명 관광지 등의 공간에 접속한 뒤 다른 이용자를 만날 수 있다. 

 

‘Z세대 놀이터라는 제페토를 90년대생 기자가 직접 해봤다. 영상=김보현 기자

 

공식 맵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띈 ‘블핑(블랙핑크) 하우스’에 들어갔다. 광장과 건물로 이뤄진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다른 이용자와 대화를 하거나 공간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도 거실과 방, 부엌 등을 디테일하게 구현한 모습이었다. 공간의 특성 때문인지 화려하게 꾸민 캐릭터가 많았다. 

 

곳곳에서 가수 블랙핑크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안무연습실과 가수 대기실 등 콘셉트가 다른 여러 개의 방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캐릭터들은 둘셋씩 무리 지어 다니거나 상황극을 하며 대화를 했다. 주변을 알짱거려봤지만 아무도 대화에 끼워주지 않았다. 이후로도 여러 번 내가 먼저 말을 걸거나 혹은 다른 캐릭터가 말을 걸어왔지만 대화가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혹시 캐릭터를 누르면 뜨는 개인정보에 나이가 포함되는지 확인해봤지만 그렇진 않았다. 

 

Z세대가 제페토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상황극’이다. 교실 맵에 모인 이용자들이 선생님과 학생 등으로 역할을 나눠 상황극을 진행하는 식이다. 병원에선 의사와 환자, 편의점에선 직원과 손님 등으로 적용된다. 실제 다수의 월드 타이틀에 ‘상황극’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돼 있었다. 그 중 하나에 접속해 ‘나도 끼워달라’고 말을 걸었지만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으론 ‘구찌 빌라’에 방문했다. 실제로 가보고 싶었으나 여러 이유로 가지 못했던 만큼 기대가 됐다. 올해 2월 구찌는 제페토와의 제휴를 통해 의상과 핸드백, 액세서리 등 60여 종의 제품을 아이템으로 구현해 판매했다. 월드 맵은 구찌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다. 

 

제페토 월드 중 하나인 ‘구찌 빌라’에서의 셀프카메라. 현실 세계에선 잠옷을 입고 갈 수 없는 공간이지만 제페토에선 가능했다. 사진=제페토

 

매장 안에는 실제 제품들이 전시돼 있어 천천히 걸으며 구경할 수 있었다. 의자에 앉거나 거울 앞에 서서 캐릭터의 모습을 비춰볼 수도 있었다. 매장 안에서 사진을 찍다가 나도 모르게 ‘친구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전시된 제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쿠션이 있어 구찌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봤다. 98만 원에 실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었다. 

 

#싸이월드와 같고도 다른 Z세대의 플랫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거나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게 어려워진 만큼 제페토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해외 명소나 명품 매장 등 현실에서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를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방문하고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다만 익숙함 속 생경함이 느껴졌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 SNS인 싸이월드도 메타버스에 속한다. 가상공간에서 캐릭터와 미니홈피 등으로 자아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싸이월드는 제페토와 비슷하지만, 활동반경이나 상호 소통의 속도감 등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제페토는 이미 구현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맵 안에서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캐릭터를 이동하고 옷·표정·제스쳐 등을 통해 감정이나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도 훨씬 다양하다. 

 

결국 이용자의 감각에 따라 활용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싸이월드 경험에 머물러 있다 보니 공간을 구경하고 눌러보면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긴 어려웠다. 제페토는 창작 지원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 각각의 스튜디오에서 게임과 아이템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제페토 측은 “이용자 제작 아이템이 전체 아이템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게임 내 화폐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으며, 아예 ‘메타버스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이용자도 있다”고 알렸다. 

 

가수 선미가 제페토를 통해 컴백 티저를 최초 공개한다. 사진=제페토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의 규모는 2020년 460억 달러에서 2025년 280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처음과 달리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제페토에 접속해 두 번째 출석 체크를 했다. 맵을 탐방하던 중 가수 선미의 컴백 티저가 제페토에서 최초 공개된다는 알림이 떴다. 이와 동시에 선미의 컴백 이미지에 나온 헤어 스타일과 옷, 신발 등이 추가됐다. 남은 캐시로 선미와 같은 스타일을 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첫날 결제한 머리핀은 그대로 유지했다. 선미와 같은 착장을 걸친, 내 얼굴을 한 캐릭터는 나를 대신해 또 다른 세계로 탐방을 떠났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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