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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레트로 감성으로 다시 태어난 정선 나전역카페

드라마·영화·광고 촬영지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카페로 재탄생

2021.07.27(Tue) 10:22:20

[비즈한국] 강원도 정선의 나전역은 예쁘기로 소문난 간이역이다. 일찍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였고, 서태지가 휴대전화 광고를 찍었으며, ‘미스터 트롯’의 자매 프로그램(?)인 ‘뽕숭아학당’도 이곳에서 촬영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나전역에는 ‘국내1호 간이역 카페’가 문을 열었다. 추억을 담은 인테리어와 지역 특유의 메뉴로 더욱 많은 이들의 발길이 나전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정선의 나전역은 예쁘기로 소문난 간이역이다. 지난해 말 나전역에는 ‘국내1호 간이역 카페’가 문을 열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모래시계’에서 ‘뽕숭아학당’까지, 촬영 명소 나전역

 

나전역은 우리나라 석탄 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9년 문을 열었다. 한동안 이곳을 찾는 광부와 방문객들로 북적였으나 석탄 산업의 쇠퇴와 함께 나전광업소가 문을 닫은 후에는 역무원 없는 간이역이 되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각종 영화와 드라마, CF 촬영지가 되면서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입소문을 타게 된다. 

 

가장 먼저 촬영지로 나전역을 선택한 작품은 1992년에 개봉한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작가 이문열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에서 나전역은 작품 속 배경이 되는 강원도 도시의 작은 기차역이었다. 1995년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모래시계’에도 나전역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정동진역이 유명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나전역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도 나전역은 여러 장르의 촬영지로 사랑받았다. 2008년에는 이른바 ‘서태지폰’의 촬영 장소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국민예능 ‘1박2일’과 드라마 ‘킬미힐미’ 등에 나오면서 지역의 ‘스타 역사’로 자리를 잡았다. 

 

아기자기한 조형물로 꾸며진 플랫폼 풍경. 사진=구완회 제공

 

2011년에는 여객 취급 업무가 중단되면서 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다행히 2015년 정선아리랑열차(A-train)가 이곳을 지나면서 추억의 간이역으로 다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청량리에서 출발한 정선아리랑열차는 종점인 아우라지역에 가기 직전 나전역에서 10분가량 머무른다. 이 시간 동안 관광객들은 옛날 철도원 옷을 입어보거나 그림 같은 간이역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빛 바랜 의자에 예전 톱밥 난로를 설치한 대합실에는 그 시절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인스타 여행 명소’가 된 나전역카페

 

2020년 11월, ‘나전역카페’가 문을 열면서 나전역은 ‘정선을 대표하는 인스타 여행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옛날 매표소를 그대로 살려 카페 주방으로 만들고, 대합실을 복고풍 찻집 분위기로 꾸몄다. 여기에 예전 나전역에서 쓰이던 선로전환기와 통표(열차 운행허가증), 영화포스터 등으로 레트로 감성을 더했다. 실물 크기 마네킹으로 만든 그 시절 역무원과 열차 이용객들은 또 다른 기념촬영 스폿이 되었다. 덕분에 추억의 간이역을 찾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레트로 감성을 즐기려는 청춘 남녀들이 ‘나전역카페’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옛날 매표소를 그대로 살려 카페 주방으로 만든 나전역카페. 레트로 감성으로 인스타 명소가 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나전역을 ‘국내 1호 간이역 카페’로 변신시킨 주역들이 지역 주민들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모인 주민들이 ‘나진카니발농업회사법인’을 만들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관광두레 사업에 선정되었다. 이후 전문가에게 경영 컨설팅을 받으며 카페창업 및 제과제빵 교육을 수료하고,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나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창업에 만전을 기했다. 덕분에 카페 문을 열자마자 인스타그램 등 SNS 명소로 떠오르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나전역카페는 지역 주민들이 카페와 제빵 교육을 받고 곤드레나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해 창업했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SNS 명소로 떠오르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나전역에서 가까운 아우라지역 마당에는 또 다른 카페가 눈길을 끈다. 맑은 물에만 산다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모티브로 만든 ‘어름치유혹’ 카페가 그것이다. 폐객차를 활용해 만든 두 개의 건물은 거대한 어름치를 닮았다. 카페 안에는 작은 갤러리까지 갖춰서 볼거리도 더했지만, 아쉽게도 요즘은 코로나 탓에 임시 휴업 중이다. 

 

아우라지역이 자리잡은 아우라지는 평창에서 발원한 송천과 삼척에서 시작한 골지천의 두 물줄기가 어우러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던 처녀, 총각의 사랑 이야기가 정선아리랑의 ‘애정편’이 되었단다. 지금은 ‘아우라지 관광지’와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나전역에서 가까운 아우라지역 마당에는 맑은 물에만 산다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모티브로 만든 ‘어름치유혹’ 카페가 들어섰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나전역카페

△위치: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북평8길 38

△문의: 033-563-3646

△이용시간: 성수기(7~8월) 평일 10:30~19:00, 일요일 11:30~19:00, 연중무휴 / 비성수기(9~6월) 평일 11:00~19:00, 일요일 12:30~19:00, 월요일 휴무 (영업시간 및 휴무일은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할 것)

 

어름치유혹카페

△위치: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6길 17

△문의: 033-563-6057

△이용시간: 코로나로 임시 휴업 중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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