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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러시아 신형 전투기 'Su-75 체크메이트' 베일 벗었다

스텔스 성능 대폭 향상…KF-21과 강력한 수출 라이벌 급부상

2021.07.23(Fri) 13:34:56

[비즈한국] 지난 7월 20일부터 모스크바의 주코프스키(Zhukovsky)국제공항에서 열리는 MAKS-2021 에어쇼에서, 러시아의 수호이(Sukhoi) 설계국은 ‘Su-75 체크메이트(Checkmate)’라는 신형 전투기를 공개했다. Su-75는 2009년 공개된 Su-57 이후 근 11년 만에 처음 공개된 새로운 디자인의 전투기로, 급작스러운 발표에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의 이목이 쏠렸다.

 

수호이는 Su-75의 깜짝 공개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인 모양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시제기를 제작한 다음, MAKS 에어쇼 발표 며칠 전, 검은색 위장막으로 꽁꽁 둘러싸인 비행기를 노출하면서 동시에 예고편 CF를 유튜브로 공개했다. CF의 내용은 UAE, 인도, 베트남, 아르헨티나 공군 조종사들이 은밀히 새 전투기를 보기 위해 러시아로 모여드는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무엇을 팔 것인지 공개하기도 전에 판매 국가부터 콕 집어 홍보한 셈이다.

 

스텔스 성능이 대폭 강화된 Su-75전투기 체크메이트. 사진=UAC 러시아 유튜브

 

MAKS 에어쇼 시작과 함께 정식으로 공개된 Su-75는 ‘체크메이트’라는 이름답게 현대 항공전이라는 체스판을 뒤흔들 한 방이 되기 충분한 성능을 자랑했다. Su-75는 전작인 Su-57보다 훨씬 작고 얇으면서도, 스텔스 성능을 더욱 발전시킨 디자인으로 군사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러시아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라고 할 수 있는 Su-57의 경우 무장을 내부에 넣는 내부 무장창, 레이더 전파를 덜 반사하는 기울어진 꼬리날개 등 몇 가지 스텔스 디자인요소를 갖췄지만, 많은 반사파를 만드는 공기 흡입구의 설계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보다는 과거에 만들어진 4세대 전투기와 비슷한 형상이라 스텔스성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Su-75는 Su-57에 비해서 두 가지 큰 스텔스 설계의 발전이 있었다. 우선 수평 꼬리날개가 없다. Su-75는 사다리꼴 모양의 큰 주 날개와 기울어진 한 쌍의 수직 꼬리날개로 모든 비행 제어를 하게 되어 있어, 주 날개와 수평 꼬리날개 사이의 레이더 전파 간섭이 없어 측면에서의 스텔스 성능이 향상되었다. 세계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라고 할 수 있는 F-22 랩터의 라이벌이었던 YF-23 블랙 위도우(Black Widow II)가 Su-75처럼 수평 꼬리날개가 없었고, 앞으로 개발될 6세대 전투기들도 스텔스 성능 향상을 위해 수평 꼬리날개를 없앨 전망인데, 러시아가 먼저 선수를 친 셈이다.

 

스텔스 성능이 향상된 또 다른 부분은 공기 흡입구이다. Su-75는 마치 펠리컨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처럼 생긴 공기 흡입구를 조종석 아랫부분에 설치했는데, 이 공기 흡입구는 Su-57과 달리 엔진 흡기구를 완벽히 가리고 있고,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나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DSI(Diverterless Supersonic Inlet)이라는 모양으로 전파 난반사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다만, 완전한 스텔스 전투기에 필요한 마지막 조건인 정밀히 가공한 매끈한 표면 처리를 하지는 않았고, Su-57이나 과거 MIG-35전투기와 비슷한 투박한 표면 처리를 하여 완벽한 스텔스보다는 가성비 있는 스텔스를 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Su-75 내부장비는 검증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약간의 개량이 이뤄졌다. 사진=UAC 러시아 유튜브 영상 캡처

 

Su-75의 내부 장비는 외형과 반대로 최대한 검증된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엔진의 경우 Su-57 완성형에 장착된 AL-41F1의 발전형을 1개 장착하고, 전투기의 핵심 전자장비인 AESA 레이더, EOTS 전자광학 센서, 그리고 조종석 계기판(Avionics) 가 Su-57에 적용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장 역시 Su-57에 탑재되는 무기를 그대로 활용한다.

 

Su-75의 무장 능력 역시 Su-57의 절반 수준인데, 세 곳의 내부 무장창에는 RVV-MD 단거리 미사일 2발과 Grom E-1 순항미사일 2발을 탑재할 수 있다. 수호이는 120km 이상 밖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Su-75에 탑재한다면 적이 사전에 공격을 막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Su-75가 가장 공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포인트는 성능이 아닌 가격과 유지보수 부분이다. 우선 마트료시카(Matryoshka)라는 자동 군수지원 시스템을 도입해서 항공기 정비와 보수에 드는 인력을 줄일 계획이다. 이런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오직 F-35 전투기만이 ALIS(Autonomic Logistics Information System)라는 이름으로 운용 중인데, 제대로 개발만 된다면 유지 정비 인프라가 부족한 제3세계 국가 공군들에게는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이다. 제작사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Su-75의 가격은 3500만 달러를 목표로 하는데, 이 가격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3분의 1 가격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주력전투기인 KF-21 보라매의 2분의 1 가격이니, 덤핑에 가까운 엄청난 저가 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Su-75 체크메이트는 국산 전투기 KF-21에 비해서 모든 부분이 우월하고, 특히 가격에서 상대가 되지 않으니 수출시장에서 KF-21은 발붙일 곳이 없어진 걸까. 벌써 그런 속단을 하기에는 이르다.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30년간 전투기 수출 사례에서 보인 러시아 전투기들의 단점이 Su-75 하나로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 전투기 제작사들은 전투기를 개발할 때 공개와 비행은 빨리하고, 실전 배치가 지연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제작사는 Su-75 전투기를 2023년에 첫 비행 하고 2026년에 실전 배치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Su-57 전투기의 경우 첫 비행 후 10년이 넘게 지난 2020년 12월이 되어서야 실전 배치가 되었다.

 

가격 역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때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투기 FX 사업의 후보 기종으로도 오른 Su-35의 경우 F-16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이 도입 협상을 진행하자 가격이 11대에 11억4천만 불, 즉 한 대당 1억 불이 넘는 가격을 불렀다. 이것저것 설비와 옵션이 붙여진 가격으로 결국 경쟁 기종보다 엄청나게 싼 가격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이다.

 

이런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Su-75는 미국제 전투기를 구매하기 어려운 제3세대 국가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다. 다만, 마치 50년 전 구소련이 개발한 MIG-21 초음속 전투기가 1만 대 넘게 생산되어 초음속 전투기를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보유한 것처럼, Su-75가 수 천대 생산되어 전 세계 스텔스 전투기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우리 처지에서는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긴장하면서도, 포기하지 말고 러시아제 전투기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우리 KF-21이 Su-75와의 수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성능적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스텔스 성능과 전자장비이다. 원래 계획했던 것처럼 KF-21의 개발 완료에 발맞춰 내부 무장창을 추가하는 개량을 추진하고, 2020년대의 발달한 기술로 KF-21의 임무 컴퓨터와 AESA 레이더, IRST 전자광학 장비를 더욱 개량하여 Su-75보다 먼저 보고 먼저 쏘는 KF-21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성능보다 더욱 중요한 무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고객들에게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7월 20일 KAI는 인도네시아에 T-50i 6대를 추가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T-50의 우수한 성능뿐만 아니라 KAI와 대한민국 정부가 보여준 신뢰성 있는 후속 군수지원에 사용자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추가 계약이었다. 믿을만한 무기, 신뢰성 있는 무기라는 한국 전투기의 이미지를 KF-21도 꾸준히 지켜갈 수 있다면 Su-75의 등장도 무작정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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