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영화관 산업의 미래는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주말이면 가족 단위 고객으로, 평일 저녁이면 친구·커플끼리 방문한 손님으로 북적이던 영화관은 옛말이 됐다. OTT 플랫폼의 등장 이후 급격히 줄어들던 영화관 손님은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전멸 상태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3대 영화관인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모두 이 상황을 겨우 버티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매출은 전년(1조 9140억 원) 대비 73.3% 감소한 5104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7월 21일 발표한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에 따르면 영화관 산업은 올해 상반기에도 수요 부진이 지속됐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으로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예고된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CJ CGV가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자본 확충을 했으나, 실적 악화와 투자 수요로 인해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남은 ‘종로시대’ 서울극장도 폐관 예정
위기는 늘 그렇듯 작은 것부터 드리운다. 22일 오후 4시경 찾은 서울 종로구의 서울극장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남은 자리가 몇 개 없을 정도로 북적이는 데 비해 서울극장 로비에는 손님이 한 명뿐이었다. 평소에도 붐빌 시간은 아니지만 기자가 머무른 한 시간 동안에도 더 이상의 방문객은 없었다.
서울극장은 최근 40여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폐관 소식을 알렸다. 오는 8월 31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 서울극장은 종로와 충무로 일대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극장의 상징성을 지켜왔다. 작고 큰 영화제들이 시즌별로 개최됐으며, 2013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됐다.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서울극장을 운영하는 합동영화사 측은 공식적인 폐업 이유로 코로나19 장기 확산으로 인한 경영난 악화을 꼽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와 OTT 플랫폼 소비문화 확산에 밀릴 때도 버텼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안 좋아진 경영 상황은 이겨내지 못했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30대 A 씨는 “서울극장 내 독립영화전용관을 자주 방문했다. 나에겐 프랜차이즈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는 독립영화를 보러 멀리서 왔던 추억의 공간이다.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안타까워서 마지막으로 방문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프랜차이즈 영화관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면서 실적 회복을 기대했으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에 직접 타격을 입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상영관 안에서 음식물을 먹지 못하도록 안내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등 엄격한 관리 속에서 극장 내 2차 감염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상반기에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등의 외국영화 개봉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다. 실적 회복을 조심스럽게 기대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극장을 찾는 손님이 다시 줄었다. 여기에 OTT 플랫폼 등으로 비대면 흐름 강화까지 더해져 내부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뉴노멀 시대의 영화관
물론 좌절하긴 이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노멀에 대해 영화관 업계도 여러 대응책을 실험하며 ‘다음’을 상상 중이다. 우선 가격을 올렸다. CGV는 영화 관람료를 주중 1만 2000원, 주말 1만 3000원으로 인상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4월 1000원씩을 더 인상했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역시 그 뒤를 이어 각각 1000원씩 영화 관람료를 인상했다. 이로써 프랜차이즈 영화관 3사의 영화 관람료는 2D 일반 영화 성인 기준으로 주중 1만 3000원, 주말 1만 40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찾을 사람은 찾는다’는 이유에서다.
영화만을 상영하는 영화관이 아닌 ‘플랫폼’으로서의 여러 시도도 눈에 띈다. ‘진짜사나이’같이 대중에게 인기를 끈 예능이나 드라마·연극·뮤지컬 등의 컨텐츠를 기획 혹은 편집해 상영하거나, ‘스탠드업 코미디 쇼그맨’과 같은 라이브쇼를 개봉하기도 했다. OTT 플랫폼으로 인해 영화를 영화관에서만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만큼, 역으로 영화가 아닌 콘텐츠를 극장에 올림으로써 ‘영화관’만이 가진 현장성을 살린 발상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6월 말 진행한 영화인 라운드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하며 “스크린쿼터와 불법 다운로드라는 큰 두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의 위기는 그때의 위기에 비할 바 없이 큰 위기다.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심지어 일주일 정도 파업이라도 해서 지금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기획이 멈춰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이후 개봉도 걱정해야 할 때”라며 장기적인 위기를 우려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큰 흐름에서 영화관 자체가 사양산업이 되어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영화관은 OTT 플랫폼과 다른 ‘공간의 기억’을 갖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이라면 영화관을 이용할 다양한 상상이 필요하다. OTT 서비스와도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 혹은 공생관계가 될 수 있다.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도록 수많은 업계 관계자와 영화관의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는 이용자들의 버티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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