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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몰은 '넓게' 종합몰은 '깊게'…이커머스 시장 '벤치마킹' 경쟁

숙박권 파는 마켓컬리, 무료 반품 받는 네이버…'버티컬 플랫폼'은 외연 확장, '종합몰'은 세분화로

2021.07.22(Thu) 18:24:36

[비즈한국]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해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던 ‘버티컬 플랫폼(특정한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플랫폼)’들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패션, 식품, 인테리어 등 기존 분야에서 쌓은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연계 상품군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흐름이다. 이에 맞서 종합 이커머스 업체들은 전문몰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분야를 세분화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여성 편집숍 1위 플랫폼 W컨셉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품을 판매 중이다. 사진=W컨셉 제공

 

신선식품에 특화된 마켓컬리는 최근 여행·가전 상품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올해 4월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20여 개의 호텔 패키지를 선보였다. 인터파크투어를 신규 호텔 상품 공급사로 선정해 7월 초 국내 호텔 및 리조트 특가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현재 레스케이프, 더플라자 등 호텔 숙박권은 품절 상태일 정도로 고객들의 호응이 두드러진다. 인덕션 등 주방가전을 넘어 TV, 냉장고와 같은 삼성·LG의 대형 가전도 판매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올해 상반기 비식품 분야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160% 성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식품 판매량 증가율(91%)보다 가파른 수치다. 마켓컬리 측은 주방용품, 주방가전으로 시작한 비식품 분야가 고객 니즈에 맞춰 점차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캠핑을 위한 식재료, 간편식을 많이 취급하다 보니 여행 관련 상품과 숙박권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고 이를 반영해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는 것. 

 

마켓컬리 관계자는 “외연 확대를 목적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은 아니다.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존 고객들이 마켓컬리에서 다른 니즈도 충족할 수 있도록 고객 편의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패션 전문 플랫폼들도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고 있다. 국내 여성 편집숍 1위 플랫폼인 W컨셉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첫 행보로 삼성전자 비스포크 라인업을 입점시켰다. 패션 전문 플랫폼 무신사는 삼성전자의 TV·에어컨·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건강기능 식품을 판매 목록에 추가했다. 지난 4월에는 사업목적에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추가하고 현재 동국제약, 일양약품 등의 이너뷰티,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입점사의 요청에 따라 판매를 시작한 품목이고 주력 분야는 여전히 패션”이라며 “명품, 골프 등 패션을 중심으로 카테고리와 타깃층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은 패션, 리빙, 뷰티 분야 전문숍을 구축하고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CJ온스타일

 

버티컬 플랫폼들이 전문 상품 이외에 다른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 이유로 ‘록인효과’가 꼽힌다. 다른 쇼핑 수요를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이탈을 막고 편의성을 높여 플랫폼 충성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버티컬 플랫폼은 한두 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폭넓은 상품을 보유하며 소비자에게 전문적인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카테고리 취급으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는 방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플랫폼은 전문 분야에 최적화된 UI와 감성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2030 젊은 남녀, 3040 여성 등 타깃은 각각 다르지만 모바일 쇼핑 분야에서는 모두 영향력 있는 소비자층”이라며 “코로나19로 모바일,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만큼 주력 카테고리의 연계 분야로 세를 넓히는 것부터 시작해 앞으로도 영역 확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합몰, 전문화로 반격…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서 경쟁은 계속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한 롯데쇼핑은 자체 온라인플랫폼 ‘롯데온’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버티컬 플랫폼 육성을 검토하고 있다. 6월 18일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 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CJ는 이보다 먼저 버티컬 영역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네이버는 올해 5월 백화점 윈도와 아울렛 윈도의 일부 상품들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를 도입했다. 패션 카테고리 이용객의 편의를 위한 조치로, 일반적으로 패션 온라인몰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신선식품 분야에도 집중한다. 최근에는 지분 동맹을 맺은 이마트와 협업을 본격화하며 올 하반기 네이버 장보기에 이마트를 입점시키고, 지역 명물을 발굴해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할 구상을 내놨다. 

 

CJ는 지난 5월 CJ오쇼핑, CJ몰, CJ오쇼핑플러스를 통합한 CJ온스타일을 출범하고 패션·리빙·뷰티 세 분야를 세분화한 전문샵을 선보였다. 기존에 패션 전문 플랫폼이 차별점으로 내세웠던 큐레이션 기능도 강화했다. 구매이력과 앱 이용 경험에 따라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해주는 서비스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기존의 버티컬 플랫폼들은 특화 분야에서 상품 수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TV홈쇼핑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라이선스 브랜드, PB 브랜드 등 상품 소싱 능력에서 경쟁력이 있다”면서 “앞으로 브랜드들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종합몰들의 ‘전문화’에 해당 분야 버티컬 플랫폼들이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지그재그 등 일부 전문몰이 대기업이나 타 플랫폼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우는 상황에서 기존 영역에만 집중해서는 경쟁이 어려워진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대형 종합몰들의 경우 대중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버티컬 플랫폼 관계자는 “그동안 버티컬 플랫폼이 먹혔던 분야들의 특성상 대형 오픈마켓, 이커머스들이 큰 영향력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몇 가지 카테고리만 다루는 전문몰의 시장이 한정돼 있다. 충성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상품 연계 가능성, 고객 만족도를 고려해 카테고리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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