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었던 조선 ‘빅3’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선박 발주량 쇄도로 수주 랠리 상황을 맞고 있지만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빅3의 최근 수주실적은 거침이 없다. 먼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만 연간 전체 수주 목표의 100% 이상을 조기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올 상반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의 70%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채산성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선박 건조 비용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급등에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체들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껑충 뛴 가격에 후판 공급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하반기 후판 공급 가격을 올해 상반기 대비 53.3%나 인상한 톤당 115만 원을 제시하면서 조선업체들과 7월에 들어서도 양보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후판 등 원자재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조선사들의 2분기 실적이 시장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선 빅3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한국조선해양은 21일 가장 먼저 올 2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8973억 원을 기록하면서 1년 전 9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았다.
2분기 매출액은 3조 7973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3% 줄었고, 분기순손실도 7221억 원을 기록하며 1년 전 4억 원의 분기순이익을 거둔 것에 비해 적자 전환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경영실적도 흑자를 냈지만 1년 전에 비하면 부진한 추세가 확연했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3조 6814억 원, 영업이익 674억, 분기순이익 636억 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7%, 44.5%, 61.4%나 급감한 수치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급격한 철강재 가격 인상 전망으로 조선 부문에 8960억 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원자재가 인상이 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안정적인 수주 잔량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오는 8월 2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지만 두 회사 모두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 5746억 원, 영업손실 5068억 원, 분기순손실 535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3.8%, 960.3%, 136.1%나 급감한 수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 1017억 원, 영업손실 2128억 원, 분기순손실 234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40% 이상 급감했고 대폭 적자전환했다.
조선업은 선박 발주처와 장기 건조계약을 맺어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2년 가까이 소요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조선 빅3의 수주 랠리에 따른 실적 개선은 최소 1~2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후판가 상승만큼 선가 상승 시 오히려 조선업계 외형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 조선사들의 생존을 위한 수주잔고 확보는 완료됐고 본격적인 선가 상승 차례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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