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연일 대구 미분양 및 대구 시세 하락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모처럼 부동산 하락 관련 데이터들이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의 기사를 기대하고 있던 언론사나 하락론자에게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 팩트를 체크하면서 대구 부동산 시장의 향후 흐름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먼저 대구 미분양과 부동산 시장 하락 관련 기사를 살펴보자.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서울경제 기사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 아파트 청약 미달 사례가 나왔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4일까지 1순위 청약을 받은 수성구 수성동1가 ‘더샵수성오클레어’는 70가구를 모집한 전용 50㎡ 주택형에 53명이 지원해 17가구가 미달됐다. 전체를 보면 260가구 모집에 460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1.8 대 1이었다. 303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지만 대구 핵심 지역에서 미달 사례가 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앞서 5월 청약을 받은 수성구 만촌동 ‘만촌역태왕디아너스’는 331가구 공급에 7183명이 몰려 경쟁률 21.7 대 1을 기록하며 전 가구가 마감됐다.
대구 청약 시장은 분양 물량이 늘면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청약을 접수한 대구 5개 아파트 단지 모두 해당 지역 1순위에서 청약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 고성동1가에 짓는 ‘태왕디아너스오페라’는 전용 84㎡ B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에서 91가구 미달이 났다. ‘용계역푸르지오아츠베르’ 아파트는 1단지와 2단지를 통틀어 14개 주택형 중 8개가 미달됐다. ‘북구청역푸르지오에듀포레’는 인기 주택형인 전용 78㎡ B와 84㎡ B에서 해당 지역 1순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 같은 미분양 사태 배경에는 공급 물량 과잉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대구 지역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1만 9552가구다. 광역시 중 수도권에서 공급이 집중된 인천(3만 712가구) 다음으로 많다. 인구가 1.5배에 달하는 부산(7764가구)에 비해서는 물량이 세 배에 근접한다. 올해 3월만 해도 153가구였던 대구 미분양 주택은 5월 1185가구로 늘어난 상황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 팀장은 “대구는 지난 몇 년 동안 매년 수만 가구씩 분양 물량이 공급되고 입주 물량도 많아 공급 과잉 이슈가 있다. 여기에 분양가도 계속 올라 수요가 공급을 받쳐주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 분양 시장은 결국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다른 기사들도 유사한 내용이다. 기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최근 대구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2. 대구의 중심 수성구에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3. 물량 앞에 장사 없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다.
기사에서 설명한 팩트는 모두 사실이다. 대구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고, 수성구에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시세 하락 압박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하락까지 연결될 지역들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대세 하락, 대세 상승 시장이 없듯 대구의 모든 아파트가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역에 따라 상품에 따라 다른 방향성을 보일 것이다.
먼저 대구의 미분양 현황을 보자.
2009년을 고점(2만 1560세대)로 미분양은 감소 추세였으며, 2021년 3월 153세대를 저점으로 4, 5월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5월까지의 통계로는 1185세대다. 악성 미분양이라 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의 수는 86세대다. 미분양이 발생해도 준공 전까지는 대부분 해소된다는 의미다.
어떤 지역에 미분양이 많은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분양 물량은 대부분 동구에 몰려있다. 대구 전체 미분양이 1185세대인데, 그 중 1062세대가 동구 물량이니 현재 대구 미분양 증가의 원인은 동구다.
최근 미분양이 발생했다는 수성구를 살펴보자.
총 25세대다. 미분양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숫자다. 이는 5월까지의 통계자료이고 6~7월 통계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미분양이 증가했을 수도 있다. 다시 처음 기사로 돌아가 보자.
14일까지 1순위 청약을 받은 수성구 수성동1가 ‘더샵수성오클레어’는 70가구를 모집한 전용 50㎡ 주택형에 53명이 지원해 17가구가 미달됐다. 전체를 보면 260가구 모집에 460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1.8 대 1이었다. 303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지만 대구 핵심 지역에서 미달 사례가 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앞서 5월 청약을 받은 수성구 만촌동 ‘만촌역태왕디아너스’는 331가구 공급에 7183명이 몰려 경쟁률 21.7 대 1을 기록하며 전 가구가 마감됐다.”
5월 청약까지는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7월부터 청약 경쟁률이 낮다. 2020년 12월 대구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그 결과 5월까지 분양하는 단지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상품이었고, 그 이후 분양 단지는 실입주를 해야 한다. 수요가 줄었다. 그래서 미분양이 증가하는 것이다. 아마 대구 미분양은 한동안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수성구는 아직까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제 미분양이 났다고 하는 더샵수성오클레어 최종 청약 결과를 보자.
84A와 84B 타입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50 타입은 1순위에서 미달이었고, 2순위에서 분양이 완료됐다. 2순위 기타지역까지 가지도 않았다. 결국 미분양이 아니었다. 청약 개시 후 하루만 더 기다렸어도 미분양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대구 수성구 청약에서 1순위 미분양이 난 것을 분석해 볼만 하다. 향후 시장 전망에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분양의 원인은 3가지다. 첫째, 입지가 좋지 않아 수요층 유입 가능성이 낮을 때. 둘째, 분양·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 셋째, 가격이 주변 시세 대비 높을 때다.
한 가지씩 살펴보자. 먼저 입지다. 수성구는 자타공인 대구 최고의 입지다. 수요가 많음은 틀림없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수성구 내에서 A급 입지는 아니다. 하지만 분양에 문제가 있을 입지는 아니다.
둘째, 물량이다. 대구의 물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동구에 많이 몰린 물량이 수성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수성구의 미분양을 만들 정도는 아니다.
셋째, 가격이다. 분양가는 3.3㎡(평1)당 2400만 원이었다. 그렇다. 가격이 문제였다. 수성구 내 최근 분양 결과를 보면 3.3㎡당 2000만 원 넘는 아파트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3.3㎡당 1900만 원 전후로 분양됐다. 이번에 분양한 단지 주변 시세 역시 3.3㎡당 2000만 원 넘는 아파트는 많지 않았다.
결국 이번 수성구의 미분양은 높은 가격이 주요 이유였다. 이 또한 2순위에서 분양됐기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을 것 같진 않다. 그전에 계약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대구가 분양 물량에 있어 안심할 시기는 아니다. 지난 2년간 분양을 많이 했고, 이로 인해 2022년, 특히 2023년 입주 물량이 평년 대비 2배 이상이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부동산 시장의 격언처럼 시세 조정을 준비할 때는 된 듯하다.
무리한 투자는 하면 안 될 듯하다. 과거처럼 새 아파트면 아무 아파트나 매수해서도 안 될 듯 하다. 하지만 핵심 입지라든가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한 아파트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집값이 조정된다 해도 그냥 살면 되니까.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수성구에 미분양이 많다면, 내가 희망하는 입지의 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면,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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