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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오뚜기는 사라지고, 웅녀·노랑이 남았다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드러내는 '공간 브랜딩'…오프라인서 '새로운 경험' 제공해야

2021.07.19(Mon) 10:05:13

[비즈한국] 제품은 팔지 않는다. 대신 여유로운 공간에서 음료와 디저트, 음식을 판다. 뻔한 체험 공간도 아니다. 브랜드 이름을 크게 써 놓거나 제품을 전면에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오뚜기를 연상시키는 조형물과 미샤의 대표 라인 ‘쑥’을 이용한 음료 등 곳곳에 힌트를 숨겨 놓았다.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빛을 발하는 기업의 브랜드 매장에 관한 이야기다. 

 

선정릉역에 위치한 오뚜기 브랜드샵 ‘롤리폴리 꼬또’ 외관. 사진=김보현 기자

 

인식의 전환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비대면 시대 속에서도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것’에 집중한 오프라인 매장은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공간은 경험이다’라는 책을 쓴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오프라인 공간은 판매를 넘어 경험하는 곳이 되었다. 이제 기업은 공간을 브랜딩할 때 ‘어떻게 하면 많이 팔 것인가’가 아닌 ‘우리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미샤의 재기, 공간 브랜딩에서 시작될까

 

최근 국내에서 공간 마케팅의 잘된 사례로 회자되는 곳은 미샤의 카페 ‘웅녀의 신전’과 오뚜기의 카페테리아 ‘롤리폴리 꼬또’다. 특히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앤씨가 올해 초부터 약 6개월간 운영한 뒤 시즌 1을 마무리한 ‘웅녀의 신전’은 그동안 볼 수 없던 독특한 콘셉트로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핵심은 ‘스며들기’다. 방문객이 브랜드나 제품을 스며들듯 느끼도록 꾸며졌다. 미샤는 대표 제품 라인의 재료인 ‘개똥쑥’을 알리기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미샤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로 했다. 쑥과 하늘을 콘셉트로 한 미디어아트 윌과 동굴을 연상시키는 실내외 인테리어, 개똥쑥을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 등 공간과 경험 속에서 자연스레 느끼도록 한 것.

 

인사동 ‘웅녀의 신전’은 지난 6월 시즌 1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지난 16일 방문한 건물 입구에는 ‘임시휴업’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영상=김보현 기자

 

돌에 붙은 문패를 누르면 거대한 돌문이 열리며 안으로 입장할 수 있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로 시작하는 후기가 인스타그램에 수두룩하다. 특이한 건 브랜드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신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내·외관와 음료·디저트 메뉴에 대한 찬사가 수두룩하다. 곰이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단군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통일감 있는 브랜딩이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분석 기사도 쏟아진다.

 

이제 남은 건 ‘공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어떻게 브랜드로 끌고 올 것인가’다. 모든 정보를 가렸기에 주목받았지만 이대로 마무리될 순 없는 노릇이다. 미샤는 카페의 시즌1을 마무리한 뒤 대표 제품인 개똥쑥 라인을 업그레이드해 신제품을 출시하고 기획세트에 ‘웅녀의 탄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브랜딩은 세련된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하거나 그 옆에 붙은 카페에 앉아 소비자가 공간에 좀 더 머물도록 하는 데 그쳤다. 미샤 사례가 주목받은 건 브랜드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호응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간 브랜딩이 곧바로 온라인으로 연결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우는 보완재로 보고, 같이 가야 시너지가 난다”고 해석했다. 

 

#이미지 탈바꿈해서 젊은 층 공략하는 오뚜기

 

오뚜기는 회사 건물 사이 유휴공간을 카페테리아로 변모시켰다. 오뚜기의 대표 간편식 제품을 활용한 메뉴가 음료와 함께 판매되는 공간이다. 매장 이름은 ‘롤리폴리 꼬또’, 장난감 오뚝이와 구운 흙(테라코타)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지어졌다. 롤리폴리 꼬또 좌측엔 오뚜기 관련사인 ‘알디에스 주식회사’가, 우측엔 ‘함하우스’라는 본사 건물이 있다. 

 

입구 한쪽에 롤리폴리 꼬또 굿즈와 함께 전시된 진라면 컵라면을 제외하면 공간 어디에서도 오뚜기를 대놓고 언급하지 않는다. 주문을 받는 직원도 ‘모든 메뉴에 오뚜기 제품이 사용됐는지’ 묻자 “그렇다”며 메뉴 설명을 해준 것 말고는 브랜드에 대한 홍보나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브랜드를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단서는 많았다. 건물 외관과 공간 내부 구석구석 배치된 노란색, 메뉴의 가격이 모두 8로 끝나는 것과 오뚜기 모양의 조형물들이 자연스레 오뚜기를 연상시켰다. 영상=김보현 기자

 

음식은 ‘고급 분식점’ 느낌이었다. 방아잎 키마 카레, 진라면 치즈&떡, 진비빔면FLEX 등 오뚜기의 대표 제품들이 베이스로 사용됐다. 가격은 6000원대부터 1만 2000원대까지 다양했으며, 라면·카레 등 익숙한 맛이 느껴져 자연스레 추억에 젖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이 제한되면서 더욱 자주 소비하게 된 제품들이기도 했다. 

 

공간을 디자인한 전범진 스튜디오베이스 소장은 브리크와의 인터뷰에서 “오뚜기라는 기업을 먼저 떠올리기 전에 공간 자체를 이해하고 경험하다 보면 생기는 이미지가 시간이 지나 오뚜기 제품을 접할 때까지 연장되길 바란다. 노골적인 기업의 홍보를 표출하다 보면 진정성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오뚜기가 가지고 있는 변함없다, 착하다, 친근하다 등의 좋은 이미지와 혁신적이다, 강하다, 감각적이다 등의 가져야 할 이미지를 밀도 있게 전달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로 인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공간이 위협을 받지만, 동시에 오프라인 공간이 정교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과거 오프라인 공간이 철저히 제품을 위한 배경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엔 휴대폰만 있으면 언제든 정보를 찾고 제품을 주문할 수 있기에 그만큼 오프라인 공간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양해졌다는 뜻이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공간 자체가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 대표적 사례는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 몬스터’다. 오래된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나 셀프빨래방 콘셉트의 공간을 통해 ‘왜 여기에 선글라스가 전시돼 있지?’ 하는 흥미를 유발하는 자체가 브랜드 정체성이 된 것. 그 공간이 거리의 명소나 상징이 되는 전략을 통하면서 매출이 늘기도 했다. 공간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 인식이 제품 구매와 브랜드의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물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다면 위치 선정에 대한 고민과 SNS를 통한 마케팅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다양한 제품, 다양한 정보를 뜻하진 않는다. 이제 오프라인 공간에선 정보가 아닌 감성을 전달한다. 온라인이 할 수 없는 경험과 물리적 접촉에서 기억과 연결을 남길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장이 갖는 의미가 더욱 빠르게 변화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속돼 행동반경이 제한되거나, 반대로 상황이 풀려 보복소비가 활성화되거나 두 경우 모두 오프라인 공간이 갖는 의미는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아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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