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상반기 건자재 수급 불안으로 곳곳에서 공사중단 사태를 겪었던 건설업계가 하반기에도 암초를 맞았다. 아파트 분양 물량이 상반기를 웃돌며 건자재 수요가 꾸준히 유입될 예정이지만, 시멘트·철근 등 건자재에 쓰이는 원재료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시멘트업계는 7월부터 시멘트 1톤당 가격을 기존 7만 5000원에서 7만 8800원으로 5.1% 올리는 데 합의했다. 2014년 가격 동결 이후 7년 만의 인상이다. 통상 건설 현장에서 쓰는 레디믹스 콘크리트(레미콘, Ready-mixed Concrete)는 레미콘업체가 시멘트에 물과 골재를 섞어 만든다. 건설사가 사들이는 레미콘 가격은 시멘트·골재 값, 운임 등이 포함돼 시멘트 가격보다 높게 책정된다.
대형 시멘트사 관계자는 “시멘트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평년보다 2배 가까이 올랐고 운임료도 15% 뛰었지만, 판매가격은 그대로여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인상분도 원자재나 운임 상승분을 고려했을 때 아직 충분치 못한 상황”이라며 “상반기 시멘트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출하량도 약 5% 늘었지만 이익은 그에 따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도 “레미콘 시장가는 레미콘사와 건설사 협의로 결정된다. 레미콘 회사마다 원가 적용율이나 할인율이 다르지만, 시멘트가 레미콘 주재료이기 때문에 시멘트 가격 인상은 레미콘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며 “시멘트 외에도 골재나 운송비 상승도 레미콘 가격 상승 요인이다. 표준 레미콘 차량(6㎥)이 레미콘 배합 공장에서 공사 현장까지 통상 30km 내외를 운반하는 데 드는 운임이 수도권 기준 5만 2000원 수준에서 최근 5만 4500원까지 올랐다”고 덧붙였다.
고공행진하던 철근 가격은 오름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제강업계에 따르면 시중 철근 유통가격(10mm, SD400 기준)은 지난해 말 톤당 68만 5000원에서 16일 현재 106만 원으로 37만 5000원(54.7%) 상승했다.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상승한 철근 가격은 올해 5월 말 역대 최고가인 135만 원을 기록했다. 철근 가격은 5월 한 달간 46만 5000원(52.5%) 상승한 이후 6월 9일 104만 원까지 내림세를 보이다 상승 전환했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과 철스크랩(재활용 철), 유연탄 가격이 강세를 이어왔고, 2분기 건설업계가 계절적 성수기를 맞으면서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됐다. 글로벌 가격 인상을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려는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2분기 철강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근 등 건설용 강재 가격이 상승하다 최근 소폭 하향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철 계절적인 영향이 있고, 공급 측면에서는 철강 원료인 철스크랩 수입량이 전월 대비 증가했고 제강사들이 생산 가동을 확대하면서 수급 여건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 건자재의 가격 상승 요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철근·시멘트 원료 가격은 아직까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철근·시멘트 제조 연료인 원료탄(유연탄) 가격은 톤당 202.6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63.07%(78.36달러), 철근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9일 기준 톤당 219.88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103.52%(111.84달러) 올랐다. 유연탄 가격은 10주째, 부침을 거듭하던 철광석 가격은 3주째 오름세다. 유연탄은 중국 환경 규제에 따른 석탄 공급 제한과 유가 상승이, 철광석은 글로벌 철강 수요 견조와 브라질 베일(Vale)사 광미댐 붕괴 관련 조업 중단이 주된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택 관련 건자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 37만 23가구 중 23만 3529가구(63.11%)는 하반기에 집중됐다. 월별로 △7월 5만 5255가구 △8월 3만 5748가구 △9월 5만 4638가구 △10월 3만 9248가구 △11월 1만 6396가구 △12월 3만 2244가구 등이다. 아파트 분양은 건물 착공 시점부터 할 수 있다. 건설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인 장마철이 끝나는 7월 하순이 지나면 잠잠했던 수요도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철근 완제품과 원료 수입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내수용 철강자원을 확보하고자 지난 5월 철근과 H형강에 대한 수출환급세를 폐지했다. 수출환급세는 중국 철강업체가 철강 수출 시 부가가치세(증치세, 13%)를 환급받는 제도다. 러시아는 최근 철스크랩 수출 관세를 톤당 최소 70유로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1월 수출 관세를 기존 5유로에서 45유로로 대폭 인상한 데 이은 추가 조처다.
상반기 건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중단 사태를 겪었던 건설업계는 불안한 기색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레미콘 등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올해 3~4월만 59개로 나타났다. 철근·형강은 공사 중단 원인이 된 자재 중 가장 많은 비율(43곳)을 차지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민간 도급공사에서 착공 이후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건설사가 부담한다. 재건축 단지 등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 철근이나 레미콘 가격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입주 기한을 맞추고자 손해를 감내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도급공사가 아니라 땅을 매입해 자체 사업을 벌이는 건설사는 더욱 타격이 크다. 주택 공급 기조가 확산하면서 건자재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기 부양을 위한 국가 주도 건설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건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민간 도급사업은 물론이고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보전받는 공공사업도 내년 초 계획되는 예산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건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한 3분기 건설 업황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분석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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