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제강점기 시설 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중국 현지에서 기업을 운영하며 전형적인 상표 사냥꾼 행각을 보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이 독립유공자의 후손은 자신의 신분을 내세워 국내 산학협력 기업에도 침투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국인삼공사(인삼공사)는 홍삼제품 브랜드 정관장 중 어린이를 위한 제품군인 ‘홍이장군’을 출시하고 있다. 인삼공사는 홍이장군 중국 진출 과정에서 현지의 ‘북경○○○○○○(이하 북경)’이라는 기업이 수차례 상표등록 선수를 치는 바람에 장기간 관련 제품 중국시장 진출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북경 대표인 A 씨는 한국광복군 출신의 후손이다. A 씨 선친은 사후 정부로부터 독립운동 경력을 평가받아 건국포장과 건국훈장을 추서 받은 독립유공자다.
비즈한국은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등을 통해 먼저 홍이장군 상표와 관련한 내용을 추적했다. 북경은 중국 현지에서 2014년 한자로 홍이장군을 상표등록 했었다. 인삼공사는 중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홍이장군이 상표등록돼 있는 것을 알게 된 후 중국 상표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상표국은 북경이 상표권 등록 이후 3년 이내에 홍이장군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무효화 조치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북경은 홍이장군이 다양한 형태의 제품군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현지에서 2019년 8월과 9월 한자로 홍이장군 상표 등록을 또 신청했다. 북경이 등록 신청한 홍이장군 상표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모두 등록거절을 당했지만 한 건은 이달 현재 북경의 청구로 재심사가 진행 중이고 다른 한 건은 지난해 9월자로 재심사청구조차 기각된 상태다.
북경은 현지에서 한글로 ‘홍이장군’을 상표등록하기도 했지만 무효화 된 전력도 확인된다. 심지어 북경은 홍이장군과 유사한 한자로 ‘홍포장군’이라는 명칭으로 2019년 8월 상표등록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등록거절과 재심사청구에서도 기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북경은 중국에서 상표 등록을 거론하며 국내 한 제약회사와 개발 협정을 맺었는데 이 제약회사는 2019년 인삼공사로부터 상표권침해금지가처분 소송을 당해 패소하기도 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홍이장군이 장기간 중국 현지 상표등록 문제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현재 당사가 중국 당국에 적극적인 입증을 통해 관련 애로사항은 거의 해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더욱이 북경은 국내 농협과 연관된 상표를 무단 등록하려 한 이력도 파악됐다. 북경은 2011년 알파벳과 한자를 섞어 ‘NH강원인삼협동조합’으로 상표등록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농협의 영문 이니셜인 NH와 협동조합을 조합한 교묘한 상표등록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제품의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은 반드시 자사 상표권의 중국 내 등록을 먼저 완료해야 한다. 중국 특허기관에 상표가 등록되면 도용당한 기업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도용 업체가 상표 등록기간 중 상업적으로 상표를 사용한다면 현지에서 소송을 벌일 경우 불리하다”고 조언했다.
A 씨는 수도권의 8개 대학교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산학협력기업과도 협업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산학협력기업은 홍삼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했는데 중국 수출용 제품 현지 판매원 계약을 A 씨가 대표인 북경과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12월 말까지 2년간이다.
이 산학협력기업 관계자는 “중국 판매원 현지 기업이 인삼공사 등과 상표권 분쟁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다. 한 독립운동가 유족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판매원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고 아직 계약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산학협력기업의 수출용 제품 일부를 대형 다단계 사기사건 피해자 지인에게 제공했고, 제품을 제공받은 이가 같은 사기사건 일부 피해자에게 이를 판매하려다 적발돼 피해자 모임에서 제명된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 피해자모임 복수의 관계자들은 “수출용 제품을 기증도 아니고 국내에서 판매하려 한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와 관련 추적에 추적을 거듭한 끝에 A 씨가 상표 사냥꾼이라는 전력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비즈한국은 A 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장익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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