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현행 의료법상 환자와 의사 간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자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다 지난 6월 김부겸 국무총리가 규제챌린지 과제에 원격의료를 포함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줄곧 원격의료를 반대하던 의료계도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허용하는 데 공감대를 표시하면서 원격의료가 한 발짝 다가오는 분위기다. 벌써 원격의료 관련 업체도 10곳 정도 생겼다. 원격의료는 7월부터 정부와 이해관계자, 기업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원격의료가 합법화될지 관심이 쏠리는 시점에서 국내 원격의료 현황을 분석했다.
비즈한국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진료지원팀으로부터 지난해 2월 24일부터 2021년 7월 4일까지 비대면 진료 누적 건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지난 2월 24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지역별, 의료기관 종별 월별 비대면 진료 현황 자료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았다. 이 자료들을 분석해 3가지 현상을 들여다봤다.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쟁점을 두고 ‘데이터’는 어떤 답을 던졌을까.
①비대면 진료 정말 이용했나?
비대면 진료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중수본 진료지원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2020년 2월 24일부터 2021년 7월 4일까지 비대면 진료 건수는 237만 8510건이다. 이는 7월 5일 기준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전화상담 진찰료로 급여를 청구한 건수를 나타낸 것으로, 실제 진료 건수는 더 많을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급에서는 내과가 47%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순이다. 의원급은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순”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심평원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1월까지 비대면 진료는 152만 6920건 진행됐다. 지난해 2월 2만 9747건이 실시됐고 3월에는 20만 455건으로 훌쩍 증가했다가 4월부터는 줄곧 10만 건대를 유지했다. 의료기관에서 진료 후 심평원에 급여를 청구하면 심평원이 심사해 지급 결정을 내리는데, 해당 수치에는 지난 5월까지의 심평원 심사 결정이 반영됐다.
지난 6월 복지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211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고, 중수본 진료지원팀이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6월 20일까지 226만 4070건 비대면 진료가 진행됐다. 급여를 청구하는 시점이 의료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료 취합 시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지만,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에도 대략 10만 건대의 비대면 진료가 매달 이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②상급병원·수도권 쏠림, 실제로도?
의료계에서는 원격진료가 대형병원 쏠림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보다는 의원급에서 비대면 진료가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평원 급여 결정이 난 비대면 진료 건수는 의원급의 경우 109만 2339건이었다. 상급종합병원(15만 5711건), 종합병원(19만 6516건), 이외 병원(8만 1874건)을 모두 합친 수치보다 많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 현상은 확연히 눈에 띈다. 올해 7월 4일까지 서울(52만 574건)과 경기(50만 754건)의 비대면 진료 점유율은 각각 21.9%와 21.1%로 총 43%를 차지했다. 인천(11만 1513건)까지 더하면 47.7%다. 서울과 경기 다음으로 진료가 많이 이뤄진 지역은 대구 11.5%(27만 4620건), 경북 6.9%(16만 4381건)다. 전남(4만 1994건), 강원(3만 6000건), 제주(1만 4947건)는 1.8%, 1.5%, 0.6%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 총 15만 5711건의 상급종합병원 비대면 진료 급여 결정 건수 중 서울은 8만 8065건으로 약 57%를 차지했다. 경기와 인천을 합하면 62%까지 올라간다. 종합병원의 경우에도 수도권의 점유율이 44.73%에 달했다. 반면 전북, 전남, 경북, 강원 등은 2%를 넘지 못했다. 비대면 진료에서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병원을 택해야 한다는 제한은 없다. 지역 1, 2차 의료기관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지금도 환자가 지역 의원이나 병원 대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쉽게 갈 수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③한의원·치과에서도 비대면 진료 이뤄졌나
원격의료는 거동이 어려운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상시로 취약계층의 건강관리를 해줄 수도 있다. 정부가 최근 재택의료센터 도입 등 고령층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런 면에서 요양병원 비대면 진료 현황도 살펴볼 만하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요양병원에서는 1만 7095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매달 1400여 건이 진행돼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업계에서 앱 화면 글자 크기를 키우는 등의 자구안을 고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의원의 원격 진료는 꽤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총 5만 6150건이 진행됐다. 이는 병원급(8만 1874건)에서 진행된 비대면 진료의 70%에 가까운 수치다. 한의계는 첩약 처방 후 환자들에게 정기적인 상담을 제공해줄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 외에 치과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도 꽤 이뤄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동일한 기간 치과 병·의원에서는 6226건의 비대면 진료가 진행됐다.
국민의 이용률을 볼 때 원격의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비대면 진료를 도입해야 할지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을 막고 일차의료체계를 어떻게 강화할지 보건당국의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도 원격 진료가 동네 병·의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보인다.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동일하게 여기는 쪽으로 국민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어떤 원격의료 방식이 국내에 도입될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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